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딤채 신화’ 재현 희망 ‘물거품’ 되나…"이제는 절망만"
H기업 인수 포기 의사에 회생 ‘제동’
13일 인수대금 최고기한 ‘실낱 희망’
인수 희망자 無…9월 재가동 ‘없던 일’
100명 재고용 ‘무산’ 현실화 우려
"자택 대기에 알바까지…생계 막막"

"지금은 초조하다기보다 절망감이 더 커진 상태죠."
12일 찾은 위니아 광주공장은 한때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을 이끌었던 '딤채 신화'가 무색할 정도로 적막했다. 공장 외벽에는 'WINIADIMCHAE'라는 대형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었지만 오가는 직원이나 물류 차량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문 너머로 보이는 공장도 한산했다. 생산동 앞에는 빈 팔레트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고 넓은 주차장 역시 대부분 비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는 9월 생산 재개를 준비했던 공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사무동에 들어서자 상황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수십 개의 칸막이 책상이 늘어선 사무실에는 빈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컴퓨터와 의자, 서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책상들은 당장이라도 직원들이 돌아와 업무를 시작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사무실을 지키는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멈춰선 공장과 함께 위니아의 회생 절차도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위니아딤채 자산을 인수하기로 한 H산업은 인수대금 330억원 가운데 계약금 30억원을 제외한 잔금 300억원을 지난달 24일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 측에 인수 포기 의사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3일은 미납 잔금 납부를 요구하는 최고(催告) 기한이다. 다만 이날 곧바로 위니아의 회생이나 파산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김경태 위니아 광주공장장은 "잔금 납부기한은 지난 7월 24일이었고, 8월 13일이 잔금 납부 최고기한이다"며 "13일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면 이후 법원에서 계약 해지 여부와 향후 회생 절차에 대한 판단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회생법원은 위니아의 공장설비와 토지, 지식재산권, 상표권, 특허권 등 유·무형 자산을 H산업에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청산형 회생계획을 인가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협력업체에 보관 중인 금형과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이달 중 시운전을 거쳐 9월부터 딤채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공장 내부 상황은 위기를 더욱 실감케 했다. 현재 전체 직원 170여명 가운데 실제 출근하는 직원은 광주공장과 성남사무소를 합쳐 25명이다. 생산 인력이 아닌 회생절차 과정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서류와 자료 등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 필수인력이다.
나머지 직원들은 사실상 자택 대기 상태다. 정상적인 임금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생계를 위해 별도의 일을 찾은 직원들도 적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우성 금속노조 위니아딤채지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잔금 납부기한 전까지만 해도 직원들과 계속 연락하며 상황을 지켜봤지만, 지금은 초조함을 넘어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며 "직원들은 자택에서 대기하거나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을 하면서 회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최종적으로 파산할 경우 직원들이 떠안게 될 체불임금과 퇴직금 문제도 남는다. 정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회생계획 인가 과정에서 신고된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관련 채권 규모는 약 850억원에 달한다.
정 위원장은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장기간 누적된 체불임금과 퇴직금 문제가 남아 있다"며 "회사가 파산하고 고용관계가 정리될 경우 직원들 입장에서는 생계 뿐 아니라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을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지도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