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전력·데이터 고속도로 만든다…AI 플랫폼 기업 ‘도약’

전효재 기자 2026. 8. 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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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제20대 유정훈 사장 취임…미래 교통 전문가
‘AI 혈관’으로 역할 재정의…교통 데이터·자율주행 융합
휴게소 운영 개혁 및 기능 확장으로 대국민 서비스 전환
경상북도 김천시 소재 한국도로공사 본사. [사진=한국도로공사]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한국도로공사 유정훈 사장이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인프라와 서비스를 융합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속도로를 전력과 데이터가 연결되는 AI의 '혈관'으로 재구성하고, 자율주행과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국가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11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망 구축과 유지·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를 넘어 국가 교통운영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규 고속도로 수요가 줄고 기존 도로의 유지관리 비용이 늘어나면서 '효율적 운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도로공사의 혁신을 이끄는 건 지난 6월 11일 제20대 사장으로 취임한 유 사장이다.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대한교통학회장,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교통·인프라 분야 전문가다. 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할 토목·건설 전문가가 아닌 미래 교통체계를 연구해온 교통경제학자라는 점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역할 전환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사로 해석된다. 

유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국도로공사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전국 고속도로망에 전력과 데이터를 연결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전환하는 한편, AI를 기반으로 교통량·사고·기상·시설물 정보 등을 분석하는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자율주행차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과 유지·관리를 통해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틀을 닦았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자율주행·AI·모빌리티 혁신 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도로공사의 역할도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유 사장이 'AI 모빌리티 인프라·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한 배경이다. 

주목할 부분은 고속도로의 역할을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전력 확보와 데이터 전송 능력이 필수적이다. 유 사장은 전국에 촘촘히 구축된 고속도로에 송전망과 데이터 케이블 등을 설치해 국가적 과제인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급과 통신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도로공사는 전국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부지와 도로를 갖추고 있다"며 "전력·데이터 인프라의 인허가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고, 공공기관인 만큼 공익적인 측면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시설물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도로부지와 휴게소, 방음시설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환원하는 상생 모델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고속도로로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데이터망을 연결하면 한국도로공사의 역할도 크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수익 창출도 기대된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를 효율적으로 유지·관리하고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CCTV와 차량 검지기, 통행정보 시스템 등을 운영한다. 이는 거대한 데이터 플랫폼이다. 한국도로공사는 AI 기반 교통운영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 도로를 구축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교통·물류 흐름 분석, 사고 예측, 실시간 우회경로 제공 서비스 등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된다. 

교통 데이터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과 협업하며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와 '국민 교통안전이음 서비스'를 출범한 것이 대표적 성과다. 한국도로공사의 교통안전 정보와 카카오내비의 민간 데이터를 융합해 실시간으로 사고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관계자는 "공단이 보유한 교통 데이터를 이용자 친화적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민간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도 뒷받침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디지털 인프라와 연계하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로공사는 '심야 시간대 자율주행 트럭 전용차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안전한 미래 교통체계 구축에 나섰다. 

휴게소의 역할도 전환한다. 단순히 밥을 먹고 쉬는 공간을 넘어 대중교통 환승, 미래 모빌리티, 지역사회 상생, 문화와 여가가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다. 한국도로공사는 광역 환승센터나 UAM 연계, 스마트물류 등 휴게소의 기능 확대를 구상하고 있다.

유 사장은 이를 위해 해묵은 과제부터 해결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휴게소 운영은 공사가 운영업체를 선정하고, 운영업체가 다시 입점매장과 계약하는 다단계 구조였다. 입점 업체의 높은 수수료를 유발하고 서비스 저하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단체 '도성회'가 휴게소를 운영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었다. 

유 사장은 취임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속도감 있고 강력한 제도 개선으로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31일 고속도로 휴게소 직계약 시범운영을 추진하며 혁신의 첫발을 뗐다. 푸드코트·간식매장·편의점 등 입점업체와 공사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오는 12월 운영 개시가 목표다. 플랫폼 기업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불합리한 구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 사장은 "공사가 열어갈 길은 첨단 미래 모빌리티와 촘촘한 데이터, 친환경 에너지가 쉼 없이 흐르는 대체 불가한 초격차 인프라"라며 "낡은 관행과 과감히 단절하고 비정상과 타협하지 않으며 혁신의 대동맥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