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경쟁' 한다더니···단통법 폐지 1년, 꽁꽁 묶인 통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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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과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폐지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했던 '보조금 경쟁'이나 통신비 인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규제를 풀어 유통점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목표와 달리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지원금이 고가 요금제에만 쏠리고 번호이동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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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으로 ‘절충형 완전자급제’ 부상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이재명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과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폐지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했던 '보조금 경쟁'이나 통신비 인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규제를 풀어 유통점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목표와 달리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지원금이 고가 요금제에만 쏠리고 번호이동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집계한 이동통신 번호이동(MNP) 현황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된 최근 1년간 통신3사 간 월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26만985건으로 집계됐다.
법 폐지 전 같은기간(25만2033건)과 비교해 3.6% 증가하는 데 그쳐, 규제 철폐가 시장 활성화를 끌어내지 못했음이 수치로 입증됐다. 이마저도 올해 1월 KT의 해킹 사태 여파로 한 달간 54만5188건의 번호이동이 폭증했던 착시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월평균 번호이동은 23만2565건 수준으로 떨어져 이전보다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해석된다.
공시지원금 상한을 없애고 전환지원금 등 정책 카드를 내놓으며 통신사 간 자율 보조금 대란을 유도하려 했던 정부 구상이 무색해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을 흔든 것은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금 경쟁이 아니라, 이례적 악재에 따른 '위약금 면제' 조치뿐이었다.
단통법 폐지라는 강력한 규제 철폐에도 시장이 냉담한 이유로는 통신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꼽힌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사업 중심축이 이미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무선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와 기업간거래(B2B) AI 사업 등 신사업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5G 가입자가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마케팅비를 쏟아부어 타사 고객을 빼앗아 오기보다 내실 경영을 통해 AI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자급제 단말기 이용률이 30%를 넘어서고 유무선 결합 상품 및 고가 단말기 중심의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통신사와 삼성전자, 애플 등 제조사 모두 대규모 장려금을 투입할 유인이 줄었다.
오히려 보조금 자율화 이후 지원금이 초고가 요금제(월 10만원 이상) 및 부가서비스 가입 조건에만 집중되면서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는 소외되고 이용자 간 혜택 차별이 심화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관행적으로 통신사가 운영하는 고가 요금제 중심의 장려금 정책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요금제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위약금 부담 증가와 8월부터 시행된 결합상품 혜택 축소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디지털 취약계층은 정보 접근성과 혜택 측면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다. 소비자의 혜택 축소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기준 마련과 소비자 중심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의 직영, 자회사 중심의 차별적 장려금 정책은 골목상권의 중소 유통점을 비싼 매장, 나쁜매장으로 오인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골목상권 유통점은 매출 감소와 폐업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력 감축과 영업 중단이 이어지는 등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골목상권 유통점의 퇴출은 소비자의 후생악화로 직결된다. 소비자 혜택이 증대돼야 골목상권도 함께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 완화 구호만으로는 견고한 통신3사 과점 구조와 고가요금제 중심의 유통 체계를 깨뜨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보조금을 둘러싼 근본적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법 폐지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단통법 폐지가 고가 단말기와 고액 요금제 중심의 구조를 유지한 채 이용자 차별을 키웠다"며 "단순히 규제를 없애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통신사의 서비스 가입과 제조사의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되 영세 판매점의 피해를 줄이는 '절충형 완전자급제' 등 유통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실질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절충형 완전자급제는 제조사가 단말기 제조·공급만 맡고 통신사는 이동통신서비스만 맡아, 통신 요금과 단말기를 묶어 팔 수 없도록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판매점에서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가입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소비자 불편은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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