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세계화 이어 경남 체육 발전 멘토 역할 해야죠"
해군사관학교 교수·무도과장 역임
태권도시범단 창설 해외 공연 펼쳐
겨루기 중심 경기, 다양성 못 살려
부상 선수 지원·시설투자 확대 촉구
투명한 체육단체장 선거 이뤄져야
스포츠로 바른 가치관·리더십 전파

태권도를 전공한 뒤 34년 동안 해군사관학교에서 교수와 무도과장을 맡으며 태권도·유도·검도·복싱·국궁 등 다양한 무도를 지도해 온 조춘환 경남태권도협회 이사는 지역 태권도계의 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경남태권도협회에서 활동하며 태권도 발전과 선수 육성에도 힘을 쏟아 온 그는 이제 그동안의 경험과 철학을 태권도를 넘어 우리나라 체육계 발전을 위해 쓰려고 한다. 체육계의 지속성장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조춘환 이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 태권도로 세계에 한국 알리다
조 이사는 태권도를 통해 해외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해군사관생도들로 태권도시범단을 창설하고, 방문국에서 태권도 시범공연을 펼쳤다. 세계 각국에서 펼친 태권도 시범은 우리의 전통무예와 문화를 알리는 민간외교의 역할을 했다. 태권도 종주국의 사관생도들이 직접 태권도를 선보임으로써 참가 생도들에게는 국가대표라는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주고, 현지인들에게는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K-컬처의 흐름 속에서 태권도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와 정신을 세계에 전할 수 있는 훌륭한 외교 자산"이라며 "해외에서 태권도를 선보이는 과정이 한국을 알리고 K-컬처의 저변을 넓히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미 친선 전군 태권도경연대회에도 24년째 선수단 지도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태권도를 매개로 한 국제교류와 스포츠 외교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예의와 인성, 공동체 정신 등 태권도가 가진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우선

이어 선수가 부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결국 운동을 중단하거나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도·시군 체육회가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부분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의 체육 경쟁력 강화도 과제다. 전국체전에서 경남이 상대적으로 하위권에 머무르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수들의 성적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선수와 지도자가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수 선수들이 중앙 무대로 진출하면 보다 높은 수준의 지도자와 시설, 훈련 환경을 접할 수 있다"며 "지역에서도 우수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육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군림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체육회는 현장을 지배하는 조직이 아니라 선수와 지도자들을 지원하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체육회가 예산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현장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지도자들의 건의사항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체육단체장 선거제도 개선 시급
그가 바라보는 체육계의 문제는 태권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각 종목의 일선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장 선거, 지도자 복지, 예산 집행 등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체육단체장 선거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정치인을 잘 뽑아야 국민이 행복하듯이 대한체육회장이나 도·시군 체육회장 등 체육계 수장도 제대로 뽑아야 선수들이 행복하고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다"며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고 회장이 되면 결국 그 사람에게 다시 보답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면 인사나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병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투명하게 뽑혀야 투명한 행정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학부모 등 선수와 밀접하게 현장을 경험하는 구성원들이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체육단체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시설·지도자 투자가 종목 발전 견인
그는 종목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과 시설, 지도자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양궁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훈련 환경을 구축하고, 다양한 실전 경험과 심리 훈련 등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관심과 재정이 부족한 비인기종목에 대한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예산과 인원이 많은 종목은 서로 맡으려는 사람이 많아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비인기종목은 오히려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종목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조차 어려운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시군 체육회가 비인기종목에 대한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적을 낸 선수와 지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포상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포상금이 책정됐을 경우 실제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운영의 투명성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태권도협회의 경우 도 예산과 심사비 등 자체 수익, 회장 기부금 등을 통해 재정이 운영되는 만큼 회장의 공약 이행 여부와 기부금 납부 여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태권도 종목 다양성 살려야
조 이사는 태권도가 나아갈 길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지만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모든 메달을 독식하는 것이 태권도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세계 각국에 태권도가 보급되면서 경기력이 평준화됐고, 오히려 여러 나라가 경쟁력을 갖는 것이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유지와 세계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계속 독식하면 다른 나라에서 태권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올림픽 종목으로서 태권도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세계 여러 나라가 고르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태권도의 발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의 경기 방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전자호구 도입을 통해 과거보다 점수 획득 과정이 명확해졌지만, 현재의 겨루기 중심 경기만으로는 태권도가 가진 본래의 다양한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겨루기뿐 아니라 품새와 시범, 격파 등 태권도가 가진 다양한 영역을 하나의 종합적인 경기로 구성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 종목의 점수를 합산해 종합적인 태권도 능력을 평가한다면 태권도 고유의 다양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미래 체육 방향 제시하는 멘토로
그는 체육과 무도를 가르치며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사람을 성장시키는 교육자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무도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강한 전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훌륭한 장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었다.
조 이사는 "오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를 길러내는 지도자보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자, 그리고 미래 체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멘토의 역할을 하고 싶다"며 "후배 지도자들에게는 기술뿐 아니라 교육철학을 전수하고, 청소년들에게는 체육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과 리더십을 심어주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우리 체육이 승패만을 평가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인성과 품격, 존중과 배려를 함께 가르치는 교육 중심의 체육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태권도의 본질적 가치인 예의와 인성,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후학 양성과 지역 태권도 발전은 물론, 태권도를 통한 국제교류와 스포츠 외교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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