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모르는 세제개편안, 나올 수 없어" 전 세제실장들 '쓴소리'

안하늘 2026. 8. 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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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하나요? 그렇게밖에 볼 수 없죠.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강한 질책과 함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을 두고 전직 세제실장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세제실장을 지낸 A씨는 "부동산이나 주가 누르기처럼 정부의 핵심 공약과 관련된 것들은 당연히 보고가 된다"며 "재경부가 갑자기 발표하고, 이 내용을 추후에 대통령이 아는 수준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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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세제개편안 강력 질책
"재경부 장관, 무조건 기어서 다니라"
세제실장들 "대통령, 몰랐을 리 없어"
비판 여론에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하나요? 그렇게밖에 볼 수 없죠.
전 세제실장 A씨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강한 질책과 함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을 두고 전직 세제실장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절차상 수차례 청와대에 주요 대책을 보고하고, 검토받은 뒤 세제개편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뒤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여론이 악화하자 재경부만 비판하는 행태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한국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재경부는 세제개편안 발표 전 최소 2차례 이상 청와대에 정식 보고 절차를 진행한다.


"대통령도 모르는 세제개편안 나올 수 없어"

세제실장을 지낸 A씨는 "부동산이나 주가 누르기처럼 정부의 핵심 공약과 관련된 것들은 당연히 보고가 된다"며 "재경부가 갑자기 발표하고, 이 내용을 추후에 대통령이 아는 수준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도 재경부 세제실은 6~7월 사이 여러 차례 청와대를 찾아 관련 내용을 보고했으며 청와대로부터 지시 사항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세제실장을 맡았던 B씨도 "세제 개편을 상식적으로 대통령실과 상의와 협조를 안 했겠나"라며 "대통령께 요약해 서면보고도 이뤄진 만큼 대통령이 그것을 자세히 봤던 안 봤던 결국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 뒤인 7일 상황점검회의를 통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 및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대해 '정확한 준비 과정을 거친 것이 맞는지', '본래 취지를 왜 못 살렸는지' 등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투자 대상을 국내로 한정한 ISA를 신설하고 기존 ISA의 경우 한도 이월 제도를 폐지하고 계약 기간도 축소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경우 규제 대상이 너무 제한적인 점이 문제였다. 여당에서도 "나쁜 법안이다" "재경부 정신 차려라" 등 질책성 발언이 쏟아졌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재경부를 향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 대통령은 "재경부 장관님은 그거 아셔야 한다. 세금을 만지는 사람은 (제도를) 바꾸면 반드시 욕을 먹게 돼 있다"며 "바꿔서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고, 바꿔서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나게 반감을 가지게 돼 있으니 무조건 기어서 다니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B씨는 "비판 여론이 불거져 나오니 대통령 특유의 화법으로 '똑바로 하지 그래?'라고 나오는 것"이라며 "거기다 대고 '대통령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신 것 아닙니까'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세제실은 뒤늦게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고 있지만 사기는 크게 꺾인 상황이다. 세제실장 출신 C씨는 "이번 사태 때문에 누군가 징계라도 받게 되면 그다음부터 공무원들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원하는 게 적극행정인 만큼 그런 일까지는 있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세제 담당과장도 "정무적으로 위에서 다 결정해놓고 이제 와 문제가 생기니 화를 내는 것이 대통령들의 화법"이라며 "그래서 아랫사람이 힘든 것"이라고 푸념했다.


26건의 보도 설명자료…"靑 언론 대응 강조"

이미 재경부 세제실과 대변인실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3일 오후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11일까지 26건의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언론에서 지적한 내용을 두고 하나하나 참고자료를 마련해 배포한 것이다. 이 중 19건은 부동산 관련 내용이었다. 한 재경부 관계자는 "위(청와대)에서 세제 관련 언론 대응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지적에도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야당에서도 정부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비겁한 책임 회피이자 졸속 국정"이라며 "국민이 분노하면 정책 입안자를 탓하고, 문제가 터지니 보고가 잘못됐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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