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자마자 ‘유예·예외 덕지덕지’ 부동산 세제···“내년에 세금 얼마나 바뀌는 지 예측도 힘들어”
비거주 예외 사유 확대·특례 연장 등 잇단 검토
납세자들 혼란 가중···실거주 원칙도 흔들

정부가 ‘실거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의 틀을 바꾸겠다며 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유예·예외 조치를 잇따라 검토하면서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이 시행하기도 전부터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롭게 제시한 과세 원칙이 직장·교육 등 다양한 주거 현실과 충돌하자 ‘유예’ ‘예외’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납세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입법예고 기간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뒤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일부 내용이 수정될 수 있다”고 10일 말했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접수된 입법의견은 10일 오후 기준 3300건을 넘겼다.
정부 안팎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예외 인정 사유를 넓히는 방안과 실제 거주하지 않은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특례 기간 자체를 늘리는 방안이 함께 거론된다
현재 정부안은 1주택자가 1년 이상 계속 거주하던 주택에서 취학이나 직장 변경·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주거를 옮길 경우 최대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입법예고 과정에서 실거주 인정 요건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 자녀 교육이나 가족 돌봄, 기존 임대차계약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경우까지 일반 비거주자와 같은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비거주 인정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제한한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한 차례 행사할 수 있고 갱신되는 임대차 기간은 2년이다. 최초 2년 계약에 갱신계약까지 더하면 임대차가 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해외 근무 등으로 집을 비운 기간이 3년에 이르렀는데 기존 임대차계약이 남아 있다면 집주인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바로 입주하지 못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도 ‘유예’를 거듭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거래가 막히자 무주택 매수자는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도록 실거주 의무 유예 특례를 뒀다. 최근에는 유예 적용 범위를 추가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주를 원칙으로 내세우다보니 예외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문제는 예외가 늘어날수록 세제가 더 복잡해지고 원칙을 허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시장에 불신을 더할 우려도 생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납세자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 복잡성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세 강화 대상을 일부 고가·비거주 주택으로 좁힌 만큼 실제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고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양도하는 자산과 거주·보유기간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지고, 일시적 2주택 특례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도 취득·양도 시점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현준 NH농협은행 세무전문위원은 “개편안이 시행되면 어떤 자산을 언제 취득하고 양도했는지, 거주기간과 보유기간이 얼마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공제와 세율이 달라진다”며 “시행 시기와 경과규정까지 따져야 해 납세자 입장에서는 내년에 자신의 세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복잡한 예외를 덧붙이기보다 과세 원칙 자체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복잡한 예외를 덧붙이기보다 과세 원칙 자체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세제가 복잡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같은 가액의 부동산에는 같은 세금을 매긴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실거주 여부나 주택 수를 지나치게 따지지 않고 단순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정훈 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거주지와 그렇지 않은 주택을 구분하는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원칙 자체를 폐기하기보다 예외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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