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트럼프 "어린이들, 백신 많이 맞아 자폐증 위험"... 사실은

곽주현 2026. 8. 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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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동 백신 위험설'을 재차 주장하며 10일(현지시간) 미국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 횟수를 기존보다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CNN에 따르면 새 행정명령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장하던 예방 접종 대상 백신 수를 17개에서 11개로 줄이고, 홍역·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풍진 혼합 백신(MMR)을 각각 나누어 접종하도록 했다. 이들은 아동에 대한 과한 백신 접종이 미국 내 자폐증 환자를 크게 늘렸다는 주장도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세 가지 백신을 분리해 각기 다른 날 접종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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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 백신 MMR 안전성 이미 증명
"백신 수백㎖" 주장 달리 20㎖ 수준
백신 자폐증 연관성도 증명된 바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아동 백신 접종과 관련한 새로운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 전 취재진을 향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동 백신 위험설'을 재차 주장하며 10일(현지시간) 미국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 횟수를 기존보다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CNN방송은 "아동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시행돼 오던 관행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에 따르면 새 행정명령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장하던 예방 접종 대상 백신 수를 17개에서 11개로 줄이고, 홍역·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풍진 혼합 백신(MMR)을 각각 나누어 접종하도록 했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백신을 과하게 투여받는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의 오랜 믿음이 이유다. 이들은 아동에 대한 과한 백신 접종이 미국 내 자폐증 환자를 크게 늘렸다는 주장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업계와 언론에서는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 장관의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심지어 일부는 아예 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동 백신 접종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① "MMR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트럼프 대통령)

MMR은 홍역과 볼거리, 풍진을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 백신이다.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생후 12~15개월에 1회, 4~6세에 1회를 접종해 총 2회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세 가지 백신을 분리해 각기 다른 날 접종하도록 했다.

그러나 MMR이 개발돼 유통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개별 백신보다 MMR 접종이 위험하다는 증거는 보고된 적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글로벌 보건 기구들은 모두 MMR 접종을 표준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수십 년째 이를 따르고 있다.

심지어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아예 개별 백신이 판매 및 유통조차 되지 않고 있다. 리처드 배서 전 CDC 국장대행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MMR 분할 접종은 의학적 목적이 전혀 없으며, 일부 어린이들은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② "탄산음료 한 병 분량의 엄청난 백신이 현재 아이들 몸에 주입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어린이들에게 투여되는 백신 용량이 과도하게 많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탄산음료 한 병 분량(코카콜라 기준 355㎖)', '갤런(약 3.8L)', '대형 용기(vat)' 등으로 묘사했다. 어린이들이 이 "막대한 양의 액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접종 사이에 간격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NYT는 "대부분의 주사에는 0.25~0.5㎖의 액체가 들어있으며, 이는 티스푼의 약 20분의 1에서 10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DC 가이드라인 기준 아동 출생 후 만 18세까지 맞는 모든 필수 및 선택 예방접종을 다 맞더라도 주사액의 총량은 15~20㎖에 불과하며, 이는 일반 종이컵 용량의 10% 수준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된 아동 백신접종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③ "어린이들은 유아기에 최대 92회나 백신을 맞아야 한다."(케네디 장관)

케네디 장관은 지난해 9월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내가 어렸을 땐 백신 3가지를 맞았지만, 오늘날의 아이들은 예방접종 지침을 완전히 준수하기 위해서 69~92가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아이에게 82가지 백신을 동시에 접종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아이들이 18세 이전까지 맞는 주사 횟수가 약 30~35회 정도라고 본다. NYT는 "케네디 장관이 어렸을 때인 1950년대에 비해 오늘날의 백신은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면역 체계에 덜 부담을 주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④ "과도한 백신 접종이 미국 내 자폐증 진단 급증을 초래했다." (케네디 장관)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 장관은 오랫동안 예방 접종의 누적된 영향이 자폐증 발병률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미국 내 자폐증 진단 건수는 1980년대 약 1,000명 중 1명에서 현재 31명 중 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수십 건의 연구에 따르면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과학자들은 이러한 추세의 배후에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늦은 나이에 자녀를 갖는 현상뿐 아니라,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경미한 사례까지 자폐증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백신 접종에 따른 효용은 확실히 증명됐다. NYT는 CDC의 2024년 발표 연구를 인용해 1994~2023년 태어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정기 예방접종 덕분에 약 5억800건의 질병 발생과 3,200만 건의 입원, 112만9,000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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