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이 던지는 메시지

김민주기자 2026. 8. 1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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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최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피터 파커는 홀로 뉴욕을 지키며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낮에는 평범한 청년으로, 밤에는 스파이더맨으로 범죄와 싸우지만 마음속 공허함은 깊어간다.

어느 날, 그의 거미 DNA에 이상이 생기면서 힘을 통제하기 어려운 위기에 빠진다. 동시에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정체불명의 적이 나타나 뉴욕을 혼란에 빠뜨린다. 피터는 적과 자신 안의 두려움에 맞서며, 진정한 영웅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고 사랑하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영화 스파이더맨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영웅보다 사람이 먼저다. 요즘 사람들은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오늘도 묵묵히 출근하는 평범한 사람에게 더 큰 공감을 느낀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역시 그런 시대정신을 담아낸 작품이다. 거대한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보다, 모두에게 잊힌 한 청년의 외로움과 정체성의 혼란을 더 깊이 비춘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은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인간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인은 수많은 SNS 친구를 가지고도 정작 자신의 고독을 털어놓을 사람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영화 속 피터 파커 역시 뉴욕 시민 모두를 구하지만, 정작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없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지만 자신의 삶은 구원받지 못하는 역설이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영화 속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하늘을 찌르는 빌딩들은 현대 문명의 성공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가장 외롭게 만드는 거대한 숲이기도 하다. 거미줄을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화려하지만, 그 거미줄 끝에는 돌아갈 집도,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도 없다. 높은 빌딩일수록 그림자는 더 길어진다.

반대로 보스턴은 전혀 다른 의미를 품는다. 미국 독립정신이 태동한 도시이며, 하버드와 MIT가 자리한 학문의 도시이다. 뉴욕이 경쟁과 속도의 상징이라면, 보스턴은 성찰과 지혜를 상징한다. 하나는 성공을 향해 달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다움을 묻는다. 현대인은 뉴욕처럼 살아가지만, 마음속에서는 보스턴을 그리워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역사는 영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역시 초능력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을 향한 책임감 때문에 영웅이 된다. 톨스토이가 말한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양심이 살아 있는 상태였다. 영화 속 피터 파커 역시 자신의 능력보다 양심을 선택할 때 비로소 진정한 영웅이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라는 유명한 문장이 등장한다. 피터 파커의 성장도 다르지 않다. 고통은 그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하는 과정이다. 거미가 허물을 벗듯 그는 외로움과 상실을 통과하며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한다. 성장은 힘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품을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오늘의 시대도 수많은 '스파이더맨'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직업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거미줄을 붙잡고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평범한 소시민이다.

성경은 영웅보다 사람을 먼저 이야기한다. 다윗도 두려워했고, 엘리야도 낙심했으며, 베드로도 실패했다. 예수님께서는 완전한 사람들을 부르신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마태복음 11:28) 는 초청은 오늘도 외로운 피터 파커 같은 사람들을 향한 말씀이다.

결국 스파이더맨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세상을 구하려 애쓰기 전에, 당신 곁의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가?"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서로를 기억하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평범한 이웃이다. 그것이 뉴욕의 빌딩 숲에서도, 보스턴의 오래된 거리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도 가장 위대한 영웅담이 된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묻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영웅에게도 이웃이 필요하다. "당신이 모든 사람의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누군가의 친절한 이웃이 돼라."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더운 날씨로 숨이 막힌다. 오늘도 일상에서 묵묵히 땀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평화가 넘치기를 기도한다.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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