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쇼박스, 배급사 왕좌…관건은 매출 지속성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8.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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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 영화배급사 쇼박스(086980)가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을 주도하며 극장가 배급사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했다.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군체' 등 배급작들의 연이은 흥행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면서 지난해 부진을 털어내는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쇼박스는 올해 상반기 전체 영화 배급사 매출액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814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48.6%를 차지했다. 상반기 극장에서 발생한 영화 매출의 절반가량이 쇼박스 배급작에서 나온 셈이다. 대상을 한국영화로 좁히면 매출액 점유율은 무려 76%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전체 흥행 1~3위를 쇼박스가 배급한 한국영화가 휩쓸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 흥행 1위는 '왕과 사는 남자'로 매출액 1631억원, 관객 수 1691만명을 기록했다. 이어 '군체'가 매출액 605억원, 관객 수 574만명으로 2위, '살목지'가 매출액 333억원, 관객 수 324만명으로 3위에 올랐다. 여기에 6위인 '만약에 우리'(매출액 244억원, 관객 수 247만명)까지 쇼박스가 배급했다.

배급작 4편이 모두 상반기 흥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영진위는 쇼박스가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 2~6월까지 5개월 연속 월별 배급사 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쇼박스의 성과는 한국영화 시장의 회복세와 맞물려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영화 매출액은 5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했다. 관객 수도 5705만명으로 34.2% 늘었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영화 매출액은 3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7% 증가했고, 관객 수는 3737만명으로 74.9%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과 비교해도 매출액의 94.2%, 관객 수의 78.1% 수준까지 회복했다.

반면 외국영화 매출액은 20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쳤고, 관객 수는 오히려 6.9% 감소했다. 한국영화의 흥행이 극장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끈 가운데 쇼박스가 그 중심에 있었던 셈이다.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군체'(제공=㈜쇼박스)

이 같은 배급 성과는 쇼박스의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쇼박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76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크게 개선됐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1% 증가했으며, 누적 영업이익은 34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9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반전을 견인한 핵심 작품은 역시나 지난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다. 이 작품은 169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약 2년 만에 등장한 천만 영화가 됐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관객 수 기준으로는 '명량'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랐다. 바통을 이어받아 개봉한 '살목지'와 '군체'도 각각 324만명, 574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쇼박스가 흥행작을 연이어 배출하면서 국내 극장 시장에서 배급사의 작품 포트폴리오가 실적을 좌우하는 현상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전체 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수 흥행작에 관객이 집중되고, 이들 작품을 확보한 배급사와 그렇지 못한 배급사 간 실적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국내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머니투데이방송 MTN에 "업황이 좋았던 시기에는 흥행작이 한 편 탄생하면 이를 보기 위해 몰린 관객들이 다른 작품도 관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극장에서는 한 편만 보고, 나머지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보는 식의 관람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배급사들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신중하게 골라 내놓아야 하는 부담도 더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올 상반기에는 쇼박스의 작품 선택이 관객 수요와 맞아떨어지며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흥행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상반기 여러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실적 기여도는 '왕과 사는 남자'에 상대적으로 크게 쏠린 만큼, 김윤석 구교환 주연의 '폭설'을 비롯한 하반기 라인업의 흥행 여부가 향후 실적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