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말라붙은건 기후변화때문만은 아냐, 습지 파괴·댐 건설로 강 건강성 훼손된 탓”

세르비아 프라호보 항구 주변 다뉴브강에선 올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수위 저하로 인해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 나치 독일이 스스로 침몰시킨 선박 수십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난파선 중 한 척은 강 수위가 낮아진 나머지 강바닥 모래톱 위에 전체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에도 강수량이 적었던 해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침몰선들이 보인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배 전체의 모습이 보이도록 수위가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1일 최근 가뭄으로 수십척의 나치 선박들이 모습을 드러낸 동유럽 다뉴브강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침몰선들은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오싹한 상징일뿐 아니라 우리의 환경적 미래에 대한 불길한 경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올여름 가뭄으로 다뉴브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냉각수 확보가 어려워지자 헝가리와 루마니아 등의 원전은 가동이 중단됐거나 중지 위기에 처했다. 루마니아는 전체 발전량의 20%를 차지하는 원전의 가동이 어려워지자 강바닥의 암반을 폭파해 원전 냉각수 흡입구로 물을 유도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또 바지선을 침몰시켜 물의 흐름을 바꾸는 방법까지 사용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냉각수 확보 수단마저 사용케한 다뉴브강 수위 저하의 원인을 대부분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탓이라고 여기지만 가뭄이 발생하는 방식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강 주변 토양에서 더 많은 수분이 증발되는 탓에 기존에는 별다른 영향 없이 지나갔을 강수량 부족으로도 가뭄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동유럽의 강우량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의 기후과학자 사라 큐는 “유럽 전역에서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그 결과 대기가 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같은 강수량 부족에도 가뭄 상태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동유럽에서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해 토양의 수분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약 11배 더 높아진 상태다.
지난 2세기 동안 유럽 전역의 하천에서 이뤄진 댐과 보 건설, 준설 작업 등으로 인해 강 주변 토양 등에 저장돼 있던 물이 상당 부분 소실된 것도 가뭄의 원인이다. 강은 사람 눈에 보이는 물줄기 외에도 습지 등 범람원과 주변 토양에 대량의 물을 저장하고 있는데, 유럽의 강들은 이미 가뭄 전부터 이 막대한 수량을 잃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유럽 환경단체인 ‘리버워치’를 이끄는 활동가 울리히 아이헬만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인터뷰에서 “유럽의 강은 이미 병든 상태였다”면서 “폭염과 가뭄이 그 피해를 더 눈에 띄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기상재난을 기후변화 때문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다뉴브강의 범람원은 댐 건설 등으로 인해 자연 상태였을 때에 비해 약 80%가 줄어든 상태다. 오랜 기간 이뤄진 직선화로 인해 거대한 수로처럼 변해버린 탓에 다뉴브강이 물을 머금고 있는 기간도 짧아졌다. 다뉴브강과 라인강 등 유럽의 대형 하천들은 지구상에서 댐이 가장 많은 강들로도 꼽힌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전했다.
유럽의 과학자, 환경단체 등은 올여름과 같은 극심한 가뭄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강을 자연적인 모습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의 자연성을 회복시켜 강 주변의 토양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게 하면 공기가 건조해지고, 수량이 줄어도 가뭄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헬만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강을 복원하고 강에게 더 많은 공간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웻랜드인터내셔널 유럽, 세계자연기금(WWF) 유럽, 유럽환경단체들의 연합기구인 유럽환경국 등은 지난달 28일 유로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은 수십년 동안 자연의 물 저장 능력을 훼손했으며, 그로 인해 홍수와 가뭄의 위험성이 높아졌다”면서 강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이 2024년 제정한 자연복원법에는 2030년까지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철거가 필요한 인공 장애물, 즉 댐, 보, 둑 등을 확인하고 철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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