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검진에 AI 도입…의료계도, AI 업계도 "안전 위한 제도부터 마련해야"

문세영 기자 2026. 8.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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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건강검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의료계는 성급한 도입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7일 성명서를 통해 국가건강검진 AI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AI 도입 전 관련 법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 있어선 의료계와 기업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기반 폐암 조기 검진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도입하면서 컴퓨터 보조 진단(CAD/AI) 솔루션 활용을 '필수 조건'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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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건강검진에 인공지능(AI)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가건강검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의료계는 성급한 도입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AI 관련 기업들은 AI 활용에 찬성하면서도 안전하고 실효성 있는 안착을 위한 선결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30일 '제4차 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하며 국가건강검진에 AI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AI를 이용해 검진 전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검진 시 영상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검진 후 건강 코칭(사후 관리) 및 검진 결과 설명 기능을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7일 성명서를 통해 국가건강검진 AI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정부가 사회적 논의와 입법 과정을 건너뛰고 AI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검진 결과 설명과 사후 관리 등은 전문 의료행위로 AI가 대신할 수 없고 AI 오진이나 오안내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는 법적 보호장치가 부재하다고 밝혔다.  

● 의료계 '오진' 우려...기업 '휴먼 에러' 오히려 예방할 것 

의료계는 AI가 거짓말을 하거나 편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업무량, 피로도 등으로 의사 또한 오류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AI를 사용하면 의사와 AI가 상호 보완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검진 관련 AI 제품을 보유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루닛, 딥노이드, 코어라인소프트 등이 있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판독보조 AI(루닛 인사이트 CXR), 유방촬영술 판독보조 AI(루닛 인사이트 MMG), 3D 유방단층촬영(DBT) 판독보조 AI(루닛 인사이트 DBT) 등을 국내외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고 딥노이드는 흉부 영상 분석 라인업인 ‘딥 체스트’, M4CXR’, 뇌 신경계 분석 라인업인 ‘딥 뉴로‘, ’딥 뉴로 브레인 세그’, 판독 품질 관리 AI ‘딥 리뷰’를 갖고 있으며 다수가 병원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폐암을 조기 검진하는 AI(에이뷰 LCS), 뇌혈관질환을 검진하는 AI(에이뷰 뉴로), 검진 워크플로우 연계 플랫폼(에이뷰 허브) 등을 갖고 있으며 에이뷰 허브는 독일 등 유럽 검진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기업들은 보유한 제품 중 일부가 국가건강검진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딥노이드 관계자는 “M4CXR이 국가검진에 최적화된 AI”라며 “검진센터가 요구하는 국가검진코드 매칭, 한글 판독문 초안 생성 기능 등을 제공해 전문의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휴먼 에러’를 예방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휴먼 에러는 사람이 판단 과정에서 실수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려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딥노이드 관계자는 “하루 수백 건 이상의 판독으로 피로가 누적된 의료진이 미세 결절이나 미세 뇌동맥류처럼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소형 병변을 AI가 이중 점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진코드를 자동 매칭하고 판독문 초안을 생성하는 등 단순·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면 의사는 환자 진료와 고난도 사례 분석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또 AI는 판독이 필요한 다수의 영상 중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영상을 상위 배정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   

AI를 이미 도입한 국내 병원들의 이탈률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AI가 의료인의 보완 도구로서 의료현장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루닛 관계자는 “주력 제품(CXR, MMG) 기준 재계약률이 95% 이상으로, 도입 기관의 이탈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판독 효율성 향상, 현장 의료진 워크로드 감소 등을 이유로 지속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법적 공백 우려…의료진·개발사 책임 명확히 해야

AI 도입 전 관련 법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 있어선 의료계와 기업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으면 AI 오류 발생 시 불필요한 법적 분쟁이 초래될 수 있다. 

루닛 관계자는 “판독 보조 AI 솔루션을 이용하더라도 최종 진단과 임상 판단은 의료진의 확인과 책임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부, 의료계, 산업계가 함께 책임 소재와 관련한 제도 마련을 위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딥노이드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환자 안전’이며 이를 위해 애쓰는 의료진이 법적 불확실성이나 억울한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선 안 된다”며 “현재 법체계 기준으로 AI는 '고성능 진단 보조 도구‘로, 최종 진단과 처방 주체는 의사이고 제조사는 기술적 안정성과 알고리즘 신뢰성을 담보하는 제조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마련될 제도와 법안은 AI 도입을 규제하는 방향이 아니라 의료진 임상 자율성 보장, 기술적 결함에 대한 개발사 책임 명확화, AI 전용 배상책임보험 등의 안전망 구축 등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정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I 전용 배상책임보험은 AI 시스템 사용으로 발생하는 신체 상해 등의 법적 배상 책임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의미한다. 

● 해외 사례서 제도적 해법 참조 필요...독일은 ’이중 안전망’ 마련

 

해외에서는 일부 검진에 AI가 이미 의무 적용되고 있다. 유럽 최대 의료시장인 독일이 공공 검진 체계에 AI를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기반 폐암 조기 검진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도입하면서 컴퓨터 보조 진단(CAD/AI) 솔루션 활용을 '필수 조건'으로 지정했다. 독일 정부는 AI 도입이 전문의 간 판독 편차를 줄이고 검진 물량 폭증에 따른 업무 병목을 완화하는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은 AI 도입 시 발생할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독일 검진에 활용되는 AI 제품은 중·고위험군 의료기기 등급인 ‘클래스 IIb' 인증이 필수다. AI는 독립적으로 진단하지 않고 이중 판독 워크플로우를 따른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1차 판독 후 재검토하는 역할을 하거나 AI 판독 결과를 의사가 최종 승인하는 '이중 안전망' 구조가 급여 수가 체계 내에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AI 도입 전 의료계와 산업계의 입장, 해외 도입 사례 등을 종합해 관련 법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 활용 기관에 대한 판독 보조 수가나 가산점 부여, AI 성능 평가 및 품질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 법적 책임 소재 명확화, 판독 보조 및 사후 관리 서비스에 대한 의료진 검토 등과 관련한 규정이 명확히 명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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