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피지컬 AI 표준화 사업, 시작부터 '삐걱'

윤석진 기자 2026. 8.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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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 과제 중 유일하게 재공고…사전 적격성서 결격
‘인간-AI 협업형 개발·글로벌 실증’ 48억6000만원 투입
제조 데이터 표준화해 국내외 확산…글로벌 주도권 목표
업계 "한국이 피지컬 AI 데이터 표준 선점해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피지컬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의 피지컬 AI(인공지능) 데이터 표준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사업자 모집 단계에서 결격 사유가 발생해 일정이 지연된 상황이다.

10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간-AI 협업형 개발·글로벌 실증' 사업 재공고에 들어갔다. 7월 28일 마감에서 8월 10일로 약 2주 가량 연기된 것이다.

'사전 적격성 평가'에서 결격 사유가 발견돼, 본 평가가 진행되기 전에 탈락 처리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공모에는 연구기관 3곳이 컨소시엄 형태로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과기정통부는 '2026년 경남·전북 AX 연구개발사업'을 공개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35개 연구과제에 총 1조 4131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인간-AI 협업형 개발·글로벌 실증'에는 총 48억 6000만원이 배정됐다.

35개 과제 중 재모집 절차에 들어간 것은 '인간-AI 협업형 개발·글로벌 실증'이 유일하다. 나머지 34개 과제는 일정에 따라 본 평가를 마쳤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지원 조건에 따라 사전 적격성 검토 과정을 거쳤지만, 재공고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과제는 피지컬AI 특화 물리융합 데이터와 기술을 확보하고,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물리법칙을 반영한 '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 기반 정밀 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수출'이란 두 가지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 피지컬 AI 테스트베드로 기능해온 경남 제조 현장에 확대·도입할 '물리지능 행동모델' 표준을 확립하고, 그 사용 범위를 국내외 지역으로 넓히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 내용에는, '국내외 협력 플랫폼 운영 및 공동 연구 추진'이란 문구가 명시돼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수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일거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기술적 역량과 외교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난도 과제라는 점이다.

챗GPT 같은 대화형 AI 언어 모델이 LLM(Large Language Model)​에 기반해 작동하는 것과 달리, 피지컬 AI는 LAM(Large Action Model)과 PINN에 기반해 움직인다. PINN이 물리 법칙을 감안한 데이터를 산출하면, LAM이 이를 받아 로봇에 행동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류요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과제"라며 "기술적으로는 정말 중요한 분야이자 새로운 분야를 신규 제안해야 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기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준화는 수행자가 원천기술을 보유할 뿐 아니라 국제적 네트워크가 있어야 가능하다"라며 "특히 이 과제의 경우 다양한 국제표준화 기구간 네트워킹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다양한 표준화 전문 인력이 함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3년 안에 피지컬 AI 글로벌 1강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각종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술 표준의 경우, 한 번 정착되고 나면 다른 표준으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속도전'이 필수란 평가다.

오픈AI, 엔트로픽, 구글, 등 몇몇 기업이 주도하는 대화형 AI 시장과 다르게, 글로벌 피지컬 AI 쪽은 아직 뚜렷한 시장 지배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 통용될 만한 데이터 표준 또한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엔비디아와 중국 정부가 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다. 엔비디아는 아이작심-코스모스-제슨 토르 등으로 이어지는 컴퓨팅·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세계 표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로봇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국가 표준을 세계 표준으로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은 2025년 816억달러에서 연평균 36.1% 성장해 2033년에는 9604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용 데이터를 만드는 데 있어 한국이 데이터 표준을 주도해야 하고, 그 표준을 기반으로 데이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좀 더 빨리 치고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