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문화재 지정으로 16년 논란 끝날까 … “국가유산청 재심의 대승적 결론 기대”

장재선 전임기자 2026. 8. 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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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는 불교 경전인 '남명천화상영 송증도가(南明泉和尙 頌證道歌)'의 줄임말인 '증도가' 인쇄본(1239년 제작)에 사용된 고려 활자다. 특히, 직지나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경이 인쇄된 '책'만 남아있는 것과 달리, 증도가자는 금속활자 '실물' 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조 의원은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확인되면, 인쇄본만 있는 직지심경보다도 138년이 앞서는 금속활자본이 실물 활자까지 발견된 것인데 국가적 경사 아닌가"라며 "2017년 문화재위 담당 공무원이 전횡을 했는지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문화재위원 중 직지 연구로 명성을 얻은 전문가들이 증도가자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자신들의 권위가 떨어질까봐 고의로 문화재 지정을 회피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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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보다 137년 앞선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실물 존재해 더 가치

2017년 문화재 지정 부결됐으나 감사원, 국정감사서 재검토 권유

“부결 때 참여한 전문위원 등 이번 심의 배제해야 신뢰 얻을 수 있어”

‘증도가자’로 불리는 고려시대 금속 활자.

국가유산청이 고려시대 활자인 ‘증도가자’(證道歌字)’ 문화재 지정 재심의 여부를 13일 결정할 것으로알려졌다. 허민 청장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증도가자 진위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지 10개월 만이다.

증도가자는 불교 경전인 ‘남명천화상영 송증도가(南明泉和尙 頌證道歌)’의 줄임말인 ‘증도가’ 인쇄본(1239년 제작)에 사용된 고려 활자다. 이 금속활자가 증도가자로 공인될 경우,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1377년)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서 제작된 유물이 된다. 특히, 직지나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경이 인쇄된 ‘책’만 남아있는 것과 달리, 증도가자는 금속활자 ‘실물’ 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 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1점, 다보성갤러리에 101점, 북한에 5점이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9월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가 진위 조사를 벌였다. 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일본 Paleo Labo社,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4차례에 걸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과 성분 분석을 진행한 결과, 해당 활자는 13세기(1200년대~1300년대 초)에 제작된 금속활자임이 과학적으로 판명됐다.

2014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주해 경북대 산학현력단이 연구를 진행, 다보성갤러리 소유 101점 중 59점이 ‘증도가’ 인출에 사용된 진품이며 나머지 42점도 고려시대 활자임을 확인했다.

앞서 2011년 10월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문화재정책국장이 다보성갤러리를 직접 방문해 보물 지정 신청을 권유했고, 이에 따라 관련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권유 당사자인 문화재청은 심의를 계속 미뤘다. 그 과정에서 문화재청 안팎에서는 ‘문화계 마피아’ 들이 문화재 지정을 막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신청일로부터 6년을 넘긴 지난 2017년에야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위원회를 열어서 국가문화재 지정을 부결했다. 그 사유는 “고려시대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으나,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고 출처 및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며 관련 유물과의 비교 조사가 불가능하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유들은 곧바로 반박에 부닥쳤다. 특히 ‘출처와 소장 경위 불분명’ 사유의 경우, 문화재 지정 신청 5년 후인 2016년에 만들어진 시행규칙을 소급 적용한 것이 논란이 됐다. 소유자는 ‘일본 교토 다다 → 오사카 구키야 마코도 → 박진규 → 김환재 → 이준영 → 이정애’로 이어지는 입수 경로를 명확히 밝혔고, 문화재청도 이를 확인한 상태였다.

지난 2016년 동산분과위에 제출된 49건 중 출처 문제로 부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오직 증도가자에만 예외적인 잣대가 적용됐다. 전래 유물의 특성상 최초 발굴지가 불분명한 것은 당연함에도 이를 이유로 부결한 것은 그 배경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직지 연구로 학문적 성과를 이룬 한 동산분과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장사하는 사람 물건을 보물로 지정해 값이 뛰면 누가 책임지느냐”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그 의혹을 뒷받침했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 1239년 복각본(목판에 다시 새겨서 찍어낸 책). 이 목판본은 1984년 보물로 지정됐다. 증도가자는 이 책을 찍어낸 금속 활자로, 공인을 받으면 세계 활자의 역사가 바뀌게 된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 청장에게 이와 관련한 질의를 하며, “2017년 문화재위원회 간사를 맡던 공무원이 활자의 조판시험 결과를 보고할 때 일부 주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통계 분석을 잘못 적용하여 결론이 뒤집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이에 대한 제보를 접수해 조사한 후 위와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국가유산청에 재심을 권유했다는 것이 국감에서 밝혀졌다.

조 의원은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확인되면, 인쇄본만 있는 직지심경보다도 138년이 앞서는 금속활자본이 실물 활자까지 발견된 것인데 국가적 경사 아닌가”라며 “2017년 문화재위 담당 공무원이 전횡을 했는지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문화재위원 중 직지 연구로 명성을 얻은 전문가들이 증도가자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자신들의 권위가 떨어질까봐 고의로 문화재 지정을 회피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10개월 만에 재심의 여부를 결정하게 됨에 따라 문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감사원과 국감의 지적을 수용해 올해 초 증도가자 관련 사안에 대한 자체 감사를 면밀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증도가자 논란이 종식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문화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2017년 심사에 관여했던 인물이 이번 재심의에도 관여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문화재 지정 부결 과정에 참여했던 전문위원 일부가 현재도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2017년 심의 간사를 맡았던 간부가 승진해서 건재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는 직접 담당 간부가 아니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보성갤러리 김종춘 회장은 “심사 주체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소지가 없었으면 한다”라며 “오랜 논란이 종식되고 세계사적 가치가 있는 우리 문화재가 제대로 인정 받기를 소망한다”라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내 개인 욕심이면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겠느냐. 국가유산청이 대승적 시각에서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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