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AI 안경 규제하는데…늑장 부리면 '변태안경' 천국 된다

조서영 기자 2026. 8. 10. 17: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걸맞은 제도적 방어책이 필요하다. 관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어수단을 만들고 정비하는 건 정부와 입법부의 책무다.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안경'이 초소형 카메라나 몰카핀과 같은 불법 촬영 수단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거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스마트 글라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험 부정행위, 무단 촬영과 개인정보 침해, 퍼블리시티권 침해 등 새로운 부작용들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스마트 글라스 관련 피해 심각해
불법 촬영, 부정행위 발생하는데
해외선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
국내서 규제안 논의하고 있을까
정부 이제 막 검토 시작한 단계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걸맞은 제도적 방어책이 필요하다. 관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어수단을 만들고 정비하는 건 정부와 입법부의 책무다. 스마트 글라스가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변태안경'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스마트 글라스를 이용한 범죄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적용 중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스마트 글라스가 확산하며 사생활 침해와 불법 촬영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7월 9일, 서울 강서경찰서가 스마트 글라스로 데이트 상대를 무단 촬영한 A씨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A씨는 메타의 '인공지능(AI) 글라스' 상단에 위치한 촬영 표시등을 가린 채 데이트 상대 여성의 모습을 촬영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서경찰서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도 촬영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성범죄 혐의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7월 21일엔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치른 20대 응시자 B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B씨는 5월 24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한 전기산업기사 컴퓨터기반시험에서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생성형 AI 앱에 '문제 해결 명령어'를 미리 입력한 후, 스마트폰에 연동된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한 채로 시험을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뉴욕주州는 7월 20일부터 뉴욕 내 모든 법원 시설에서 AI·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글라스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뉴욕주 법원은 허가받지 않은 법정 절차 녹화를 금지하고 있는데 스마트 글라스가 확산하며 이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한 사람은 입구에서 보안요원에게 기기를 맡긴 후 퇴장할 때 돌려받아야 한다.

스마트 글라스가 조금씩 대중화하면서 이를 악용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관련 피해는 온라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SNS에선 스마트 글라스로 길거리 행인들을 몰래 찍거나 여성과 나눈 대화를 동의 없이 공유한 영상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선 '변태안경(Pervert glasses)'이라는 명칭까지 붙었다.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 글라스는 상대 측에서 촬영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 어려워서다.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안경'이 초소형 카메라나 몰카핀과 같은 불법 촬영 수단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거다.

■ 제조업체 대응하고 있지만 = 물론 제조업체들이 이런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니다. 가령, 글로벌 스마트 글라스 제조사 메타는 영상 녹화가 시작될 땐 상대방 측에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안경테에 있는 LED 표시등이 깜빡이는 기능을 넣었다. 하지만 이 방책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온라인에선 어렵지 않게 스마트 글라스 전용 LED 차단 스티커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LED 표시등을 제거하는 방법도 공유하는 SNS도 차고 넘친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러자 메타도 추가 대응에 나섰다. 메타는 앞으로 LED 표시등을 변조하거나 훼손하는 정황이 감지될 경우 카메라 기능을 '먹통'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관련 불법 행위를 하는 이들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글라스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최근엔 스마트 글라스를 탐지하는 앱까지 등장했다. 해외 IT 전문매체 페타픽셀은 7월 23일(현지시간) "주변에 스마트 글라스가 있을 경우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새로운 아이폰 앱 '안티주크(AntiZuck)'가 나왔다"며 "스마트 글라스와 유사한 주변 블루투스 신호를 감지해 사용자가 기기 근처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보도했다.

관건은 기업이나 개인의 대응만으로 스마트 글라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느냐다. 한계가 있다는 시선이 많다. 스마트 글라스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 법안 만든 세계 각국 = 그렇다면 해외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지난 6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선 최초로 영상 녹화가 가능한 스마트 글라스 및 모든 웨어러블 기기에 촬영 표시등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통과한다면 앞으로 녹화 중임을 알리는 표시장치가 없거나 해당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독일은 스마트 글라스를 통한 무단 촬영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할 시 형법(StGB) 제201a조를 통해 형사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01a조는 타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동의 없는 촬영, 배포, 유포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IT법 전문 변호사 토마스 크라우제는 "피고인이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장난'으로 올린 틱톡 영상이 법원으로부터 명확한 초상권 침해이자 인권 침해로 판단된 사례가 있다"며 "사우나, 탈의실 등 사적인 상황일 경우 녹화 행위 자체가 형사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韓, 사실상 규제 공백 = 문제는 우리나라다. 22대 국회에서 스마트 글라스를 규제하는 법안은 단 한건도 발의되지 않았다. 정부가 제도 마련에 착수하긴 했지만 이제 막 발을 뗀 수준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7월 16일 하반기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스마트 글라스 등 신기술 기기에 적용할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이정렬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의 말을 들어보면 '검토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권익이나 개인정보를 침해받지 않을 수 있는 데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있다. 나아가서 필요하다면 법령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맞춰 제도를 정비하는 건 정부와 입법부의 책무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스마트 글라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험 부정행위, 무단 촬영과 개인정보 침해, 퍼블리시티권 침해 등 새로운 부작용들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