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전 태아 심장박동 들어라”…칠레서 ‘임신중단 제한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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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임신 중지 전에 여성이 태아의 심장박동을 듣도록 사실상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은 칠레 보건법 제119조를 개정해 임신 중지 전에 의료진이 배아나 태아의 심장 활동의 감지 여부를 알리고, 여성이 심장 박동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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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임신 중지 전에 여성이 태아의 심장박동을 듣도록 사실상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각) 칠레 매체 비오비오칠레와 24오라스 등에 따르면 칠레에서는 지난 6월 말 발의된 이른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어라’ 법안인 ’에스쿠차 수 코라손’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의료계, 여성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25일 강경 우파 성향의 크리스토발 우루티코에체아 의원을 비롯한 국민자유당(PNL)·공화당·국가쇄신당(RN) 소속 의원 6명이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칠레 보건법 제119조를 개정해 임신 중지 전에 의료진이 배아나 태아의 심장 활동의 감지 여부를 알리고, 여성이 심장 박동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여성에게 심장박동 청취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거부하면 의사가 임신 중지 시술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심장박동 청취를 사실상 임신 중지의 의무 조건으로 삼은 것이다. 칠레는 2017년부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없는 상황, 성폭력으로 임신한 상황에서만 임신 중지를 허용하고 있다. 법안은 애초 세 가지 사유에 모두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나머지 두 사유가 적용 대상이다.
여성단체와 의료계 등은 합법적인 임신 중지 시술을 원하는 여성에게 심장박동 청취를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감정적 압박이자 생식권을 제한하는 조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일 정부 청사 앞까지 행진하며 불만을 표출한 한 시민은 “해당 제안은 그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이 여성들의 고통과 아픔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칠레의사협회도 환자에게 태아의 심장 박동을 들을 기회를 의무화 한 법안에 사실상 반대했다. 협회는 “특정 의료 행위를 의무화한다고 해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성이 다시 피해를 겪지 않도록 자율성을 존중하는 진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칠레 정부도 법안에 거리를 두고 있다. 마이 초말리 보건부 장관은 지난 3일 태아의 심장박동을 듣는 것이 “여성의 임신 중지 결정을 바꾼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주디스 마린 여성·성평등부 장관도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사회적으로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며 “관심을 분산시키는 논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법안은 칠레 하원의 첫 번째 심의 단계에 있으며 보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보건위원장이 당분간 법안을 의사일정에 올리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위원회 심의·표결은 시작되지 않았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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