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폰 경쟁의 숨은 승자, 애플·삼성 아닌 구글이 될 수도

김지현 SK AI위원회 부위원장 2026. 8. 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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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전쟁에서 주인공은 애플과 삼성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정의했고, 삼성은 갤럭시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하드웨어가 됐다.

애플, 구글 제미나이 적극 수용이는 과거 스마트폰 OS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2007년 아이폰이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정의했지만 이후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OS를 전 세계 수많은 제조사에 공급하며 스마트폰 생태계의 또 다른 표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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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작동하는 구글 파운데이션 모델에 애플·삼성이 의존
삼성(오른쪽)과 애플의 ‘AI(인공지능)폰’은 모두 구글 파운데이션 모델을 사용한다. 애플 제공·삼성전자 제공
2010년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전쟁에서 주인공은 애플과 삼성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정의했고, 삼성은 갤럭시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하드웨어가 됐다. 15년간 두 회사의 경쟁은 화면 크기, 카메라, 배터리, 칩 성능, 디자인,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2026년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를 살 때 카메라 화소가 아니라 "이 휴대전화가 나를 대신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묻는다. 'AI폰' 전쟁은 에이전트와 파운데이션 모델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말로 명령하면 에이전트가 앱 조작하는 AI폰

삼성은 2월 '갤럭시 S26'을 공개해 AI 경험을 제품 전면에 내세웠다. 갤럭시 S26에서는 에이전트가 사용자 대신 앱을 실행한다. 휴대전화 측면 버튼을 누르거나 제미나이를 호출해 "집까지 가는 택시 불러줘" "자주 먹던 치킨 2마리를 집으로 배달해"라고 말하면 에이전트가 카카오T와 배달의민족 앱을 조작하는 식이다.

갤럭시 S26에는 AI가 3개 탑재돼 있다. 삼성의 빅스비, 구글의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다. 에이전트는 구글 제미나이에 의존하고 앱과 기기 조작은 빅스비, 검색은 퍼플렉시티를 활용한다. 즉 삼성의 전략은 개방형 AI폰에 가깝다.

애플은 6월 WWDC(세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시리(Siri) AI'를 공개했다. 구글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1조2000억 개 파라미터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덕분에 에이전트 성능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기 내 애플의 실리콘 칩 기반으로 AI가 구동하고, 큰 모델이 필요한 경우 애플의 PPC(Private Cloud Compyte) 안에서 작업이 수행돼 보안을 지킨다.

시리 AI는 아이폰 외에도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비전 프로 등 애플의 모든 기기에 스며들어 개인 맥락을 바탕으로 에이전트 기능이 수행되게 한다. 이미 보급된 25억 대 애플 기기와 그 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에이전트는 각 개인에 최적화된 상태로 작동한다.

삼성과 애플은 전략이 다르다. 삼성은 개방형 멀티 모델 전략을 따른다. 갤럭시에서 3개 AI가 구동되게 해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에 따라 다른 AI를 불러낸다. 삼성의 목표는 AI폰의 기능을 빠르게 넓히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AI 단말기로 자리 잡는 것이다. 반면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와 통합 경험을 앞세운다. 시리 AI를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모든 기기 운영체제(OS)에 심고 사용자를 가장 잘 아는 비서로 만들려 한다.

그런데 두 기업 AI폰 전략의 핵심 기술은 모두 구글이 제공하고 있다. 1월 애플은 구글과 다년 협력을 발표하고 구글 제미나이를 적극 수용했다. 구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은 구글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 대목이 AI폰 전쟁의 본질이다. 소비자 눈에는 갤럭시와 아이폰의 싸움처럼 보인다. 하지만 양쪽 모두 구글 제미나이에 기대고 있다.

애플, 구글 제미나이 적극 수용

이는 과거 스마트폰 OS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2007년 아이폰이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정의했지만 이후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OS를 전 세계 수많은 제조사에 공급하며 스마트폰 생태계의 또 다른 표준이 됐다. 삼성은 안드로이드 위에서 갤럭시 제국을 만들었다. AI폰 전쟁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될 수 있다. 스마트폰 전쟁의 승부처가 OS였다면 AI폰 경쟁에서 승부처는 에이전트를 작동시키는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애플과 삼성이 사용자 경험의 표면을 장악하려 하지만 구글이 그 아래에서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클라우드라는 인프라를 모두에 공급한다. 구글이 AI폰 경쟁의 숨은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갤럭시 S26이 아이폰보다 똑똑한가" "시리 AI가 빅스비보다 더 자연스러운가"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사용자의 일상과 업무를 대신하는 AI 에이전트의 첫 번째 호출권을 누가 갖느냐다. 사용자가 "내일 출장 준비해줘" "이 화면에서 해야 할 일 정리해" "계약서 위험 조항 찾아줘"라고 말할 때 그 명령을 어떤 에이전트가 받고, 어떤 모델이 판단하느냐가 AI폰 시대의 권력이 된다. 물론 애플과 삼성은 사용자들이 자사의 시리와 빅스비를 중심으로 에이전트를 호출하도록 만들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을 구동하는 핵심 플랫폼이 구글 제미나이 스파크라면 시간이 흘러 우리는 AI를 이용하기 위해 '제미나이 인텔리전스(Gemini Intelligence)'를 가장 먼저 찾게 될 것이다. 

김지현 SK AI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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