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오르면 증시 끝물?...모건스탠리 “반도체 다음은 LG삼형제”

12일 LG전자 주가가 장중 10%대 상승하면서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됐다. 주가가 단시간에 급등·급락할 때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해 가격 변동을 완화하는 제도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LG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3% 상승한 20만6000원에 거래 중이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7.7%)와 SK하이닉스(7.4%)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주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을 앞두고 기대 심리가 주가를 밀어 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남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6월에도 한국에서 만남을 가진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이날 ‘LG 3사,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AI 수혜주의 다음 단계가 반도체를 넘어 ‘지능형 하드웨어(Intelligent Hardware)’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며 “이 분야에서 LG전자(LGE)와 LG이노텍(LGI)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LG그룹은 가전과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센서, 배터리, 스마트팩토리, 기업용 소프트웨어까지 갖춰 한국에서 가장 포괄적인 ‘피지컬 AI’ 생태계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는 “LG전자는 AI홈과 로봇, 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AI 데이터센터 냉각을 아우르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LG이노텍은 카메라·라이다 등 AI 센싱과 광학 부품,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등 AI 인터페이스에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의 로봇용 배터리와 LG CNS의 스마트팩토리·AI 구축 역량까지 더해지면서 LG그룹 전체가 현실 세계에서 AI를 구현하는 하나의 ‘피지컬 AI 스택’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LG전자를 더 이상 전통적인 가전 경기민감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 이후 AI 투자 수혜가 로봇과 데이터센터 냉각 등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LG전자의 장기 이익 잠재력이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시의 오래된 속설인 ‘LG전자 고점 징크스’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증시 고점을 미리 알리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도주가 충분히 오른 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형주까지 자금이 번지는 현상이 상승장 막바지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상승장 초반에는 실적과 성장성이 뛰어난 주도주가 먼저 오르지만, 주가가 비싸지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을 찾아 이동한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저평가 대형주’로 여겨졌던 LG전자까지 급등하기 시작하면 “이제 살 종목이 거의 다 오른 것 아니냐”는 경계론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두 달 전에는 ‘LG전자 고점 징크스’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LG전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회동 기대가 부각되면서 5월 말과 6월 초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6월 2일 종가는 39만2500원까지 치솟았다. 코스피도 비슷한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6월 초 장중 8900선 가까이 치솟았던 코스피는 이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이 쏟아지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LG전자 역시 최고가에서 최근 18만원 안팎까지 떨어져 반 토막 이상 났다. 결과적으로 당시 LG전자 급등 시점과 증시 고점이 거의 겹친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코스피와 LG전자 모두 6월 고점에서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상태다. LG전자 자체의 실적도 개선됐다. LG전자는 2분기 매출 23조8265억원, 영업이익 1조5791억원을 기록했다. 전장 사업과 생활가전 수익성이 개선됐고, 로봇과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등 신사업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번 ‘LG전자 고점 징크스’가 다시 통할지를 판단하려면 LG전자 한 종목보다 순환매가 어디까지 퍼지는지를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존 주도주의 상승 동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실적과 무관하게 그동안 오르지 않았던 종목들이 잇달아 급등한다면 상승장 후반의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커진다”며 “반대로 실적이 개선된 낙폭 과대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라면 정상적인 순환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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