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규의 AI픽] AI가 바꾼 '검색의 문법'…네이버앱 앞선 구글앱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2000년대 초반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돌풍을 일으켰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야후까지 무너지며 전 세계에서 구글 천하가 시작됐지만 한국 시장은 달랐다. 네이버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구글의 키워드 기반 검색에 맞서 네이버는 지식iN, 블로그, 카페, 프리미엄 콘텐츠 등 자체 생태계 안에서 수많은 이용자 생성 콘텐츠(UCC)와 커뮤니티를 촘촘히 엮어냈다. "한국인의 질문에는 한국 포털이 답한다"며 애국 마케팅도 일조했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지만 네이버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며 네이버는 제2의 도전을 맞았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앞세운 구글이 초기 검색을 독점했다. 네이버는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웹브라우저에서 초기화면 설정을 별도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네이버는 여전히 '첫 화면'이었다.
여기에 더해 지도, 쇼핑, 웹툰, 블로그 등 각종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연결해 구축한 네이버의 생태계는 구글의 도전을 물리쳤다. 마치 철옹성 같았다. 이렇게 20년 넘게 인터넷 시대가 스마트폰 시대로 이어지는 사이 대한민국 검색 시장은 네이버에게 우선권이 있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이 시장에도 변화가 왔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져온 '검색 문법의 근본적 변화'다.
7월 기준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구글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천702만2천854명을 기록하며 생산성 앱 분야 1위에 올랐다. 반면 네이버 앱은 4천684만5천017명에 그치며 17만7천837명 차이로 구글에 선두를 내주었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를 시작한 2021년 3월 이후, 구글이 네이버를 모바일 이용자 수에서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네이버를 쓰던 사람들이 변심해 구글로 대거 갈아탔을까? 그렇다기 보다 AI 서비스 제미나이를 이용하기 위해 구글 앱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생성형 AI 확산과 맞물린 구글 생태계의 동반 상승세다. 생산성 앱 순위 3위에는 4천245만7천506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구글 크롬이 이름을 올렸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와 AI 검색 기능이 크롬 브라우저 및 구글 앱 전체와 깊이 통합되면서,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AI 검색 환경으로 흡수된 결과다. 포털 시장의 또 다른 축에서도 지각변동은 가파르다. 오픈AI의 챗GPT는 7월 MAU 1천645만6천151명을 기록해 국내 주요 포털 중 하나인 다음(630만7천395명)을 2.6배 차이로 여유 있게 제쳤다.
이러한 수치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과거의 검색 경쟁이 '얼마나 많은 블로그와 포털 내부 콘텐츠를 연결해 주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생성형 AI 시대의 검색은 '사용자의 의도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여 원하는 형태의 정답과 생산성을 즉각 제시하느냐'의 싸움으로 전환되었다.
이용자들은 이제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블로그 링크를 일일이 클릭해 확인하는 수고를 들이는 대신, AI가 정리해 주는 결론을 원한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OS 생태계 전반에 제미나이를 도입해 이 같은 이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네이버 역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검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AI 기반 검색 시대에는 기존 콘텐츠, 커뮤니티 전략만으로는 이용자 이탈을 막기 어렵다. 기존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애국 마케팅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판은 뒤집혔다. 결국은 기술 고도화 외에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