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불로 몸살 앓는데···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방화 논란

레바논 남부에서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이 방화로 의도적인 산불을 일으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쟁을 빌미로 점령지 일대를 초토화해 사실상 전후에도 레바논 주민들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의 소방관들과 지역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레바논 산림 지역을 군사적 목적의 지하 터널을 은폐하는 데 이용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키암 외곽의 산림 지역에 조명탄을 쏴 산불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나바티예 지역의 민방위 책임자인 후세인 파키흐는 가디언에 “화재를 진압하려 접근했지만 무인기(드론) 공격 때문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출동 임무 대부분이 화재 관련”이라며 “엄청난 규모의 산림 지역이 불탔다. 전선에서 가까운 지역에서는 토지의 30~40%가 화재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소방관과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의 산림, 올리브 농장과 농경지 곳곳에서 화재를 일으켰다고 증언했다. 파키흐는 “휴전 직후부터 이런 일이 시작됐고, 매일 소이탄 공격이 있었다”며 “소형 드론이 날아와 소이 물질을 투하하고, (백린) 포탄이 산림을 향해 발사되며, 낮에도 조명탄을 투하해 식생에 불이 붙게 한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스라엘의 포탄과 드론이 건조한 목지와 산림에 불을 붙였다고 했다. 지난 7일에는 국경에 가까운 크파르슈바와, 제진과 서부 베카 계곡 사이에서 드론 공격으로 큰 산불이 발생했다. 이 지역 민방위 책임자인 사미르 하르단은 소방 작업도 원활치 않다고 했다. 현재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인 양국은 ‘충돌 방지’ 기구를 통해 소통하는데 이 기구에 소방 작업을 요청한 뒤 허가가 떨어져야 소방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르단은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허가받은 곳은 두 곳뿐이었으며, 다른 지역에서 화재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했다.
환경단체들은 최근의 화재가 이스라엘군의 오랜 관행이라며 ‘생태계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레바논 환경보호단체 ‘그린 사우더너스’의 히샴 유네스는 “생태계가 재생하며 생명을 유지할 능력을 점진적으로 훼손하는 파괴의 패턴”이라며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주민들이 땅으로 돌아와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를 사람이 다시 이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초토화 전술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국경 마을 야룬의 피란민들은 이스라엘군이 점령했던 땅에 돌아온 뒤 올리브나무와 과일나무 농장, 주택이 불타버린 것을 발견했다. 하페즈 가샴 야룬 시장은 “이스라엘군은 이미 마을 전체를 불도저로 밀어버렸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가샴 시장은 “이스라엘군은 이 땅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 우리 마을의 역사와 문화, 모든 기억을 지우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마치 이곳에 아무도 살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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