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모라토리엄 선언… 님비 덫에 걸린 AI 데이터센터 [이규화의 글로벌AI]

이규화 2026. 8.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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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맞춰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는 전력과 물 사용량 증가, 소음과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주에 이어 시카고시까지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추진하면서 AI 인프라 확대가 이른바 '님비'(NIMBY·내 지역에는 안 된다)의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가 세수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과 달리, 실제 고용 효과는 건설 단계에 집중되는 반면 전력·수도 인프라 비용과 환경 부담은 장기간 지역사회가 나눠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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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이어 시카고시도 건설중단 사태
소음·전기요금·수자원 문제로 주민 반대
AI 수요 급증을 인프라 속도가 못 따라가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만 1500개
이규화 대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맞춰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는 전력과 물 사용량 증가, 소음과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주에 이어 시카고시까지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추진하면서 AI 인프라 확대가 이른바 '님비'(NIMBY·내 지역에는 안 된다)의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시카고시는 11일(현지시간) 브랜던 존슨 시장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신규 건설 및 기존 시설의 실질적인 확장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추진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모라토리엄은 시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존슨 시장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수자원 고갈, 에너지 비용 상승, 지역사회 건강 훼손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카고에는 현재 39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앞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지난달 미국에서 처음으로 주 전체를 대상으로 1년간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전력과 물 수요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주민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조치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미국 15개 주의회가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약 1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동 중인 시설까지 포함하면 미국은 이미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시설은 3000개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AI 모델의 고도화와 서비스 확산 속도를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전력연구소(EPRI)는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이 현재 미국 전체 전력수요의 4~5% 수준에서 2035년에는 10~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지역에서는 전력망 확충과 발전소 건설 비용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미 에너지부가 의뢰한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보고서는 2028년 데이터센터의 하루 물 사용량이 2023년보다 약 2~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이 막대한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더해지면서 데이터센터가 지역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아마존 AI 데이터센터. AP 연합뉴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가 세수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과 달리, 실제 고용 효과는 건설 단계에 집중되는 반면 전력·수도 인프라 비용과 환경 부담은 장기간 지역사회가 나눠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I 산업 육성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세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액체 황금'에 비유하며 AI 산업이 석유보다 큰 산업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해왔다.

반면 호컬 주지사의 모라토리엄에 대해서는 "끔찍한 결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백악관은 지난 3월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아마존, 오라클 등 주요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시설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전기요금 상승을 막겠다는 내용의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을 발표하도록 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에 전가하는 비용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한 '에너지 감사'를 요구할 정도다.

결국 미국의 데이터센터 논쟁은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데이터센터 확충이 필수적이지만, 전력망·수자원·환경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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