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처마 밑 둥지’ 제비 새끼들 헥헥, 그러다 한 마리는···야생동물구조센터의 뜨거운 하루[현장]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7일 오전 8시50분. 충남 예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이하 구조센터)에 들어서자 ‘동물’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후텁지근한 공기에 동물 분변과 체취가 뒤섞여 센터 특유의 냄새가 배어 나왔다.
오전 9시부터 구조센터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구조센터는 휴무일이 없다. 특히 번식기인 6~8월은 구조 요청이 몰려 연중 가장 바쁜 시기다. 신고 접수부터 현장 구조, 치료와 재활, 계류장 관리, 방생까지 야생동물이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모든 과정이 센터 직원들의 몫이다.

현재 구조센터에 계류 중인 동물은 고라니 19마리와 너구리 34마리, 수달 3마리, 황조롱이 2마리 등 30종 157마리에 달한다. 이날도 새매와 참새 등 6마리를 구조했고 파랑새와 매, 황조롱이 등 5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동물도 사람도 지치는 더위
구조 활동은 신고가 접수되는 대로 현장에 나가지만, 방생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진행한다. 오전에는 계류장을 돌며 동물들의 회복 상태를 확인하고, 방생 가능 여부를 최종 점검한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파랑새 계류장이었다. 정예은 재활관리사(26)가 익숙한 솜씨로 뜰채를 들었다. 방생을 앞둔 파랑새 5마리를 한 마리씩 잡아 날개와 깃털, 꼬리와 배 상태를 살폈다. 그동안 파랑새는 연신 정 관리사의 손을 쪼아댔다.

경력자에게도 뜰채질은 쉽지 않다. 날개나 깃털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새를 몰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들과 씨름하는 사이 계류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가림막으로 직사광선을 막았지만 온도는 33도 안팎, 습도는 88%까지 올랐다. 금세 땀으로 흠뻑 젖은 정 관리사는 “이런 날씨는 동물들도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계류장 온도를 관리한다”며 “힘들지만 동물들이 건강을 회복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은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정 관리사가 방생을 준비하는 사이에도 신고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충남 유일의 야생동물구조센터인 만큼 도내 전역에서 구조 신고가 이어졌다.
폭염 속 야생동물 구조…고군분투
오전 10시50분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제비 구조 신고가 접수됐다. 새끼 제비가 둥지에서 자꾸 떨어져 플라스틱 바구니에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신고자는 점심 영업시간을 피해 와주길 요청했다.
이날 제비 구조는 박가현 재활관리사(30)가 맡았다. 먼저 충남 공주에서 제비를 방생하고, 세종으로 이동해 청딱따구리와 매를 자연으로 돌려보낸 뒤 조치원으로 이동해 구조하는 동선이다.
그는 이동 중에 틈틈이 물에 이온음료 가루를 타 수시로 마셨다. 폭염 속 탈수를 막기 위해서다. 선크림은 한두 시간마다 덧바르고, 팔 토시를 착용한다. 야외 작업이 길어질 때는 챙이 넓은 모자를 챙긴다. 만반의 준비를 해도 버거운 더위다. 최근에는 뙤약볕 아래 1시간 30분가량 구조·방생 작업을 하다 현기증을 느껴 풀썩 주저앉기도 했다.

한 시간가량을 달려 충남 공주시 탄천읍 인근 논에 도착했다. 종이상자를 열자 안에 있던 제비가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간 ‘공주 제비’는 운이 좋은 편이다. 구조를 받더라도 야생에 돌아가는 동물은 37%에 그친다. 나머지는 폐사하거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세종시 금남면의 한 야산에서는 10분가량 산길을 걸어 올라 청딱따구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이 청딱따구리는 도심 공원 인근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구조된 개체다. 구조된 장소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방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재차 유리창에 충돌할 가능성을 고려해 인근의 낮은 산을 방생지로 정했다.
폭염 속 제비 구조 증가…“생존 악영향”
마지막 매 한 마리는 세종 국책단지 인근 수변공원에서 방생했다. 그늘 한 점 없는 곳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방생 지점의 지표면 온도는 44도에 달했다. 매 역시 더위에 지친 듯 구조 상자가 열린 뒤에도 잠시 동안날지 못했다.

이날 방생은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모든 구조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조치원 구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제비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신고자는 “처마 밑 둥지가 너무 더울 것 같아 남은 새끼들도 걱정이 된다”며 “도울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비의 폐사 원인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현장에서는 극심한 폭염이 생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 관리사는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서 힘들어하는 개체가 눈에 띈다”며 “더위로 인해 입을 벌려 숨 쉬는 개구호흡을 하는 새들이 자주 관찰된다”고 말했다.

영국 피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의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를 보면, 폭염으로 인한 가뭄과 건조화는 제비의 생존과 번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물이 줄면 제비의 탈수와 고체온증 위험이 커지고, 둥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진흙도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 둥지가 작고 부실해져 알이나 새끼가 떨어져 죽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변화, 야생동물에게도 환경 스트레스
국내에서도 폭염 국면에서 제비 구조가 늘고,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남·경남·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전남 구조센터가 올해 구조한 제비는 46마리로, 지난해 14마리에서 크게 늘었다. 경남에서도 지난해 연간 29마리를 구조했는데, 올해는 지난 11일까지 22마리에 달했다. 충남에서는 지난 7일까지 구조된 제비 70마리 가운데 20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조류학자 정다미 박사(꾸룩새 연구소장)는 “올해 제비의 둥지 이탈이나 구조 사례 증가를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폭염과 같은 높은 기온이 번식기 제비에게 추가적인 환경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둥지의 위치에 따라 실제 온도와 열 노출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둥지 위치별 온도와 새끼의 생존·이탈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아···0.41%P 차’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석패
- “호우~ 품절남 됐어요” 구찌 매장 직원과 10년 사랑 ‘결실’…호날두, 조지나와 결혼
- “그 시대엔 다 그랬다?”…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이 소환한 ‘의사’ 독립운동가들
- “스벅 가야지” 외쳤던 그곳서, 배재고 ‘90도 인사 복귀전’···고요한 더그아웃에 “기죽지
- 김희철이 발끈한 ‘엉터리 태극기’…“그리기 어려워서?” 제작 가이드라인 버젓이 있다
- ‘갈비사자’ 바람이, 구조 3년 만에 하늘의 별 됐다···청주동물원서 ‘폐사’
- 테슬라에 불 옮겨 붙을 뻔···가뭄 지원 가다 ‘대형 화재’ 막아낸 영웅들
- “뭘 벌어야 세금도 내지”···화려한 세제개편안, 저소득 청년엔 ‘그림의 떡’
- [현장]이 더위에 ‘처마 밑 둥지’ 제비 새끼들 헥헥, 그러다 한 마리는···야생동물구조센터의
- [단독]근거도 없이 “내부고발했지?”···직원 왕따시킨 KBO 임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