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배당·美자회사 상장설에 분통 터진 SK하닉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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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가가 11일 오전 장중 137만원까지 밀려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주식 매수가(135만원) 수준에 다가섰다.
반면 SK하이닉스는 3년 누적 FCF의 50% 환원 원칙에만 머물며 구체적 실행 방안을 지연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말 기준 순현금 69조4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7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39조8000억원 상당을 추가 조달했다.
솔리다임은 2021년 SK하이닉스가 11조원가량을 투자해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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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불만에 불을 붙인 것은 '짠물 배당'이다. SK하이닉스는 7일 2분기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375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률은 0.02%다. 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분기 6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임직원에게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앞둔 것과 대조적이다.
주주는 약 1400만원어치인 주식 10주를 보유해도 배당금으로 3750원을 받는다.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적 성장의 과실이 주주에게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파격적인 주주환원 행보와 비교하면 박탈감은 더 가중된다. 미국 마이크론은 잉여현금흐름(FCF) 10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샌디스크와 일본 키옥시아 역시 수조원대 자사주 매입 및 주식분할을 가동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3년 누적 FCF의 50% 환원 원칙에만 머물며 구체적 실행 방안을 지연 중이다.

최근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치명적인 악재는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이다. 솔리다임은 2021년 SK하이닉스가 11조원가량을 투자해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자회사다. 최태원 회장이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직접 겸임하고 있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자회사 상장 행보에 총수의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5일 조회공시에서 "솔리다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수조원 규모 프리 IPO와 투자은행 주관사 선정 정황과 동시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연차보고서 작성 및 IPO 경험자를 우대한 공시 총괄 책임자 채용까지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이 드러나면서 상장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SK그룹 지배구조는 'SK㈜(지주사)→SK스퀘어(중간지주)→SK하이닉스(손자)→솔리다임(고손회사)'으로 이어지는 4단 중복상장 구조가 된다. 상장사가 4단계에 걸쳐 수직으로 겹치는 비대해진 지배구조는 계열사 간 이해관계 상충과 특정 계열사로 이익이 이전되는 '터널링' 부작용 우려가 크다.
알짜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되면 SK하이닉스 주주들은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 등 핵심 성장 과실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과거 LG,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의 분할상장 사태처럼 모회사의 핵심 가치가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심각하게 저평가되는 '디레이팅(상장 할인)'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솔리다임의 미 증시 상장은 최근 발행된 SK하이닉스 ADR 투자 수급에도 치명적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4단계 지배구조 하단의 SK하이닉스 ADR 대신 나스닥에 직상장하는 솔리다임 주식을 직접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 수급이 솔리다임으로 쏠리는 카니발라이제이션(수급 분산)이 발생하면 한국 원주와 미국 ADR 가격이 동반 폭락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법률 시장에서의 증권 집단소송 리스크도 시한폭탄이다. SK하이닉스는 7월 미국 ADR 상장 당시 AI 투자와 기업가치 극대화를 내세워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수개월 내 핵심 자회사를 떼어내 별도 상장할 경우,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증권거래법 Rule 10b-5 위반(사기적 공시 및 기망)을 이유로 한 천문학적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갖춘 SK하이닉스가 주주가치 훼손을 무릅쓰고 자회사 IPO를 추진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본다. 모회사의 직접 투자나 완전자회사를 통해 증설 재원을 충분히 댈 수 있음에도 외부 조달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AI 사업 성과를 다른 계열사들과 공유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HBM 저가 공급설, 채권 투자 돌연 중단 등 검증되지 않은 소문까지 겹치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회사의 불확실한 대처와 소통 미흡이 일시적 업황 우려를 구조적 불신으로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도 잇달아 실적 전망치 조정 등을 반영해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키움증권은 10일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22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은 메모리 가격으로 스마트폰 업체들이 구매에 보수적인 태도로 선회하고 있어 노트북과 PC용 메모리 수요가 연초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며 "장기 공급 계약이 불러오는 대규모 증설 가운데 2027년 공급 증가가 범용 메모리 업황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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