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 못 놓쳐…” 뙤약볕 내몰리는 외국인 근로자들 [기후재난 뉴노멀시대]

배상철 2026. 8. 11. 06: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런 극한 더위는 처음입니다."

폭염특보 최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7일 오전 10시 강원 홍천군 화촌면 한 단호박 농가.

일부 농가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쉼터는커녕 물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계절근로자는 "휴식시간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일이 많아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폭염 직격탄 맞은 현장을 가다 - 강원 홍천군 단호박 농가
긴팔·긴바지에 장갑까지 끼고
냉풍조끼 한 벌에 의존해 작업
중간 휴식하는 곳은 사정 나아
주말 근로·휴식 없는 곳 수두룩
최근 연이은 외국인 근로자 사망
“폭염 안전수칙 강제해야” 지적

“이런 극한 더위는 처음입니다.”

폭염특보 최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7일 오전 10시 강원 홍천군 화촌면 한 단호박 농가. 농장주 이성근(50)씨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은 햇볕 아래 연신 허리를 굽히며 단호박을 수확하고 있었다. 산 중턱에 위치한 밭에는 그늘이 전혀 없어 뙤약볕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날카로운 풀에 긁히는 것을 막으려고 긴소매·긴바지에 장갑까지 착용한 탓에 이들의 온몸은 땀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난 7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한 단호박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단호박을 수확하고 있다. 홍천=배상철 기자
이씨는 “수확 시기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날이 덥다고 작업량을 줄이거나 멈출 수는 없다”며 “오전 중에 끝내려고 다른 농가 계절근로자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씨와 계절근로자들은 틈틈이 그늘로 이동해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얼음물로 더위를 식혔다. 필리핀에서 온 조단(32)씨는 “사장님이 소형 선풍기가 달린 조끼를 사줘 그나마 견딜 만하다”며 땀을 훔쳤다.

이씨 농가는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쉼터는커녕 물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계절근로자는 “휴식시간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일이 많아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햇볕에 달아오른 몸을 식혀야 할 숙소조차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했다. 또 다른 계절근로자는 “숙소에 에어컨이 있지만 작동이 잘되지 않는 것 같다”며 “틈날 때마다 샤워하면서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난 7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한 단호박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단호박을 수확하고 있다. 홍천=배상철 기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근로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줘야 한다. 35도 이상이면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단하고 38도 이상이면 모든 옥외작업을 멈추도록 권고한다. 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사망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경기 여주에서는 밭일을 하던 30대 외국인 여성이 실종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전날 오후 휴식을 취하러 간 뒤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5일에는 전남광주 해남에서는 밭일을 하던 태국인이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사망했고 같은 달 11일에는 충남 홍성에서 네팔 국적 30대 근로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7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한 단호박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뜨거운 햇볕을 피해 얼음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홍천=배상철 기자
연이은 사망사고에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충남 예산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김 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폭염 속 온열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폭염 3대 기본 수칙인 물·그늘·휴식을 보장하고 중대경보 발령 시 행동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폭염안전수칙은 노동 현장에서는 딴 세상 얘기”라며 “폭염특보에도 노동을 강요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안전규정을 강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천·여주=배상철·오상도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