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으로 AI랑 친해져요” ‘AI 바둑’ 덕에 다시 북적이는 바둑 학원

김도연 기자 2026. 8. 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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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너] 바둑 학원 “AI 도입 후 수강생 2배 늘어”
신진서-카타고 대결에 학생들 관심 높아져
바둑 선수는 반토막인데 15세 미만은 급증
4일 오후 3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바둑학원에서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짝을 지어 대국을 벌이고 있다./임예지 인턴기자

“으악, 승률이 더 떨어졌네!”

지난 5일 오후 1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바둑 학원. 1·2층에 마련된 강의실에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30여 명이 짝을 지어 대국을 벌이고 있었다. 교실 한편에는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카타고’와 ‘절예’가 설치된 컴퓨터 2대가 놓여 있었다. 모니터에는 바둑판과 함께 흑돌과 백돌의 승률이 나타났다.

대국 중반에 들어서자 한 학생은 “승률이 더 떨어졌다”며 탄식했다. 의자 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학생들도 승률이 나타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니면 여기에 뒀어야 했나?” 하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인간 바둑의 적수로 불리던 AI 바둑이 최근 바둑 학원에서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효자 선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신진서 9단이 AI 바둑 프로그램 ‘카타고’를 꺾은 모습을 보고 흥미를 가진 학생도 많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바둑으로 자녀의 집중력도 키우고 AI와 친해질 기회를 주기 위해 학원으로 보내고 있다.

5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바둑학원에서 학생들이 다함께 모여 대국을 복기하고 있다./임예지 인턴기자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바둑학원 한쪽에는 로봇 팔로 바둑돌을 놓으며 학생들과 대국을 벌이는 ‘AI 바둑 로봇’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학생이 바둑판에 흑돌 하나를 내려놓자 로봇 팔은 곧바로 다음 수를 놓았다. 로봇 모니터에는 잡힌 사석(死石)이 몇 개인지 표시됐다.

이곳에서 바둑을 배우는 심서희(12)양은 “AI에 바둑을 배우는 게 신기하고 즐겁다”며 “예전에는 모바일 게임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바둑이 더 재밌다”고 말했다. 심 양의 어머니는 “AI 시대에는 단순 암기보다 사고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딸을 학원에 보냈다”며 “AI와 친해지는 동시에 집중력과 승부욕도 기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바둑학원들은 최근 수년간 AI 바둑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바둑 학원을 운영하는 양우석(32)씨는 “AI 바둑을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한 3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수강생이 체감상 두 배 정도 늘었다”며 “아이들이 로봇과 대국하는 걸 게임처럼 받아들이면서 바둑에 흥미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바둑 학원을 운영하는 성철영(29)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AI 로봇과의 대국이 단연 인기”라며 “특히 최근 신진서 9단과 카타고의 대결 이후 수강 문의가 늘며 수강생이 30%가량 늘었다”고 했다.

4일 오후 3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바둑학원에서 학생들이 AI 바둑 프로그램과 대국을 두고 있다./임예지 인턴기자

실제로 바둑 종목에 등록된 선수는 줄고 있지만 저연령층의 유입은 늘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바둑 종목에 등록된 선수는 2022년 3260명에서 2025년 1633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만 15세 미만 선수는 2022년 696명에서 2025년 956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AI의 보급이 바둑을 소비하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시바둑협회의 이재락 사무처장은 “AI 덕에 학생들이 혼자서도 바둑을 배울 수 있어 AI 바둑이 바둑 교육에 유용한 수단으로 떠올랐다”며 “특히 학생들이 수학적 계산에 기반한 바둑을 터득해 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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