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안 토론에 ‘인간과 AI의 협업’···시민 250명과 함께하는 ‘정책실험’
조건 달리한 3개 추가 개혁안 놓고 숙의
맞춤형 데이터 신속 분석 ‘도우미’로

복잡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놓고 시민들이 토론하는 자리에 인공지능(AI)이 ‘토론 조력자’로 나선다. 연금 재정안정을 위해 서로 다른 조건으로 설계된 개혁안에 대해 AI가 각자에게 미칠 영향을 계산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을 정리해 보여주면서, 더 나은 판단과 합의를 돕는 새로운 정책실험이 열린다.
한국정책학회는 오는 12일 전남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하계학술대회에서 ‘Human+AI Collaboration(인간+AI 컬래버레이션) 정책실험’을 진행한다. 대규모 시민 숙의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실험은 국내 최초다.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늦춰졌지만 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전 등록한 시민 등 참가자 약 250명은 기금 운용 수익률과 국고 투입,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달리 조합한 3개의 추가 개혁안을 놓고 숙의한다. 100분 동안 전문가 설명과 토론, 세 차례 투표를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AI가 맞춤형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는 ‘도우미’로 등장해 토론을 이끈다.
실험은 시민들이 AI의 도움 없이 자신의 판단으로 연금개혁안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한다. 먼저 정책전문가팀이 재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한 A·B·C안의 내용과 장단점을 설명한다.
세 가지 안은 모두 장기적으로 일정 규모의 연기금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출지, 세금을 더 투입할지,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일지 등 재정안정을 위해 감수해야 할 부담을 서로 다르게 조합했다. 장단점이 뚜렷한 대안들을 비교하면서 시민들이 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현재·미래세대의 부담 가운데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지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전문가와 질의응답을 거친 뒤 가장 선호하는 안을 고르는 1차 투표를 한다. 자신이 고른 안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조건부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나머지 안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도 함께 입력한다.
이 시점부터 AI가 본격적으로 개입한다. AI는 참가자들의 선택뿐 아니라 선택·비선택 이유와 조건부 수용 의견, 전문가와의 질의응답까지 분석해 주요 쟁점을 추려낸다. 이를 다시 연령대와 소득구간별로 나눠 보여준다. 가령 한 개혁안을 두고 청년층은 미래의 조세 부담을 우려하고 고령층은 연금 수급 시기가 늦춰지는 것을 걱정한다면, 서로 다른 집단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참가자들은 AI가 정리한 분석을 보고 다시 전문가와 토론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확인한 뒤 내 판단이 달라졌는지, 새롭게 고려하게 된 점은 무엇인지’를 놓고 한 차례 더 숙의한 뒤 A·B·C안에 대한 2차 투표를 한다. 연구진은 1·2차 투표 사이 시민들의 선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특히 연령대와 소득구간에 따른 정책 선호의 격차가 좁혀졌는지를 분석한다.
이후 AI가 한 번 더 개입한다. 두 차례 숙의에서 나온 참가자들의 의견과 전문가 논평·질의응답을 실시간으로 속기록으로 풀어낸 뒤, AI가 곧바로 발언 내용을 분석해 주요 쟁점과 의견을 종합한다.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AI는 기존 A·B·C안과 다른 새로운 ‘D안’을 만들어 제시한다. 시민들이 ‘이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힌 지점을 찾아 기존 정책수단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은 뒤 D안을 수용할지, 조건부로 수용할지 또는 받아들이지 않을지를 마지막으로 평가한다.
한국정책학회는 이번 실험을 위해 범용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정책을 분석하고 대안을 평가하는 정책학의 방법론을 결합한 ‘KAPS 정책의사결정모델’을 자체 개발했다.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은 “이번 실험은 AI가 제시한 대안을 시민들이 그대로 수용하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은 뒤 시민들의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고 세대·소득계층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는지를 살펴보는 데 핵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아···0.41%P 차’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석패
- “호우~ 품절남 됐어요” 구찌 매장 직원과 10년 사랑 ‘결실’…호날두, 조지나와 결혼
- “그 시대엔 다 그랬다?”…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이 소환한 ‘의사’ 독립운동가들
- “스벅 가야지” 외쳤던 그곳서, 배재고 ‘90도 인사 복귀전’···고요한 더그아웃에 “기죽지
- 김희철이 발끈한 ‘엉터리 태극기’…“그리기 어려워서?” 제작 가이드라인 버젓이 있다
- ‘갈비사자’ 바람이, 구조 3년 만에 하늘의 별 됐다···청주동물원서 ‘폐사’
- 테슬라에 불 옮겨 붙을 뻔···가뭄 지원 가다 ‘대형 화재’ 막아낸 영웅들
- “뭘 벌어야 세금도 내지”···화려한 세제개편안, 저소득 청년엔 ‘그림의 떡’
- [현장]이 더위에 ‘처마 밑 둥지’ 제비 새끼들 헥헥, 그러다 한 마리는···야생동물구조센터의
- [단독]근거도 없이 “내부고발했지?”···직원 왕따시킨 KBO 임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