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방한에 들썩인 두산·HD현대···美 원자로 속엔 이미 ‘K-중공업’

노경은 기자 2026. 8. 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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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중공업이 최근 증시에서 각각 SMR 관련주로 주목받은 가운데, 두 회사가 단순한 테마성 기대를 넘어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건설 중인 차세대 원자로의 실제 공급망에 나란히 참여하고 있어서다.

이 원자로의 핵심 공급망에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중공업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테라파워가 공개한 첫 나트륨 원자로 외함시스템(RES) 공급망을 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보호용기(Reactor Guard Vessel), 원자로 지지구조물(Reactor Support Structure), 노심동체구조물(Core Barrel Structure) 등 주기기 3종에 대해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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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 첫 나트륨 원자로에 두산·HD현대 핵심 기자재 공급
현대건설 EPC까지···韓 제조·건설 역량, 美 차세대 원전 밸류체인 확대
원광식(왼쪽) HD현대중공업 원광식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가 올해 5월 '나트륨 원자로 공급에 대한 기본 합의서(FA)'를 체결합의서를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던 모습. / 사진=HD현대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중공업이 최근 증시에서 각각 SMR 관련주로 주목받은 가운데, 두 회사가 단순한 테마성 기대를 넘어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건설 중인 차세대 원자로의 실제 공급망에 나란히 참여하고 있어서다.

특히 두 회사는 같은 원자로에 서로 다른 핵심 기자재를 공급한다. 전통적인 원전 주기기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뿐 아니라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는 HD현대중공업까지 차세대 원전 공급망에 합류하면서 국내 중공업의 사업 영역이 SMR을 매개로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라파워 첫 나트륨에 두산에너빌·HD현대중공업 나란히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오는 14일 한국을 찾아 국내 주요 기업들과 차세대 원전 등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로 잘 알려져있지만 2006년 테라파워를 공동 설립한 뒤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에도 공들여왔다.

테라파워가 상용화를 추진하는 대표 원자로는 나트륨(Natrium)이다.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기존 경수로와 달리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의 차세대 원자로다. 원자로와 용융염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결합해 기본 출력 345MW, 필요할 경우 최대 500MW까지 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용화를 위한 절차도 진전됐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 3월 테라파워 자회사에 와이오밍주 케머러 원전 1호기의 건설허가를 발급했다. 미 NRC가 상업용 비경수로에 건설허가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라파워는 2024년 6월 비원자력 시설 공사를 시작했으며, 이번 허가로 원자로를 포함한 원자력 시설 건설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이 원자로의 핵심 공급망에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중공업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테라파워가 공개한 첫 나트륨 원자로 외함시스템(RES) 공급망을 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보호용기(Reactor Guard Vessel), 원자로 지지구조물(Reactor Support Structure), 노심동체구조물(Core Barrel Structure) 등 주기기 3종에 대해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원자로 노심과 냉각재 등을 담는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를 제작한다. 스페인 ENSA가 원자로 헤드, 캐나다 마멘(Marmen)이 회전 플러그를 각각 맡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대형 원전에서 쌓은 주기기 제작 능력을 차세대 원전으로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2024년 테라파워와 나트륨 주기기의 제작성 검토와 설계 지원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급망에 합류했다. 테라파워 외에도 미국 뉴스케일파워 등 글로벌 SMR 개발사와 협력하며 SMR 주기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SMR 제작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의 참여는 결이 다르다. 기존 원전 주기기 사업자가 아닌 조선사가 원자로 핵심 설비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다.

HD현대중공업은 선박·해양플랜트에서 축적한 대형 구조물 제작과 정밀 가공‧용접 역량에 ITER, KSTAR 등 핵융합 설비 제작 경험을 더해 원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도 일회성 기자재 공급에서 후속 원자로 공급망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측은 지난 5월 공급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HD현대중공업을 향후 나트륨 원자로 외함시스템 부품의 우선 제조사로 정했다. 테라파워는 HD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산업 생산 경험과 정밀 제조 역량 등을 선정 배경으로 꼽았다. 향후 나트륨 원자로의 연속 생산을 염두에 두고 확장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우선 제조사 지위가 곧바로 후속 물량의 확정 수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HD현대는 공시를 통해 테라파워로부터 대상 품목에 대한 제안 요청을 받은 뒤 조건 협의를 거쳐 개별 프로젝트별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향후 나트륨 후속호기 발주가 실제 계약과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 사진=두산에너빌

◇핵심기기 넘어 EPC까지···SMR로 넓어지는 韓 밸류체인

국내 기업의 테라파워 공급망 참여는 기자재 제작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대건설도 후속 나트륨 발전소 건설에 참여할 채비를 하고 있다.

테라파워와 현대건설은 지난 5월 나트륨 프로젝트의 사업 수행 협력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추진될 나트륨 상업호기의 설계·조달·시공(EPC)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 골자다. 같은 시기 테라파워가 HD현대와 제조 공급망 협약을 맺으면서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가 핵심 기자재 제작에서 발전소 건설까지 확대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기업이 원자로 기술을 개발하고 한국 기업들이 이를 실제 설비로 제작하거나 발전소를 건설하는 한미 차세대 원전 분업 구조가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SMR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로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원 확보가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도 차세대 원자로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하면서 원전 공급망 확보 경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원전 시장의 경쟁도 원자로 설계 기술뿐 아니라 이를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공급망 확보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SMR이 당초 목표로 내세운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실현하려면 표준화된 원자로를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테라파워가 첫 나트륨 원자로 건설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제조사를 확보하고 후속호기용 공급망 구축에 나선 배경이다.

HD현대의 원전 사업은 향후 조선업과의 접점도 넓어질 전망이다. HD현대는 육상 원자로 기자재 공급뿐 아니라 선박용 SMR 등 해양 원자력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선박 추진체계와 해상 발전설비 등에 차세대 원자로를 적용하는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조선에서 축적한 제조 역량을 육상 원전으로 확장한 데 이어 다시 해양 원자력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이츠 방한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SMR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이제 국내 기업들이 확보한 공급망 지위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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