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냄새 날까 눈치보여 못 들어가” “지하 3층? 누가 거기까지 가나”···배달라이더 현실 무시한 ‘쉼터’

백경열 기자 2026. 8.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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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편의점 100곳에 연계형 쉼터 조성
고객 오가는 업장이라 내부 진입 거의 없어
범어역 지하 3층 거점형 쉼터는 접근성 떨어져
라이더 “눈치 안보고 편하게 쉴곳 필요한데”
대구 중구 동성로 한 도로변에서 11일 한 배달라이더가 호출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한낮 기온이 39도에 육박하던 지난 6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에 설치한 ‘이동 노동자 쉼터’는 텅 빈 채 ‘개점 휴업’ 상태였다. 쉼터는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등 이동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대구시는 이 거점형 쉼터를 지하철역 입구에서 한참 내려가야 하는 지하 3층에 설치했다.

쉼터 관리자는 “아직 홍보가 덜 돼서 방문자가 적은 것 같다”며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쉼터를 찾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콜’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이라고도 했다.

대구시는 올해 폭염에 대비해 거점형 이동 노동자 쉼터 3곳과 ‘연계형 쉼터’ 100곳을 조성했다. 연계형 쉼터는 모두 CU편의점이다. 하지만 이동 노동자들에게 편의점 내부는 ‘그림의 떡’이다.

11일 낮 편의점 앞에서 배달 콜을 기다리던 노동자 이모씨(29)는 “편의점을 연계형 쉼터로 개방했다고 해도 하루 종일 밖에서 배달 일을 하다 보면 온몸이 땀 범벅이 된다. 자칫 냄새를 풍길까 편의점에 들어가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매년 수억 원 예산을 들여 ‘이동 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쉼터로 기능하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어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가 올해 마련한 이동 노동자 쉼터는 103곳이다. 이 중 3곳이 거점형 쉼터다. 기존 달서구 노동복지회관과 군위군 의흥시장에 이어 범어역 지하 3층 공간에 거점형 쉼터를 새로 추가했다. 나머지는 연계형 쉼터로 편의점이다.

대구시는 지난 3년간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쉼터 조성 및 운영비로 투입했다. 여름철에는 편의점 모바일 쿠폰(5000원)과 얼음생수 등도 일부 지원한다.

지난 6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지하 3층에 마련된 ‘이동노동자 쉼터’ 내부가 텅 비어 있다. 백경열 기자
지난 6일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지하 3층 ‘이동노동자 쉼터’ 내부에 비치된 출입관리대장. 7월31일 1명, 8월3일 2명, 5일 1명 등 4명의 정보만이 적혀 있다. 쉼터 관리인은 “이 곳을 찾는 노동자들에게 모두 작성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업계는 대구시가 배달 라이더 등 이동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쉼터 숫자 채우기에 연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6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범어역 쉼터 지상 공간에는 오토바이나 택배 차량을 주차할 공간이 없다. 범어역은 범어네거리 교차로 구간에 있어 차량 주·정차가 금지돼 있다. 지상에서 배달을 하다 지하 3층까지 내려가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지만 오토바이와 차량 주차에 대한 대안도 대구시는 갖고 있지 않다.

배달 라이더들이 고객이 오가는 편의점에서 쉬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날 만난 편의점 점주 박모씨는 “내 소유의 편의점 2곳이 모두 연계형 쉼터로 지정돼 있지만 배달 라이더들이 가게 안까지 들어와 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나 같은 경우는 편하게 쉬고 가라고 하지만 눈치가 보이는지 금방 나간다”고 말했다.

이영학 전국이륜차배달라이더협회 대구지회장은 “물 한 잔이라도 눈치보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한데 대구의 쉼터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배달라이더의 노동 특성을 감안해 지상에 독립된 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라이더협회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배달 라이더는 약 2만여 명에 달한다. 대리운전 기사의 약 2배 수준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그간 이동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왔지만 미흡한 점도 있는 것 같다”며 “일부 거점형 쉼터 등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개선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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