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탈 쓴 바이오연료의 그늘...섞는 양만 늘리고 원료 검증은 뒷전?

이한 기자 2026. 8. 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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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에서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는다. 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들어 기존 경유와 섞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바이오디젤 사용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이 단어가 곧 원료의 생산부터 연료가 사용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친환경임을 증명하는 건 아니다. 어떤 원료를 사용했는지,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산림이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생산·운송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됐는지에 따라 실제 환경 성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바이오연료 확대 정책이 팜유 수요를 급증시켜 산림 훼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장소 등과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런 가운데, 한국의 바이오디젤 혼합의무제도(RFS)가 시행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정작 원료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를 따지는 제도는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정책이 연료 혼합량 확대에 집중한 반면 원료의 환경성과 공급망 위험을 관리하는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이 10일 발간한 바이오연료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인도네시아산 팜유·팜 파생물의 90% 이상이 산림·이탄지 훼손, 토지권 분쟁, 부패 등 환경·사회적 리스크가 확인된 공급업체 그룹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수치가 "물량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뜻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다만 이런 위험 신호를 걸러낼 국내 제도가 사실상 없다는 정책 공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혼합률은 늘었는데, 원료는 안 따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 정유사가 판매하는 경유에 일정 비율 이상의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섞도록 한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를 도입한 이후,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왔다. 현재 혼합의무 비율은 4%(BD4)이며,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8%(BD8)로 올릴 계획이다. 여기에 항공 부문에서는 2027년부터 국제선에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이 의무화되고, 해운 부문에서도 국제해사기구(IMO)의 넷제로 체계에 맞춰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가 관리해 온 것이 '얼마나 섞었는지'와 연료 품질뿐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원료별로 실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는지, 생산 과정에서 산림과 지역사회에 어떤 위험이 있었는지를 의무적으로 확인·공개하는 절차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론, 팜유가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되는 것 자체가 곧바로 환경에 부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팜유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고 생산비가 낮다는 장점이 있어 널리 사용돼 왔다. 다만 팜유 생산이 산림파괴와 이탄지 전환, 생물다양성 감소 등과 연결될 경우 바이오연료가 기대하는 기후 편익이 줄어들 수 있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에서 "현행 RFS는 혼합량과 연료 품질, 의무이행 실적을 관리하지만, 공급망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을 평가하는 전과정평가(LCA), 산림파괴·이탄지 훼손과 연계된 원료를 배제하는 구속력 있는 지속가능성 기준, 원산지 추적성과 기업의 환경·인권 실사를 의무이행 인정의 핵심 요건으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에서 팜유·팜 파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었다. 2024년 기준 팜유와 팜 파생물은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의 72%를 차지했는데, 이는 RFS 도입 이전인 2015년(50% 미만)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물량으로 보면 2024년 76만 6,000톤으로, 2015년보다 약 4배 증가했다. 팜유 정제품의 주요 공급국은 말레이시아이지만, 팜지방산증류물(PFAD)·팜폐수유(POME) 등 팜 파생물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산이다. 이들 파생물은 여러 착유공장과 정제시설을 거치며 혼합되는 특성상 원산지 플랜테이션까지 역추적하기가 특히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수출량 상당수 '위험 신호'와 연결"

기후솔루션은 2023~2025년 상업용 선적 기록을 분석해, 한국 기업이 조달한 인도네시아산 팜유·팜 파생물의 흐름을 추적했다. 그 결과 한국행 물량은 인도네시아 정제소 37곳에서 나왔고, 이 중 13곳이 전체 물량의 약 90%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90% 이상의 물량이 산림·이탄지 훼손, 토지권 분쟁, 법적 제재, 부패, 공급망 투명성 문제 가운데 하나 이상이 정부 자료·인증기관 기록·기업 공시·시민사회 조사로 확인된 공급업체 그룹과 연결돼 있었다.

이 수치를 해석할 때 유의할 점은 있다. '90%가 불법'이라는 뜻이 아니고, 한국이 대량으로 조달하는 공급망 중 상당수에서 위험 신호가 발견됐는데도, 이를 의무적으로 확인하고 대응하게 하는 국내 규칙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문제 제기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재해와의 연관성이다. 2025년 11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북수마트라·서수마트라 일대에서는 1,208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만 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대홍수가 있었다.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한국행 수입 물량의 23%가 이 홍수 피해지역에 양허지(플랜테이션 사업권)나 조달망을 둔 공급업체 그룹과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마트라 홍수 피해 지역(왼쪽) 및 홍수 이후 모습. 2025년 발생한 이 홍수는 팜유 플랜테이션이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기후솔루션 보고서 갈무리. Google Earth, "Galodo Padang Panjang -Nov 2025" by Rahmatdenas, Wikimedia Commons, CC BY 4.0.)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 정부 스스로도 토지이용 관행이 재해를 키웠다고 인정해, 홍수와 연관된 위반을 이유로 28개 기업의 산림이용 허가를 취소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런 재해 연계 원자재 교역에 대응할 별도의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아울러 팜 플랜테이션 확대에 따른 산림 손실과 이탄지 배수가 유역의 빗물 흡수 능력을 떨어뜨려 홍수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 시장으로 팜유·팜 파생물을 들여오거나 바이오연료로 가공하는 주요 기업은 제이씨케미칼, DS단석, SK에코프라임, GS글로벌, HD현대오일뱅크 등이 있다. 보고서 발간 시점 기준, 이들 기업 가운데 공급망 전체에 적용되는 산림파괴·이탄지 개발·착취 금지(NDPE) 정책이나 이에 상응하는 조달 기준을 명시적으로 공개한 곳은 없다. 3개 기업은 지속가능성 보고서 자체를 발간하지 않았고, 5개 기업 모두 해당 보고서 작성을 위한 기후솔루션 측 설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지속가능 팜유 인증(ISPO), 지속가능 팜유 협의체(RSPO), 국제 지속가능성·탄소 인증(ISCC) 등 기존 인증제도의 한계도 짚었다. ISPO는 산림파괴 기준일이 없고, RSPO는 집행력과 감사인의 독립성이 취약하며, ISCC는 현장 검증보다 운영자의 자기보고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세 제도 모두 인도네시아 전체 플랜테이션 면적의 절반도 포괄하지 못한다.

전문가는 연료 혼합량 확대에만 집중하지 말고 환경성과 공급망 위험을 구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엘레오노라 파산 기후솔루션 산림팀 연구원(보고서 저자)은 "혼합량에는 정책적 가치를 부여하면서 원료의 산림·배출·인권 비용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제도가 만든 구조적 결과"라며 "정부가 혼합률부터 높이고 안전장치를 뒤로 미룬다면 장부상 감축 실적을 위해 기후·생태·인권 비용을 해외에 전가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과정평가, 산림파괴 배제 기준, 추적성과 기업·금융기관의 공급망 실사를 추가 확대보다 먼저 제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팜유 함유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환경적인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국내 바이오연료 정책을 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온라인 세미나(웨비나)가 열렸다. 당시 세미나에서는 제주 지역 바이오중유 발전소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석탄화력발전소 보다 높고, 사용 연료의 성분과 혼합비율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토론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를 넘어 그 에너지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세미나에는 이번 보고서 저자인 파산 연구원도 참여했다. 그는 현장에서 "한국의 바이오연료가 팜유 및 그 부산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산림파괴와 인권침해를 해외로 전가하는 구조를 고착화한다며, 지속가능성 검증체계 강화와 고위험 원료의 단계적 제외, 폐기물 기반 대체연료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와의 격차…"한국이 '누출 시장' 될 수도"

이번 보고서가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국제 기준과의 격차다. EU는 2027년부터 시행되는 산림전용 방지 규정(EUDR)을 통해 팜유 등 원자재가 산림파괴와 무관하고 완전히 추적 가능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지침에 따라 팜유·대두 기반 바이오연료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 체계 역시 2027년부터 발효되는 새 표준을 통해 상류 부문의 토지 탄소 영향을 산정하지 않은 바이오연료는 더 이상 '탄소중립'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한국에는 거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EU가 산림파괴 없는 공급망 요건을 강화함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공급업체들은 규제 도입이 지연된 국가, 즉 ESG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바이오연료에 인센티브를 주는 한국과 같은 나라로 수출 물량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한국은 글로벌 노스(Global North) 국가 중 NDPE를 채택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산 팜유의 수입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의 38%가 NDPE 정책이 없는 공급업체와 연결돼 있었고, 정책 채택 여부가 불분명한 곳까지 포함하면 42%에 달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 등에 ▲전과정평가(LCA) 의무화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 도입 ▲공급망 실사(due diligence) 규제 도입을, 기업에는 ▲산림파괴 없는 공급망 서약 ▲인권 및 환경 실사 이행 ▲리스크 관리 및 공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안를 종합하면, 제도권을 향한 지적은 결국 '검증 체계의 공백'으로 모인다. 기후솔루션은 바이오연료 정책의 기준 자체를 '얼마나 혼합했는가'에서 '검증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했는가'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료를 태우는 순간의 배출만 볼 게 아니라 원료를 생산·수거하고 가공·운송해 사용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나온 배출을 계산하는 전과정평가(LCA)가 필요하다. 

특히 연료용 작물 수요가 늘면서 기존 농업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고, 그 결과 새로 훼손되는 산림·이탄지에서 발생하는 배출, 즉 간접 토지이용변화(ILUC)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한 연료만 재생에너지 실적과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고, 산림파괴나 인권 침해와 연계된 고위험 원료는 배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플랜테이션에서 착유공장, 정제소, 수입기업으로 이어지는 원료 정보를 공개하고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추적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의 자기신고나 인증서 보유 여부만으로 의무이행을 인정해서는 안 되며, 인증은 공급망 실사를 대체하는 면책 수단이 아니라 검증에 활용되는 증거 중 하나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주장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선언적 서약을 넘어선 조치가 요구된다. 기한과 적용 범위를 명시한 산림파괴 없는 공급망(NDPE) 정책을 공급망 전체로 확대하고, 위반이 확인된 공급업체에 대한 배제 기준과 개선조치 이행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아울러 바이오연료 공급망에 관여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들에 투융자하는 금융기관에도 환경·인권 실사, 고충처리와 피해구제, 위험관리 및 공시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안전장치를 갖추더라도 팜 기반 원료에 대한 구조적 의존도 자체가 줄지 않는다면 리스크는 계속 남을 수 있어, 제도 정비와 함께 원료 다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제도 정비한 해외 사례는? 

해외에는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 관련 제도를 정비한 사례가 관찰된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12일 <뉴스펭귄>에 "EU가 RED를 통해 고ILUC 위험 원료인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향을 정한 이후, 일부 국가에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스는 2019년 법 개정을 통해 팜유를 바이오연료 관련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해 2020년부터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를 세제상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독일은 2023년부터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를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실적에 산입하지 않도록 했고 지난해 12월 제안된 개정법 초안에서는 팜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재물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독일에선 팜유 생산 잔재물로 만든 바이오연료를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실적에 산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정법이 올해 통과돼 오는 2027년부터 적용된다.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 중에서는 노르웨이가 공공조달에서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를 배제하고, 2020년부터 산림파괴 위험이 높은 원료 기반 바이오연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제한하는 등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의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