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사 온다' 소문에 산 집, 두 배 뛰었다"… 대만 반도체발 '부동산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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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썼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 사업가는 "2021년 TSMC가 가오슝(대만 남부)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 때 인근 주택을 샀는데 가격이 두 배가 됐다"며 "반도체가 대만 집값을 올리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공장 입지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천쯔징 롄탄리 이장도 "2013년 집을 구입할 당시에는 3.3㎡당 10만 대만달러(약 450만 원)였는데 지금은 40만 대만달러(약 1,800만 원)까지 치솟았다"며 "상상도 못했던 '부동산 대박' 혜택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TSMC가 대만 중남부의 자이과학단지에 첨단 패키징 공장 2곳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한 2024년 3월 이후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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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많고 입지 탄탄한 반도체 산업
공장 설립→집값 상승 "TSMC 프리미엄"
'투기 수요'도 상당… 자산가들만 '웃음'
편집자주
대만은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썼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양극화를 비롯한 그늘도 짙다. 한국도 전국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대만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일보는 대만 현지 취재를 통해 반도체 강국의 두 얼굴을 살펴봤다.

"투톈춰(단독주택)는 3,000만~4,000만 대만달러(약 13억5,000만~18억 원) 선입니다. 롄탄공원 근처 시세가 가장 높아요."
7월 21일 대만 남부의 타이난시 산화구 롄탄리. 남부과학단지 배후 주거지인 'LM특구' 입구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인은 기자에게 주변 시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산화구와 신스구에 걸쳐 형성된 LM특구에는 롄탄공원 호수를 중심으로 화려한 외관의 투톈춰가 늘어서 있었다. 투톈춰는 한 가구가 여러 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단독주택으로, 대만 중남부에서는 아파트 못지않게 선호도가 높다.
TSMC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주변에는 신축 주택도 계속 들어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신축 아파트도 보였다. 중개인은 "방 3개짜리 신축 아파트는 2,000만 대만달러(약 9억 원)이고, 3.3㎡당 50만~60만 대만달러(약 2,250만~2,7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LM특구의 생활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개발지에서 길 하나만 건너도 논밭이 펼쳐졌고 상업시설도 부족했다. 롄탄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외식이나 여가를 즐기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집값이 높은 이유를 현지에선 'TSMC 프리미엄'으로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의 고소득 종사자들이 실수요를 뒷받침하는 데다,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부동산 가격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7월 대만 북부와 중부, 남부까지 전역을 취재한 결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가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동시에 자극하는 모습이 한국과 꼭 닮아 있었다.
곳곳이 동탄? 'TSMC 프리미엄'

반도체 투자 발표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6월 29일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포함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자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던 아파트 분양권 매물이 회수됐고, 전남광주 군공항 부지 주변에서는 매물이 잠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과 사내 주택대출이 매수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 속에 반도체 공장이 자리 잡은 동탄신도시와 '셔세권'(반도체 기업 셔틀버스 이동 경로) 주변 아파트 값도 급등했다.
대만에서도 이런 현상이 반복됐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는 신주·중부·남부 등 3개 과학단지 관리국에서 17개 단지를 관할한다. 신주가 6곳, 중부가 5곳, 남부가 6곳이다. 17개 단지 내 반도체 기업의 투자, 특히 TSMC의 투자가 부동산 시세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 사업가는 "2021년 TSMC가 가오슝(대만 남부)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 때 인근 주택을 샀는데 가격이 두 배가 됐다"며 "반도체가 대만 집값을 올리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공장 입지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천쯔징 롄탄리 이장도 "2013년 집을 구입할 당시에는 3.3㎡당 10만 대만달러(약 450만 원)였는데 지금은 40만 대만달러(약 1,800만 원)까지 치솟았다"며 "상상도 못했던 '부동산 대박' 혜택을 봤다"고 말했다.
1980년 조성된 대만 최초 과학단지인 신주에서도 부동산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타이베이에서 70㎞가량 떨어진 신주과학단지의 대표 배후 도시인 신주현 주베이시에는 고급 아파트가 즐비하다. 3년 전 입주를 시작한 한 고급 주거단지 주변 중개업소에는 3,798만 대만달러(약 17억910만 원)짜리 아파트 매물이 붙어 있었다. 면적은 '84㎡'라고 적혀 있었지만 공용면적과 주차장 등이 포함돼 있어 전용면적은 이보다 훨씬 작다. 현지 중개인 셰리는 "주택 가격이 처음부터 이렇게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서민들은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뛴 집값... "투기 수요 상당"
'TSMC 프리미엄'은 학계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궈팡장 국립중정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5년 5월 공개한 연구 결과를 통해 TSMC의 가오슝 난쯔구 공장 설립 계획과 관련된 언론 보도 및 발표 전후의 주택 거래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2021년 9월 7일 'TSMC가 난쯔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는 첫 언론 보도 뒤 일주일 동안 난쯔의 주택 가격은 5% 상승했다. 이후 3주 동안 상승폭은 9~10%로 뛰었다. 가격 상승은 일부 고급주택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의 전체 주택 가격을 끌어올렸다. 월 300~400건이던 난쯔의 주택 거래는 첫 보도가 있던 달에 700건을 넘어섰다.

같은 해 11월 TSMC가 7나노·28나노 공장 설립 계획을 공식 확인하자 난쯔의 주택 가격은 한 번 더 치솟았다. 이후 7나노 공장 설립 일정 연기와 28나노 투자계획 중단 등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가격과 거래량은 하락했다. 하지만 2023년 8월 7나노보다 첨단 공정인 2나노 공장이 설립되는 것으로 결정된 뒤에는 가격과 거래량이 다시 반등했다. 난쯔 주택시장은 이처럼 TSMC의 투자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락을 거듭했다.
궈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TSMC 엔지니어가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급주택만 오르는 게 아니라 주택시장 전체의 가격을 움직였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실거주보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상당 부분 포함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만 명 고액 연봉자 온다"는 과장
투기 수요를 부동산 업자와 투자 관련 콘텐츠 제작자들이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TSMC 입지를 '위험은 없고 수익은 보장된 투자'로 대대적으로 홍보해 추격 매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대만 부동산 분석 유튜버 잭은 "부동산 업자와 투기꾼들은 주커(신주과학단지), 난커(남부과학단지)를 거쳐 자커(자이과학단지)에 이르기까지 TSMC의 진출과 투자를 '꽝이 없는 복권'처럼 포장해 왔다"며 "'테크(기술) 없이 부동산은 없다'는 식으로 '포모(FOMO·상승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에서 만난 한 인테리어 업자는 "대만 개발업체들도 TSMC의 투자 발표 지역이나 유력 후보지를 골라 움직인다"며 "거래처에서도 TSMC가 진출하는 지역을 미리 골라 토지를 개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TSMC가 대만 중남부의 자이과학단지에 첨단 패키징 공장 2곳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한 2024년 3월 이후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부동산업계 분석 결과, 자이현 타이바오시 단독주택 평균 거래가격은 2024년 1,397만 대만달러(약 6억2,865만 원)에서 2025년 2,323만 대만달러(약 10억4,535만 원)로 66.3% 올랐다. 잭은 "부동산업계는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의 고액 연봉 엔지니어가 유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두 공장의 직접 고용 예상치는 부동산업자들 얘기와 달리 3,000명 정도였다.

집 가진 자 웃고, 없는 자 울고
집값 상승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매입 장벽을 높이고, 임차인에게는 임대료 상승 위험으로 돌아온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원주민들은 고급 주거단지가 들어서면서 상가 임대료와 생활 물가가 덩달아 올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주과학단지 성장 초기부터 30년 넘게 주베이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3년 전부터 주변에 고급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집값이 올랐다"며 "그러나 시장 채소 가격까지 뛰는 등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로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주베이 학원가에서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한 남성은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했다. 어머니 식당을 물려받아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것이지, 임차 점포였다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났을 것이란 얘기였다.
과학단지 조성이 기존 주민의 퇴거나 임대료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자료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다만 궈 교수는 TSMC 공장 설립 발표 전 가오슝 난쯔 공실률이 가오슝 전체 평균보다 낮았지만, 발표 이후인 2024년 상반기에는 껑충 뛰어 11%를 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높은 공실률은 투기 자본이 끼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집은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임대·매매 시장에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높은 가격에 나온다. 기존 주민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그 수요가 주변 집값까지 밀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임대료 낮추자" 각종 대책도
대만 정부도 과학단지 주변의 높은 주거 수요와 폭등한 임대료의 부작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공공 임대 성격의 '사회주택'을 공급하려는 게 대표적이다. 대만 중남부 자이현 푸쯔시에도 375가구 규모의 사회주택 '푸쯔안쥐'가 건설 중이다. 차이이위 자이현 입법위원은 "고령 소유주가 사망한 뒤 비어있는 집을 유족 동의를 받아 거주지로 활용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투기 수요로 인한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으로 내다본다. 부동산 업체 '융칭부동산그룹' 집계에 따르면 2025년 1~10월 푸쯔시의 분양권 거래는 41건으로 전년보다 95.4% 감소했다. TSMC 공장 건설 혜택을 입었던 신주현 바오산향도 선분양 거래량이 92% 급감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와 높아진 가격, 공급 과잉에 기대감 소진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잭은 "가격은 투기로 높아졌지만 구매 심리는 이미 얼어붙었다"며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거래량만 급감하는 '가격·거래량 엇박자'는 거품 붕괴에 앞서 나타나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2026 타이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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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 반도체 강국의 명암 : 양극화 덮친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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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2> 반도체 강국의 명암 : K자 경제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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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3> 반도체 강국의 명암 : 투쟁과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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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4> 반도체 강국의 명암 : TSMC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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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5> 반도체 강국의 명암: 한국과 다른 대만
타이베이·타오위안·신주=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자이·타이난·가오슝=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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