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말라 죽어" 전국 소방 물탱크차 200대 경남에 달려갔다 [현장]

이동렬 2026. 8.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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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운전리 들녘.

이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 소방본부 소속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인력 400명이 경남 현장으로 일제히 이동했다.

현장에서 방수를 지휘한 방재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천소방서 소방위는 "오전 5시 이천에서 출발해 화장실만 한 번 들르고 3시간 반 넘게 달려왔다"며 "1만2,000리터 대형 물탱크차의 65㎜ 호스 압력이 너무 세면 벼가 누울 수 있어 압력을 약하게 조정해 방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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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소방동원령 경남 밀양 등 14개 시·군 집결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에… 순환 급수 총력
강수량 평년 60%… 18개 시군 중 17곳 가뭄
가뭄이 장기화하고 있는 12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의 한 논에서 소방대원이 급수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은 전날 오후 8시를 기해 경남지역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농업·생활용수 공급 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다른 시·도 소방본부 소속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대원 400명 등이 경남지역에 투입돼 오는 13일까지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밀양=뉴스1

12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운전리 들녘. 극한 폭염에 이은 가뭄으로 벼 잎끝이 틀어지며 벌겋게 말라 들어가고 있었다.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마을 이장 이기준(67)씨는 “원래 덕곡저수지에서 물을 대던 곳인데 가뭄으로 물이 나오지 않아 일주일만 지나면 벼가 바짝 말라 죽을 상황이다”라며 “비가 오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경남에 이날 전국 소방 물탱크차 200대가 긴급 집결해 비상 급수 작전에 돌입했다. 소방청은 전날 오후 8시를 기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 소방본부 소속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인력 400명이 경남 현장으로 일제히 이동했다.

12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한 논에서 119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밀양=뉴시스

가뭄으로 용수 부족이 가장 심각한 밀양시에 물탱크차 40대가 긴급 동원돼 급수 지원을 시작했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전국에서 출발한 소방대원은 밀양강에서 끌어올린 물을 물탱크에 채운 후 바싹 마른 논에 소방 호스를 연결해 용수를 공급했다.

현장에서 방수를 지휘한 방재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천소방서 소방위는 “오전 5시 이천에서 출발해 화장실만 한 번 들르고 3시간 반 넘게 달려왔다”며 “1만2,000리터 대형 물탱크차의 65㎜ 호스 압력이 너무 세면 벼가 누울 수 있어 압력을 약하게 조정해 방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경기와 강원 소속 소방차 등이 1대당 20분씩 물을 뿌린 뒤, 다시 취수장으로 이동해 물을 채워오는 순환 급수가 이어졌다.

가뭄에 애를 태우던 농민들은 이를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년째 농사를 지어온 노경애(47)씨는 "한창 쌀이 올라오는 시기라 물이 충분해야 볍씨가 여무는데 그게 안 되던 상황에서 오늘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려주니 정말 고맙고 생명수처럼 느껴진다"고 반색했다.

소방대원이 12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에서 급수 작업을 하고 있다. 밀양=연합뉴스
12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청운리 들녘에서 홍천소방서 소방대원들이 극심한 가뭄으로 말라가는 논에 소방 호스로 비상 급수를 하고 있다. 밀양=이동렬 기자

인근 부북면 청운리 일대 농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홍천소방서 물탱크차가 배치된 청운리 417번지 일원 들녘에서는 약 2,500㎡의 논에 비상 급수가 이뤄졌다.

부북면 하류 일대에서 5헥타르(ha) 규모의 벼농사를 지어온 농민 조모(56)씨는 “오늘 급수한 곳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가산저수지 하류 쪽은 물길이 끊긴 지 오래라 당장 이번 주 내로 비나 급수가 이어지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통째로 망칠 판”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현재 경남 지역의 가뭄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은 586.7㎜로 평년의 60.3%에 그쳤으며, 지난달 강수량은 평년 대비 5분의 1 수준인 23%에 불과했다. 도내 18개 시·군 중 함양군을 제외한 17개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단계에 접어들었다.

12일 경남 밀양시 교동 밀양종합운동장 주차장에 경기도·강원도 등에서 온 소방차량이 집결해 있다. 밀양=뉴시스
12일 경남 밀양시 교동 밀양종합운동장 주차장에 경기도·강원도 등 소방차량이 집결해 있다. 밀양=연합뉴스

이 가운데 밀양·거제·함안 3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뭄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가 발령됐다. 창원·진주·김해·양산·의령·창녕·하동·산청·합천 등 9곳은 '경계', 통영·사천·고성·남해·거창 등 5곳은 '주의' 단계다. 도내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 역시 34.1%로 평년(71.3%)의 절반 이하에 머물고 있다.

경남도와 소방당국은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규모 수도시설 및 상수도 미보급 도서 지역 26곳에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한편,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 급수 체계를 유지하며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남 지역에는 4,769톤의 농업 용수 등이 공급됐다. 급수 지원은 13일까지 이어진다.

밀양=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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