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외연 넓힐까 좁힐까…‘종부세 동맹’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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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나의 애초의 예상은 초고가 주택 구간에 세율 하나를 신설하는 정도의 미세 조정이었다.
설사 1주택 보유자라도 실거주하지 않거나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려면 그만큼 더 큰 부담을 감수하라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지지 기반인 40~50대 중장년층이 전체 주택분 종부세 납세 인원의 45%를 차지하게 되었다. 종부세가 '중산층의 세금'으로 인식되는 순간 세제 개편을 지지하는 정치적 동맹은 급속히 와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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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나의 애초의 예상은 초고가 주택 구간에 세율 하나를 신설하는 정도의 미세 조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개편안은 달랐다. 부분적 수선이 아닌 재설계에 가깝다.
조세이론의 관점에서 이번 개편안의 의의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전환했다. 이는 종부세의 부유세적 성격을 보다 분명히 했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종부세는 편익 원칙에 기반한 물건별 지방세와 능력 원칙에 바탕을 둔 인별 국세가 혼합되어 있다. 동시에 다주택자 규제 수단으로까지 사용돼 왔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 저가 주택을 두 채 보유한 다주택자가 서울의 초고가 1주택 보유자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문제가 생긴다. 이번 개편안은 이를 바로잡았다. 종부세를 부유세로 본다면 자산 가치가 높을수록 부담을 늘려 수직적 형평성을 높인 이번 개편안이 옳은 방향이다. 과거 재산세의 과세 기준을 주택 면적에서 가액으로 바꾼 것에 비견할 만한 변화다.
둘째, 1세대 1주택자의 자본이득에 엄격한 한도를 설정했다. 이는 서울의 초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여 보유·양도 단계에서 큰 혜택을 누리던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을 줄이려는 시도다. 개편안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올리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춘 설계에는, 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실거주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설사 1주택 보유자라도 실거주하지 않거나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려면 그만큼 더 큰 부담을 감수하라는 뜻이다. 이는 서울 고가주택 시장의 수요를 억제해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시장은 이미 이 신호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세법 개정의 정치학과 ‘종부세 동맹’
이번 안의 최대 수혜자는 시가 20억~30억원(공시가격 기준 12~14억원)대 아파트에 실거주하는 1주택자다. 종부세 기본공제가 공시지가 기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맹의 셈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1주택자라 하더라도 거주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에서 두드러진다. 필자가 보기에 세법 개정에 따른 비거주 1주택자의 예상되는 부담은 ‘반사적 불이익’이나 ‘심리적 박탈감’ 수준을 넘어선다. 주목할 점은 이들은 원래 종부세 동맹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거주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유는 저마다 다르다. 이들을 일방적으로 투기 세력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세 부담 가중으로 동맹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의 수가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수를 넘어서는 순간, 입법의 정치적 동력은 꺼진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장특공제를 아예 부정하는 것은 자본이득 과세의 원칙과도 상충한다. 현행 공제율이 지나치게 높다면 축소할 수 있다. 특히 초고가 1주택의 막대한 양도차익까지 최대 80% 공제해줘, 수백억원에 이르는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 현행 구조는 손질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거주 요건을 건드리지 않고 공제 대상 양도차익에 상한을 두는 방식으로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자본이득은 노동소득과 달리 여러 해에 걸쳐 누적된 이익을 한 시점에 실현하는 구조다. 실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한 해의 노동소득처럼 한꺼번에 누진 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실제로 우리 세법은 이러한 불합리를 줄이기 위해 퇴직소득세를 계산할 때 1년치 세액을 계산한 뒤 근속연수에 따라 누적시키는 연분연승 방식을 적용한다. 실거주 우대라는 정책적 판단이 자본이득 과세의 원리까지 밀어내서는 안 된다.
세 부담의 극단적 쏠림과 시장의 응전
종부세 동맹을 흔들 또 하나의 요인은 전세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일관된 방향성은 실거주 강화에 있었다. 갭투자를 차단하는 토허제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종부세·양도세까지 거주 중심으로 재편되어 1~2년 안에 잇달아 시행된다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들은 입주를 서두를 것이다. 그 결과 전세 매물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임대차 3법 입법의 ‘전술적 오류’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임대차 3법은 그 정당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전반기까지 비교적 안정적이던 전세시장을 뒤흔들었고, 매물 감소 속 가격 급등의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러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은 매매시장으로 전이되었다. 이번 개편안이 그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가격 상승기에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그 자체로 납세 저항의 강도도 높아진다. 하물며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세부담상한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담은 극대화된다. 물론 이는 매물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의 거래 활성화 대책은 아쉽게도 제한적이다.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더 정확히는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사람들은 증여로 버티다가 투표로 응징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가 그 경고를 보여줬다. 2005년 종부세가 도입된 뒤 종부세법이 최소 15차례 개정된 전례도 생각해보라. 사람들은 이 반복에서 무엇을 학습했겠는가. 종부세는 지속성 측면에서 그 어느 세금보다도 취약하다.
박근혜 정부 임기 시작 당시 5억2천만원에 불과했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제 15억9천만원을 넘어섰고, 강남 11개구는 20억원에 육박한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지지 기반인 40~50대 중장년층이 전체 주택분 종부세 납세 인원의 45%를 차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은 대상이 아닌 중산층·장기 1주택자·맞벌이 가구도 자신이 곧 과세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종부세가 ‘중산층의 세금’으로 인식되는 순간 세제 개편을 지지하는 정치적 동맹은 급속히 와해된다.
‘가성비’ 낮은 보유세 강화 정책, 국회의 선택은?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취득세 같은 거래세는 낮추며, 양도차익은 소득세 원리에 따라 과세하자는 큰 방향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진짜 쟁점은 세금을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누구의 부담을 얼마나 빠르게 늘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다. 부동산 세제에 대한 논의는 이제 국회의 몫이 되었다. 국회가 해야할 것은 개혁과 후퇴 사이의 선택이 아니다. 비선형적으로 급등하는 부담을 완만하게 만들고 충분한 이행 기간을 두며, 개혁을 지탱할 동맹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보냈다. 갱도의 카나리아가 울 때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다음에 무엇이 올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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