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수’의 민낯…온열질환 위험에 방치된 운수노동자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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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벗을 때마다 땀으로 머리를 감은 듯 합니다. 그래도 지금이 돈을 벌 기회라 콜이 들어오는 대로 받고 있어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배송 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은 가운데, 배달 노동자들이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보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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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돈 벌 기회”… 생계 위해 위험 감수
배달·택배기사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폭염시 온열질환 대책 적용 대상 제외
“충분한 휴식 보장할 강제 장치 마련을

“헬멧을 벗을 때마다 땀으로 머리를 감은 듯 합니다. 그래도 지금이 돈을 벌 기회라 콜이 들어오는 대로 받고 있어요.”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긴 12일 오후. 수원특례시 장안구 한 상가에서 만난 배달기사 A씨가 헬멧을 벗자 머리카락 사이로 땀이 떨어졌다. 햇볕을 막기 위해 착용한 마스크, 팔토시는 뜨거운 열기를 막기 역부족이었다.
A씨는 “몸을 생각하면 배달을 줄여야 하나 생각은 들지만 배달 건수가 곧 수익인 터라 생계를 생각하면 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또 폭염으로 지금이 대목이 된 격이라 나중을 생각하면 지금 바짝 벌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안산에서 만난 택배 기사 B씨도 주택가 곳곳을 누비며 폭염 속 반복된 상하차에 여념이 없었다.
회사는 계속된 폭염에 ‘50분 작업 후 10분 이상 휴식’이라는 온열질환 예방 지침을 내렸지만 하루 최대 600개씩 배정되는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B씨에게 휴식은 언감생심이다.
B씨는 “그날그날 배정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다음날 새로 배정된 물량에 미배송 물량이 쌓이는 구조”라며 “낮에 쉬면 야간까지 작업을 해야 하거나 다음날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에 덥지만 쉴 수 없다”고 털어놨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배송 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은 가운데, 배달 노동자들이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보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폭염중대경보가 이어지던 8월 첫째 주(8월3~9일) 배달앱 요기요의 전체 주문 수는 전 주(7월27일~8월2일)보다 약 4.4%, 2주 전(7월20~26일)과 비교하면 약 7.1% 증가했다. 택배기사 역시 생수, 신선식품 수요가 늘면서 배정 물량 처리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폭염으로 외식 감소, 재택 근무 증대가 겹치며 배달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문제는 근로기준법상 배달 기사, 택배 기사들은 ‘개인사업자’ 형태를 띠고 있어 폭염 시 야외작업 중단 등 온열질환 대책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거리에서 일하는 배송 업계는 폭염에 특히 취약함에도, 자영업자로 분류돼 관련 노동 대책에서 소외받는 게 현실”이라며 “생계를 위해 온열질환 위험에 스스로 노출되는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절실하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재난 수준의 폭염이 일상화된 만큼 배송 업계 종사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강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재 일정 이상 기온이 상승하면 야간 작업을 중지하는 등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배송 업계 등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라며 “폭염 시 배송 물량 배정 축소, 배달 인센티브 횟수 제한 등 무리한 노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노동 당국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도균 기자 dok5@kyeonggi.com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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