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고공농성 택시노동자, 간주근로제 시행령 필요

최승현 2026. 8. 1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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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택시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고공농성과 분신, 법정 투쟁을 이어갔다.

이에 철탑 위 노동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간주근로시간제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고공농성 중인 택시 노동자가 폭염의 철탑 위에서 외치는 핵심 요구는 바로 이 시행령을 제정해 시간 측정이 가능한 택시 및 운수업종을 간주근로 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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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노무사(기본소득당 노동위원장)
▲ 최승현 노무사(기본소득당 노동위원장)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그리고 여기, 20미터 높이의 철탑 위에서 130일이 넘도록 폭염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인천 길병원 사거리 통신탑에 오른 택시노동자 고영기씨다.

지난 4월 농성 초기와 8월 초, 두 차례 현장을 찾았다. 8월 방문 당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동행했는데, 농성 시작 후 네 달이 지나서야 국회의원이 처음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와대와 고용노동부, 정치권의 차가운 무관심에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밀려왔다.

노동법의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 제공한 노동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지급하고, 최저임금 역시 그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택시노동자들에게 이 당연한 원칙은 늘 예외였다. 과거 최저임금 적용 예외 대상에 묶여 있었는가 하면, 법이 바뀐 후에도 현장에서는 온갖 편법이 난무했다.

택시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고공농성과 분신, 법정 투쟁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9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다2451)을 끌어냈다. 당시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성립됐거나 형식에 불과하다면 무효라고 판시했다. 실제 10시간 일하는 노동자를 4시간만 일한 것으로 간주해 최저임금을 회피하려는 노사 합의를 무효로 본 것이다.

이 판결 직후인 2019년 8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11조의2(택시운수종사자 소정근로시간 산정 특례) 일반택시운송사업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 58조1항 및 2항에 따라 정할 경우 1주간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정해야 한다"는 조문을 신설해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하더라도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 보장하도록 법제화했다.

법안은 2021년 1월1일 서울시 우선 적용을 시작으로 공포 후 5년 내(2024년 8월20일) 전국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는 서울 외 지역 적용을 2026년 8월20일로 미루더니, 올봄 또다시 법을 개정해 현재는 2028년 8월20일까지 재유예한 상황이다.

고영기씨가 3월 말 통신탑에 오른 것은 바로 이 법안 개악을 막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법안은 통과됐고, 노동자들은 또다시 법의 보호 바깥으로 밀려났다. 이에 철탑 위 노동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간주근로시간제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58조의 간주근로시간제는 사업장 밖 근로 등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 일정 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당시 도입됐으며, 제정 당시 존재했던 노사 서면합의시 노동부 신고 의무마저 1999년 폐지되며 택시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회피용 꼼수로 전락했다.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서면합의서 한 장이면 4시간 치 최저임금만 지급해도 합법이 되는 기형적 구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를 무효라 판결했음에도, 정작 노동부의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에는 여전히 택시운송업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시 업종으로 남아 있다.

21세기 첨단 대한민국에서 택시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GPS, 디지털 운행기록계, 택시 미터기 등 객관적 장치로 운행 및 대기시간이 초 단위로 기록된다. 택시는 간주근로제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58조4항은 간주근로제와 관련해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 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 대통령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명백한 행정 부작위이자 책임 방기다. 고공농성 중인 택시 노동자가 폭염의 철탑 위에서 외치는 핵심 요구는 바로 이 시행령을 제정해 시간 측정이 가능한 택시 및 운수업종을 간주근로 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하라는 것이다.

싸워서 쟁취한 법안이 매번 누더기가 돼 유예되는 현실은 노동자들에게 깊은 허탈감을 준다. 최근 노동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말이 아닌 즉각적인 시행령 제정으로 답해야 한다. 노동법의 빈틈을 메워 더 이상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철탑에 오르는 일이 없기를, 그가 하루빨리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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