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이름 바꾼 한컴…AI보다 먼저 풀어야 할 김연수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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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가 36년 만에 사명을 '한컴'으로 바꾸고 인공지능(AI) 기업 전환을 선언했다.
오피스 시장은 MS 중심으로 재편됐고 한컴은 국내 영향력은 유지했지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컴이 제시한 '소버린 에이전틱 OS'는 자체 LLM 개발보다 기업 내부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을 연결하는 AI 운영 플랫폼에 초점을 맞춘다.
팔란티어가 자체 LLM 대신 데이터 통합 플랫폼과 기업용 AI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처럼, 한컴도 30년 이상 축적한 문서 데이터와 공공시장 경험, 기존 고객 기반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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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한글과컴퓨터가 36년 만에 사명을 ‘한컴’으로 바꾸고 인공지능(AI) 기업 전환을 선언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한컴 2세 김연수 대표가 있다.
김 대표 앞에는 김상철 회장 체제에서 인수합병(M&A)으로 확장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AI 중심의 성장 전략을 기업가치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소버린 에이전틱 OS’를 앞세운 AI 플랫폼 전략이 실제 수익성과 주주가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김연수 체제의 첫 시험대로 떠올랐다.
확장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김상철 회장 체제에서 한컴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외형을 확대했다. 기존 문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기반으로 드론, 우주, 블록체인, 헬스케어 등 미래 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계열사 수는 8개에서 38개까지 증가했다. 성장 정체에 놓인 소프트웨어 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달라졌다. 투자자들은 사업 확장보다 투자 대비 성과와 자본 효율을 따지기 시작했다. 사업 영역 확대 과정에서 기업 정체성이 흐려졌고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요인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간 연계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핵심 사업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연수 체제의 방향은 선택과 집중이다. 한컴은 올해 한컴인스페이스를 약 319억원에 매각했고 한컴라이프케어 매각 검토도 철회했다. 사업별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과정이다.

국민 SW의 성공과 한계…AI 전환의 출발점
한컴의 출발점은 ‘아래아한글’이다. 1990년대 아래아한글은 국내 PC 보급과 함께 성장했다. 공공기관과 학교, 기업 시장에서 문서 작성 프로그램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 매각 논란을 국민 모금 운동으로 막아낸 사건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상징적 사례로 남았다.
한컴의 경쟁력은 한국어 문서 처리 기술과 공공시장 기반이었다. 안정적인 고객 기반은 장기간 매출을 지탱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오피스 시장은 MS 중심으로 재편됐고 한컴은 국내 영향력은 유지했지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컴은 이후 모바일·웹 오피스, 클라우드, AI 기술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번 사명 변경은 문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이동하려는 시도다.
확장 이후의 기업가치 재설계 과제
한컴은 김상철 회장 체제에서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시장에서는 사업 간 시너지와 자본 효율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2026년 3월 말 기준 한컴 최대주주는 한컴위드로 26.73%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컴 지분 1.36%와 한컴위드 지분 9.07%를 들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5.68%다.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보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김연수 체제가 어떤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실행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실적은 변화의 기반이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986억원,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1.4%에 달했다. 연결 기준으로도 2분기 매출은 1200억원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AI 투자 확대와 일부 종속회사 실적 영향으로 연결 수익성은 다소 둔화됐다. 한컴은 최근 자사주 매입·소각과 총주주환원율 확대를 포함한 밸류업 정책을 내놨다. AI 투자와 사업 재편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주주환원이 기업가치 재평가로 연결되는지가 김연수 체제의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LLM 경쟁 대신 팔란티어형 전략 택한 이유
한컴이 제시한 ‘소버린 에이전틱 OS’는 자체 LLM 개발보다 기업 내부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을 연결하는 AI 운영 플랫폼에 초점을 맞춘다.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기업이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AI 운영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은 미국 팔란티어와 유사하다. 팔란티어가 자체 LLM 대신 데이터 통합 플랫폼과 기업용 AI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처럼, 한컴도 30년 이상 축적한 문서 데이터와 공공시장 경험, 기존 고객 기반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AI 사업은 기존 전자문서 중심의 매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올해 2분기 AI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은 41.4%로 전년 동기(24.1%)보다 17.3%포인트 상승했다. 회사는 현재 추세라면 연간 매출 목표 2100억원을 달성해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다만 성장과 수익성은 별개의 문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전자문서(온프레미스) 매출을 AI 기반 신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AI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며 “하반기 에이전틱 OS 베타버전을 공개하고 2027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매출 구조 전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초기 비용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용 서비스 매출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업 선언 이후 남은 질문
공공·금융 분야 기업용 AI 시장에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데이터를 맡길 수 있는 기업인지, 경영 체계가 안정적인지 여부도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 AI 플랫폼 사업은 고객사의 업무 데이터와 내부 시스템을 다루는 만큼 기업 신뢰도가 사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김상철 회장은 주식 변동 신고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도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아로와나토큰을 활용한 9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사건은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적 판단은 사법 절차의 영역이지만 상장사 경영 측면에서는 지배구조와 시장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재계 관계자는 “한컴이 가야 할 방향은 AI로 정해졌다”며 “이제는 새로운 이름보다 AI 사업에서 실제 성과를 내고 시장의 평가를 바꾸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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