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의 외로운 기다림, ‘콜’없어도 소득은 있다…‘대기선수’의 세계[양준호의 골프투어 인사이드]

양준호 기자 2026. 8. 1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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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강채연은 9일까지 제주에서 경기한 뒤 10·11일엔 경북 영덕에서 또 경기했다. 정규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깜짝' 준우승한 다음날 영덕 오션비치에서 열린 드림(2부) 투어 대회에서 공동 14위에 오른 것이다.

강채연은 제주삼다수 대회 때 '대기 선수'로 알려졌다. 128명으로 출전 선수 숫자가 비교적 적은 대회인 제주삼다수엔 대기 선수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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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선수 생기면 전격 투입되는 5분 대기조
확률 낮지만 공식연습 기회만으로 소중한 경험
첫조 시작 전 새벽부터 마지막 조 나가기까지 대기
누군가에 ‘뻔한 대회 하나’가 대기자엔 필생 기회
강채연이 7일 제주 서귀포의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강채연은 9일까지 제주에서 경기한 뒤 10·11일엔 경북 영덕에서 또 경기했다. 정규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깜짝’ 준우승한 다음날 영덕 오션비치에서 열린 드림(2부) 투어 대회에서 공동 14위에 오른 것이다. 드림 투어 상금 랭킹 3위를 달리며 내년 정규 투어 풀시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강채연은 제주삼다수 대회 때 ‘대기 선수’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드림 투어가 주무대이고 정규 투어 대회 출전권은 사실상 없다. 128명으로 출전 선수 숫자가 비교적 적은 대회인 제주삼다수엔 대기 선수로 등록됐다. 말 그대로 어쩌면 출전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대기자다.

“대회 2주 전까지 대기 2번인가 그랬는데 출전 명단 들게 됐다고 한 주 전에 연락 받았어요. 화요일에 제주 내려가서 수요일 연습 라운드 돌고 목요일부터 경기했어요.” 강채연의 말이다. 곧바로 또 드림 투어 대회에 나가는 일정이 피곤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1·2부를 병행하면서 11일 연속으로 경기한 적도 있어서 괜찮다. 2부 대회 나가려고 제주에서 돌아가는 비행기도 미리 (영덕에서 가까운) 포항으로 끊어 놓았었다”며 웃었다.

최종 출전 명단이 발표될 땐 이미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으니 이번 강채연의 경우는 엄밀히 따지면 대기 선수는 아니라는 게 KLPGA 설명이다.

루키 김가희. 사진 제공=KLPGA

‘진짜’ 대기 선수의 운명은 훨씬 더 극적이다. 대회 전날이나 심지어 당일에 ‘전격 투입’이 결정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2년 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때 이준이는 아침 7시에 연락을 받고 8시께 티잉 구역에 섰다. 대기 2번이던 그는 출전 확률이 거의 없다고 여겨 캐디도 전날에 집으로 돌려보낸 뒤였다. 결국 첫 2개 홀을 스스로 골프백을 메고 돌았고 이후 용품 후원사 관계자가 백을 멨다. 후반 들어선 집에 갔던 캐디가 돌아와 임무를 다했다.

대기 선수가 있는 대회가 있고 없는 대회도 있다. 140명 출전 규모 대회보다 108명이나 120명 출전 규모의 대회에서 빈 자리가 생길 확률이 높다.

정규 투어 시드 순위가 높은 선수들은 상반기와 하반기 대회로 나눠 각각 한꺼번에 출전 신청을 한다. 그래놓고 못 나가는 대회가 생기면 출전을 취소할 수 있다. 각 대회 참가자 명단은 보통 해당 대회 2주 전쯤 확정되는데 이후 출전 취소자가 나오면 대기 선수에게 순번대로 기회가 간다.

강채연은 현장 대기 경험이 거의 열 번쯤 된다. “대기 1번인 적이 많았고 2·3번일 때도 여러 번이었는데 실제로 대회에 투입된 적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오경은은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대기 1번’으로 소중한 출전 기회를 기다린다. 사진 제공=KLPGA

기다림 끝에 기회를 얻지 못해도 얻어 가는 게 크다고 한다. 대회 개막 전날에 공식 연습 라운드 조 편성에 포함돼 정규 투어 대회 코스 세팅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고 대회를 준비하는 치열한 분위기를 느끼며 드라이빙 레인지와 연습 그린에서 샷과 퍼트를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인상 포인트 3위를 달리는 김가희도 두산 매치플레이 현장에 대기 선수로 나가 소중한 연습 경험을 쌓으며 내년 이 대회 출전을 기약한 케이스다.

대기 선수는 대회 1라운드 아침에 가장 먼저 대회장에 나가 있다. 첫 조 티오프 시간이 오전 6시 50분이면 훨씬 전부터 나가 혹시 모를 ‘콜’을 기다린다. 마지막 조에서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통증 등의 이유로 출전을 취소하는 선수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 조가 티오프 할 때까지 기다린다. 당일 대기 시간만 6시간 이상일 때가 많다. 외롭게 연습하며 만에 하나일 행운을 기다린다.

13일 경기 포천의 몽베르CC에서 시작되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는 오경은이 대기 1번으로 이른 아침부터 대회 출전의 소중한 기회를 기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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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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