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사라진다고? 에이, 설마..." 하는 당신께
기후위기와 인간간섭 영향...적합한 서식지 찾아 이동 못하기 때문

49개국 공동연구진이 지난 5일 국제학술지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최세웅 국립목포대 환경교육과 교수가 유일한 공동저자로 참여하고 한국 나비 분포 자료를 제공했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나비 251종 가운데 67종이 이번 연구에 포함됐다.
나비 서식환경 변화는 국내에서도 관찰된다. 최 교수는 10일 <뉴스펭귄>에 "강원·경기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산부전나비, 들신선나비, 상제나비 등은 최근 개체군이 줄어 최근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 종들이 논문이 제시한 '기후 부채' 개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기후 부채란 기후위기로 서식 적합지가 이동했음에도 종의 실제 분포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쌓이는 격차를 뜻한다.
그는 "추운 지역에 분포하는 북방계 나비면서 초지를 선호하는 나비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점차 북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만, 초지가 점차 사라지면서 서식지가 줄어들어 결국 멸종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가 이들을 북쪽·고지대로 밀어붙이는 동시에 정작 옮겨갈 초지 자체가 소멸하면서 이중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립산림과학원도 국내 나비의 북방한계선이 연간 약 1.6km씩 북상하고 있으며, 이 속도가 한반도 기온 상승 속도와 근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역대 최대 규모 나비 분포 데이터
이번 연구는 1991년 이후 발표된 문헌 567건과 49개국 나비 전문가 68명의 현장 평가를 종합했다. 현재까지 가장 방대한 나비 분포이동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15개 언어로 작성된 문헌을 함께 검토해 영어권 문헌에 의존한 기존 연구의 공백을 메웠다.
분석 결과 전체 1758종 중 서식범위가 수평으로 확장된 종은 1427종(81%), 축소된 종은 480종(27%), 고도를 따라 이동한 종은 381종(22%)으로 나타났다. 중복된 종도 일부 있다.
지역별로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열대지역에서는 서식범위 확장이 전체 범위이동의 80.3%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던 반면, 유럽에서는 확장(41.3%)·축소(37.4%)·고도이동(21.3%)이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실제 생태 변화뿐 아니라, 유럽·북미 중심의 장기 모니터링 체계가 갖춰진 지역일수록 변화가 더 잘 포착되는 관측 편향과도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서식범위 확장, 반가운 소식 아니다
서식범위가 넓어졌다는 소식은 얼핏 해당 종에게 유리한 신호로 읽히기 쉽다. 하지만 최 교수는 그렇게만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새로운 지역으로 나비의 분포가 넓어진다는 것은 단일 종의 분포 측면에서만 보면 긍정적인 기여라고도 한다"면서도 "이렇게 새로운 서식지에 유입된다면 전체 종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궁극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나비는 대부분 초식곤충이어서,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한 나비가 기존 토착종과 먹이식물을 두고 경쟁하거나 새로운 먹이활동을 벌이면서 생태계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유입이 "농작물이나 임업 부문에서 해충으로 작용해서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반대로 서식범위 축소는 해석의 여지가 없다. 그는 "서식 범위 축소는 당연히 종 차원에서도, 그리고 생태계 차원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종 보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도이동은 왜 적게 보고됐나…"실제 현상 아닌 관측 공백"
논문은 온도가 고도에 따라 더 가파르게 낮아지는 열대지역에서조차 고도이동 사례가 유독 적게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존 통념과는 다소 상반되는 결과다. 열대 곤충이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이동하기보다 산 위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일부 선행 연구와도 배치된다.
최 교수는 이를 실제 생태 현상이라기보다 관측·연구의 공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도 이동에 대한 연구는 연구 및 관측데이터가 부족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음에도 한라산·지리산·설악산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산에서만 이와 유사한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평이동은 위도별 관측이 비교적 쉽게 이뤄져 데이터가 훨씬 많이 축적돼 있다는 것이다.

세대 거쳐 조금씩 이동
나비 성충의 수명은 통상 20일 안팎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논문이 말하는 '분포이동'은 개별 나비 한 마리의 이동을 뜻하는 것일까? 최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2년의 짧은 변화를 통해 우연히 변화한다기보다는 비교적 긴 시간을 두고 서식지가 점차 옮겨간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논문은 1991년 이후 발표된 문헌 속 과거 기록과 최근 기록을 비교해 분포 범위 변화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을 취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비교 대상이 된 두 시점 사이의 간격이 가장 짧게는 15년, 가장 길게는 84년에 달했고 평균적으로는 약 68년의 시차가 있었다. 이번 연구가 포착한 이동은 하루아침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된 서식지 재편의 결과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요인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을까. 최 교수는 기후위기와 인간 간섭(농업 등) 두 요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의한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로 인한 서식지 변화도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둘을 딱 구분지어서 어떤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지는 결론짓기 어렵다"면서도 "두 요인 모두가 심각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모니터링 확대·국제협력 시급"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향후 과제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열대·아시아 등 관측 부족 지역 장기 모니터링 확대, 시민과학 데이터와 지역 지식 체계적 통합, 보호구역 설계 시 분포이동 반영이다. 특히 곤충 종의 76%가 현재의 보호구역 체계로는 충분히 보호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동성이 강한 나비 종의 경우 이 비율이 85%에 달한다는 점도 짚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기후위기)에 따라 나비의 분포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우리나라 나비의 분포 변화 역시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