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을 ’1000주’로 잘못 배당…삼성증권, 국민연금에 18억 배상 확정

김은경 기자 2026. 8. 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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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 배당금 28억 대신 28억株 잘못 지급
일부 직원들 대량 매도로 주가 11% 폭락
대법, 국민연금 손실 중 50% 배상책임 확정
삼성증권 /조선DB

2018년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1000주’로 잘못 입력해 주가가 급락한 사고와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에 18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2일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삼성증권이 국민연금에 18억6681만여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건은 2018년 4월 삼성증권이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당시 담당 직원은 주당 1000원씩 현금 배당을 해야 했는데, 전산 시스템에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담당 팀장도 이를 알아채지 못한 채 승인했다. 그 결과 직원 2018명의 계좌에는 현금 28억여 원 대신 삼성증권 발행 주식의 30배가 넘는 약 28억1295만주가 전산상 입고됐다. 당시 주가로 약 112조원어치였다.

삼성증권은 사고를 파악한 뒤 직원들에게 잘못 들어온 주식을 팔지 말라고 공지했지만 직원 22명이 약 1208만주에 매도 주문을 냈고 이 가운데 16명이 주문한 약 501만주의 거래가 실제 체결됐다. 사고 당일 삼성증권 주식 거래량은 전날의 40배가 넘는 2080만주까지 치솟았다. 대량 매물이 쏟아지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약 11% 넘게 떨어졌다.

당시 삼성증권 주식 1123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사고 이후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봤다며 이듬해 삼성증권을 상대로 299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삼성증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삼성증권이 전자금융 거래가 안전하게 처리되도록 관리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발행 주식 수를 초과하는 주식 배당 등 비정상적인 금융 거래를 탐지·차단할 의무가 있는데 삼성증권이 이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배당 사고가 당일부터 사흘째 거래일까지 주가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이 기간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도해 입은 손해를 약 38억6200만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주가에는 사고 외에도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고 국민연금 역시 자체 판단으로 주식을 대량 매도한 점 등을 감안해 삼성증권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여기에 주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수해 얻은 이익(약 6410만원)을 빼 최종 배상액을 18억6681만여 원으로 정했다.

1·2심 재판부는 배당 담당 직원의 실수가 곧바로 국민연금의 손해로 이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직원들의 고의적인 대량 매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당 담당 직원들도 잘못 입고된 주식이 실제로 팔릴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이들의 실수와 국민연금의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 역시 직원들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같은 사용자 책임을 추가로 인정하더라도 국민연금이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나 삼성증권의 책임 비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실제로 내다 판 일부 직원 8명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 혐의 등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됐다. 2022년 대법원은 가담 정도가 큰 4명에게는 징역 1년~1년6개월에 집행유예 2~3년, 벌금 1000만~2000만원이 선고됐다. 나머지 4명에게는 벌금 1000만~2000만원이 선고됐다.

삼성증권은 사고 이후 외부 컨설팅 업체와 함께 전사 업무 절차를 점검해 사고 위험이 있는 수백 건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내부 통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금융 당국도 현금 배당 과정에서는 주식이 입고될 수 없도록 현금·주식 배당 시스템을 분리하고, 발행 주식 수를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주식 입고나 매매를 실시간으로 잡아내는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증권업계 전반에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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