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깨운 기아의 반란…‘집안싸움’이 자동차 산업 경쟁력 키운다[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박동흠 회계사 2026. 8. 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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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동차 시장만큼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말이 절로 느껴지는 곳도 없는 것 같다. 만년 2위인 기아의 7월 국내 판매량이 5만4604대로 4만8113대를 판매한 현대차를 크게 앞서며 1위에 등극했다. 수입차의 경우 늘 1위를 다투던 BMW와 벤츠를 제치고 테슬라의 모델Y와 중국 비야디의 돌핀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단, 현대차와 기아 판매량의 80% 이상이 수출이기 때문에 수출을 포함한 7월 총판매량은 현대차가 31만8454대로, 기아 29만8037대를 크게 앞서긴 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차의 판매량이 크게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국내 36만4826대, 수출 192만1728대로 전년도 동기 대비 각각 11%, 3% 넘게 감소하여 총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나 줄었다. 반면 기아는 내수와 해외 판매가 각각 9%, 3% 늘면서 총판매량이 4% 넘게 증가했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 차이는 55만대 이상이었으나 올해는 격차가 35만대로 줄었다.

현대차의 판매량이 감소세인 데 반해 기아는 전년도보다 더 팔고 있어서 그런지 영업이익은 올해 기아가 현대차를 확실히 넘어선 모습을 보인다. 기아의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조2000억원, 2조6000억원인 데 반해 현대차의 자동차부문은 1조8000억원, 2조원에 그쳤다. 단, 현대차가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매출액에서는 기아를 앞선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현대차를 앞선 이유에 대해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같은 RV차량이 팰리세이드나 싼타페보다 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7월까지 판매량 통계를 보면 4위까지 쏘렌토, 모델Y, 카니발, 스포티지가 차지하고 그 뒤로 현대차의 쏘나타와 아반떼 등이 나올 정도이다.

전기차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의 차이가 꽤 큰 편이다. 기아는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인 ‘EV 시리즈’를 차례로 시장에 안착시키며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데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시리즈는 다소 퇴보하는 듯하다. 7월까지 국내에서 기아의 주력 전기차인 EV3와 EV5가 2만1898대, 1만9399대 팔렸다고 집계된 데 반해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를 다 합쳐서 2만7747대니 차이가 꽤 큰 편이다.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인 캐즘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테슬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 전기차 제조사가 위축되는 모양새인데 기아가 나름 선방한 셈이다.

기아의 최대주주이며 모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훌륭한 계열사를 뒀다는 자부심도 있겠지만 늘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다가 내수 판매량 1위와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줬으니 자존심이 무척 상할 법하다.

기아 입장에서는 탄력을 받아 계속 국내 판매량 1위를 고수하면서 수출 1위까지 노릴 것이다. 물러설 곳이 없는 현대차는 아마 엄청 분발해서 어떻게 해서든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으려고 할 것이다. 이미 세단, RV, 전기차의 여러 모델들의 세대교체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공급 확대 등을 예고했다.

같은 플랫폼과 기술을 공유하면서도 상품 기획과 생산 유연성 등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 얼마나 판가름 나는지 보여주는 이 ‘집안싸움’은 매우 긍정적인 자극제다. 치열한 내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전체 자동차 산업의 정체를 막고, 나아가 연관된 수많은 자동차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생존 생태계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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