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vs 진양곤 … 바이오산업 바꾼 두 거목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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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산업 역사를 이야기할 때 서정진과 진양곤을 빼놓기는 어렵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고, 한국 바이오산업의 성장 궤적에도 각기 다른 서사를 남겼다.
서로 다른 전략으로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한국 바이오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확대 과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시험대 앞에 서 있다"고 전한 뒤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두 경영인의 평가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다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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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영토 확장 '글로벌 입지'
HLB, 공격적 M&A로 '쑥쑥'
FDA 재도전 상업화 시험대

한국 바이오산업 역사를 이야기할 때 서정진과 진양곤을 빼놓기는 어렵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고, 한국 바이오산업의 성장 궤적에도 각기 다른 서사를 남겼다. 한 사람은 생산 경쟁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고, 다른 한 사람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신약 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전략과 경영 철학은 달랐고, 그 차이는 지금도 두 기업의 현재를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남아 있다.
서정진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화를 이끈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연구개발(R&D)과 생산, 해외 판매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셀트리온을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생산 품질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다. 서 회장은 대규모 생산시설과 제품군 확대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고, 이는 셀트리온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기반이 됐다.
경영 방식도 비교적 일관됐다. 장기 전략을 세운 뒤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고, 해외 규제기관 허가와 생산능력 확대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시장의 단기 변동보다 사업 실행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 강했다. 한 차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한 이후에는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주요 사업 방향을 직접 제시하며 경영을 이끌고 있다.
진양곤의 행보는 훨씬 역동적이다. HLB를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중 하나로 키운 그는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을 이어가며 항암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특히 리보세라닙을 그룹 핵심 신약 자산으로 삼고 국내외 계열사 및 파트너사와 협력을 확대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글로벌 임상과 허가 절차를 중심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한 것도 HLB 성장 전략의 한 축이었다.
시장과의 소통 방식도 달랐다. 진 회장은 투자자 대상 설명과 사업 전망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신약 개발 일정과 임상 결과, 허가 절차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의 기대와 우려도 반복적으로 교차했다. 실제로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지난 7월 9일(현지시간)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회사는 해당 사항을 보완한 뒤 FDA에 재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허가 일정은 보완 작업과 FDA의 추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신약 개발 기업이 생산시설과 품질관리 등에서도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된다.
두 사람의 차이는 사업 구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셀트리온은 상업화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반면 HLB는 리보세라닙을 비롯한 핵심 신약의 허가와 상업화 성과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최근 셀트리온도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항체, 비만 치료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존 제품에서 확보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신약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반면 HLB는 핵심 신약의 허가와 상업화를 통해 사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점이 다르다.
공통점도 적지 않다. 두 사람 모두 국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서로 다른 전략으로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한국 바이오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확대 과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두 기업이 마주한 경영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글로벌 바이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단순한 성장 기대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규제기관의 엄격한 검증과 임상 데이터의 완성도, 안정적인 사업 성과와 수익 창출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두 경영인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정진은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진양곤은 신약 개발의 높은 장벽을 넘어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상업화로 연결해야 한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만큼은 같다.
한국 바이오산업은 특정 기업이나 한 명의 스타 경영인만으로 평가받는 단계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서정진과 진양곤은 여전히 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인으로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시험대 앞에 서 있다"고 전한 뒤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두 경영인의 평가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다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상훈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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