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노란봉투법 쟁의 기준, 법령에 명확히”

곽래건 기자 2026. 8. 12. 00: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부 장관에게 재차 지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3월 10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에서 허용하는 ‘노동 쟁의’의 구체적 범위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에 명시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노동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백한 것들은 명시해 달라는 요구가 있던데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며 “안 될 이유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노동부가 그동안 하위 법령을 만들기보다 기존 ‘해석 지침’을 보강하는 쪽으로 작업을 해 왔는데, 지침 보강이 아닌 법령으로 기준을 만들라고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에 의한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규정과 사례를 명확히 해야 하는데, (노동부가) 규정을 안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도 했다. 이어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이라며 “(부처들이)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 시행 지침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입법으로 개정하려고 하니 국회에서 개정해야 하는 법이 1만건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 등 하위 법령을 바꿀 수 있는데, 이런 노력 없이 법을 바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 지시를 들은 김 장관은 “(시행령 등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李, 시행령·규칙으로 쟁의 범위 명시 요구… 민노총 “재계 편들기” 반발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행정부)는 입법을 단순히 집행하는 심부름꾼이 아니다. 시행령, 시행 규칙, 노동부 지침으로 명확하게 미리 정해 놓는 게 좋겠다”며 노란봉투법이 허용하는 노동 쟁의 기준을 만들라고 노동부에 지시했다. 현행 노란봉투법은 노동 쟁의 대상에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했는데, 이 표현이 모호해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대신 기존에 내놓은 ‘해석 지침’을 보강하는 작업을 해 왔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지침 보강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로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으라고 재차 지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해석 지침은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김 장관이 “(기준을) 시행령으로 만드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이고, 행정 해석으로 이미 다 (지침을) 내렸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해석은 의견일 뿐이고, 지침과는 다르다”며 “단순 해석과 법률로 기준을 세우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단순히 법률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것과 법적 기준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행령 등은 해석 지침과 달리 대외적 법규로서 효력이 있다.

김 장관이 “모법(노란봉투법)에 위임 규정이 없다”며 시행령을 만드는 것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자 이 대통령은 “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며 “법에 (위임 규정이) 없으니까 (시행령 등으로) 못 정한다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 장관 발언대로 노란봉투법에 별도의 위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시행령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위 법령에서 노란봉투법이 허용하는 노동 쟁의 범위를 좁히면 법에서 규정하는 권리를 하위 법령이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노동계는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는 시행령을 일단 만들어 놓고 나중에 다투라는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의미 없게 만드는 월권 행위이자 재계 편들기”라고 반발했다. 노동부는 “대통령 취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내용과 형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효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입장을 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