“하나도 안 힘들어요”…역도 유망주 15살 우진이 꿈은 ‘걱정 없는 가족’

장종우 기자 2026. 8. 13.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충남 서천군에서 열리는 제12회 한국중고역도선수권대회를 앞둔 지난 5일, 서천군의 한 중학교 역도 연습장에서 스무명 정도 되는 학생 선수들이 막바지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2024 한국남자역도선수권 대회 1위, 2025 한국중고역도선수권 대회 1위, 2025 경상남도역도연맹회장배 종합 1위 등 전국 단위 대회에서 숱하게 우승했다. 우진군을 지도하는 윤수정(가명) 코치는 "같은 또래에 우진이만큼 우승한 선수도 드물다. 3학년 기록이 너무 좋아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랑했다.

우진군은 10일 열린 한국중고역도선수권대회 55㎏급 경기에서 첫 시도에 인상 85㎏, 용상 108㎏을 들어 올려 가볍게 3관왕(인상·용상·합계 각 1위)을 차지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김우진(가명·15)군이 한국중고역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난 5일 오전 충남 서천군의 한 중학교에서 훈련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충남 서천군에서 열리는 제12회 한국중고역도선수권대회를 앞둔 지난 5일, 서천군의 한 중학교 역도 연습장에서 스무명 정도 되는 학생 선수들이 막바지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입술을 앙다문 채 내뱉는 기합소리와 ‘쾅' 하고 역기 내려놓는 소리가 교차했다.

중학교 3학년 김우진(가명·15)군은 선수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띈다. 160㎝ 키에 몸무게 54㎏. 함께 훈련하는 1·2학년 선수들에 견줘서도 작은 몸집이지만 실력은 만만치 않다. 두 손에 송진 가루를 묻힌 우진군이 돌연 진지한 표정으로 몸무게의 두 배 넘는 역기를 번쩍 들어 올렸다. ‘작은 거인’이었다.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아버지, 넉넉하게 지원해줄 수 없는 집 사정을 엄마는 늘 걱정하지만, 우진군은 한사코 “부족한 게 없다”고 했다. 낡은 역도화와 해진 무릎보호대는 우진군에게 결핍이 아닌 훈장이다.

한국을 들어 올릴 소년

“제 기록보다 높은 무게를 들 때마다 믿기지 않아요. 시합 영상 돌려보면서도, 신기하고 짜릿해요.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우진군은 경남의 한 중학교 역도부 ‘에이스’로 불린다. 세 살 터울 형 서진(가명·18)군을 따라 역기를 처음 쥐었다. 형은 체중이 붇지 않아 도중에 역도를 멈췄지만, 우진군은 “끝까지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첫 난관은 ‘가족 내력’이라는 몸무게였다. 좀체 몸무게가 늘지 않아 가장 낮은 체급인 55㎏에 맞추는 것부터 어려웠다. 같은 체급 선수들을 한참 밑도는 몸무게로 나간 지난해 5월 전국체전, 우진군은 한살 위 형들과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합계 172㎏을 들었다. 1위와 단 1㎏ 차이, 4위였다.

차곡차곡 대회 실적을 쌓으며 우진군은 어느새 대한민국 역도를 이끌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2024 한국남자역도선수권 대회 1위, 2025 한국중고역도선수권 대회 1위, 2025 경상남도역도연맹회장배 종합 1위 등 전국 단위 대회에서 숱하게 우승했다. 청소년 대표팀에도 이름이 올랐다. 우진군을 지도하는 윤수정(가명) 코치는 “같은 또래에 우진이만큼 우승한 선수도 드물다. 3학년 기록이 너무 좋아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랑했다.

우진군과 같은 나이·체급 선수들이 인상(한 번에 역기를 들어 올리는 종목) 80㎏, 용상(두 번의 동작으로 역기를 들어 올리는 종목) 95㎏ 정도를 들어 올리는데, 우진군의 인상 최고 기록은 90㎏, 용상 최고 기록은 112㎏에 이른다. 현재 중학교 3학년 인상 최고기록(인상 92㎏, 용상 116㎏)도 올해 안에 충분히 깨뜨릴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신기록을 넘는 것이 목표”라는 윤 코치 설명에 우진군은 “이번 서천 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우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우진(가명·15)군이 한국중고역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난 5일 오전 충남 서천군의 한 중학교에서 훈련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면도를 가르쳐준 엄마

신기록을 향해 돌진하는 우진군에게는 상실의 기억이 있다. 7살 무렵 아버지가 우진군 삼형제와 엄마를 남겨둔 채 연락을 끊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원래도 넉넉하지 않은 살림은 한층 빠듯해졌다. 엄마 최수진(가명·39)씨는 삼형제를 키우려 갖은 일을 했다. “도축장에서 고기 포장하고 족발 털 깎는 일부터 식당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조건 따져가면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닥치는 대로 했던 일들 탓에 마흔도 되기 전에 수진씨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다. 형제들은 엄마 고생을 나눠 지고 싶어했다. 우진군은 “형 동생이랑 인형에 눈알을 붙이거나 볼펜을 만드는 어머니 부업을 돕기도 했다”고 말했다.

엄마가 가난보다 걱정한 건 아빠의 부재였다. 결핍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형제들이 어릴 때 여느 아버지처럼 몸 쓰는 놀이를 함께 해줬고, 사춘기 들어서는 대화가 단절될까 아이들이 즐기는 모바일 게임을 같이 했다.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도 엄마다. 수진씨는 주변 남성들에게 면도 방법을 묻고 익혀 아이들에게 전했다.

엄마의 열성 덕분일까. 우진군과 형제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움츠리지 않는, 책임감 있고 낙천적인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우진군은 “어머니가 친구들을 초대하는 걸 막았던 게 조금 이상했지만, 우리 집이 힘들게 사는 줄 몰랐다. 중학교에 들어와서야 집이 가난하단 걸 알았다”고 했다. 형제들은 서로를 키웠다. 큰형 서진군은 일하러 나간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고 동생들을 돌봤다. 우진군과 두살 터울 막냇동생 호진(가명·13)군도 형과 같은 학교에서 역도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우진군이 동생의 영웅이다. “우진이 형이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해요. 코치님 말로는 형이 체급만 올리면 더 좋은 기록을 세울 거래요. 우진이형 따라잡는 게 제 목표예요.”

김우진(가명·15)군이 받은 상패들 모습. 김군은 이외에도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현수 기자

역기에 싣는 꿈

우진군은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운동하다 보니, 저보다 힘든 상황에 놓인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걸 느낀 이후로는 부족한 게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우진군은 체념할 시간에 친구들과 산을 올랐고, 학교 운동장 철봉에서 턱걸이했다. 한 개도 못하던 턱걸이는 이제 스무개쯤 한다. 다만 하나, 부러운 것이 있다면 헬스장이다. 우진군은 “학교 훈련장에서도 운동할 수는 있지만, 너무 늦게까지 있으면 당직 선생님들이 퇴근을 못 하신다. 밤에도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게 헬스장을 등록하고 싶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엄마도 우진군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진씨는 “내가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자랐다. 아이들만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았으면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진군에게 올해는 역도 선수 인생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등학교부터는 가장 낮은 체급이 60㎏급이다. 체중이 잘 늘지 않는 우진이에게 지금보다 6㎏을 늘려야 할 과제가 놓였다. 주변에서 근육을 키우는데 좋다는 영양제나 보충제를 권유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수진씨는 “아들이 셋이다 보니, 우진이만 챙겨 먹이는 것이 쉽지 않다. 우진이 이름으로 도움을 받으면 부담 없이 먹을 것을 챙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역기를 들어 올리며 우진군이 꾸는 꿈도 가족이다. “역도 선수로 성공해서 가족들과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싶어요.” 우진군의 꿈 목록 첫 번째가 가족인 것이 엄마에게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수진씨는 “가족들을 책임지겠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채찍질하는 건 아닌지 늘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우진군은 10일 열린 한국중고역도선수권대회 55㎏급 경기에서 첫 시도에 인상 85㎏, 용상 108㎏을 들어 올려 가볍게 3관왕(인상·용상·합계 각 1위)을 차지했다. 다만 신기록 깨는 데는 실패했다. 들뜨지도 실망하지도 않은 채 우진군은 우직하게 경기를 분석했다. “이번 대회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 같아요. 다음 대회까지 3개월 정도 남아 있으니까, 체중과 근육을 늘려서 꼭 신기록을 세우겠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우진군과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우리은행 285-999966-18-004 예금주: 월드비전) 네이버 해피빈에서도 후원에 참여하실 수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월드비전 대표번호(02-2078-7000)로 문의해주세요. 모금 참여 후, 월드비전으로 연락 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받으실 수 있습니다. 목표 모금액은 2천만원으로, 훈련비와 역도 관련 용품 구입비,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월드비전은 우진군이 목표했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후원금을 투명하게 전달하고 보고하겠습니다. 목표 금액인 2천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우진군 가정의 뜻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가정에 지원됩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사단법인 함께하는사랑밭이 함께한 ‘2026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무더운 여름, 반지하 쪽방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순남 할머니의 사연(한겨레 7월15일자 12면)이 소개된 뒤 351명의 후원자분께서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소중한 정성 2600만원(8월10일 기준)을 보내주셨습니다.

함께하는사랑밭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금된 후원금으로 순남 할머니가 무더운 여름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냉방기기와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고, 건강한 식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식생활 지원과 긴급 생계 지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해왔습니다. 후원금은 순남 할머니의 냉방·에너지 지원, 식생활 지원, 긴급 생계비 및 주거환경 개선 등에 소중히 사용됩니다. 순남 할머니의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신 모든 후원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