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액션도 AI로…방송가 변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유지혜 기자 2026. 8. 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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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기이안 연애', '김부장' 포스터(왼쪽부터).
방송가에 'AI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서 AI(인공지능) 기술 활용 폭이 급속하게 넓어져 눈길을 끈다. 일부 제작진이 연애, 액션 등 지극히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진 소재들과 AI를 결합시키는 이색 실험을 이어가면서다.

20일 방송하는 SBS 6부작 예능프로그램 '나의 AI 파트너- 기이안 연애'가 대표적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인 기안84, 장도연, 배우 이유비가 AI 파트너와 데이트하는 과정을 그린다. 2014년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를 현실로 옮긴 듯한 내용이 호기심을 잡아 끈다.

앞서 공개된 예고에서 “기계라서 몰입이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하던 기안84는 화면 속 AI와 술잔을 기울이며 “현실에서 만날 순 없을까”라고 묻고, 장도연은 심지어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린다.

이번 프로그램은 AI와 인간의 데이트를 예능 포맷에 담은 시도가 처음인 데다 연예인이 직접 체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가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5일 23%의 시청률로 종영한 '김부장'도 일부 액션 장면을 AI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특수요원 출신 주인공 김부장 역 소지섭의 과거를 보여주는 3분가량의 액션 장면이 통째로 AI로 제작됐다. 이처럼 한 시퀀스 자체를 AI로 표현한 액션 장면을 표현한 사례는 한국 드라마 중 처음이다.

해당 장면에는 소지섭이 건물을 폭파하거나, 차량 추격 장면, 차량이 강물에 뛰어드는 수중 장면, 총격 장면 등도 포함됐다. AI로 구현했다고 믿기 힘들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담겼다. 해당 장면을 제작한 모피어스 스튜디오 측에 따르면, AI 활용으로 인해 실제 촬영에 소요될 미술 비용, 로케이션 비용, 폭파 특수효과 비용, 후작업을 위한 VFX 작업 비용 등을 절약하는 효과를 봤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방송 콘텐트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S 2TV 대하드라마 '문무'에서는 대규모 전투 장면을 위해 AI를 적극 이용할 계획이다. 표현 범위가 비교적 자유로운 숏드라마 업계에서는 이미 여러 쇼트폼 전문 플랫폼들이 AI로 제작한 'AI 드라마'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AI가 한층 더 깊숙하게 파고든 방송 제작 환경의 변화는 방송가 안팎에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피할 수 없는 변화”라는 의견과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는 것.

'김부장'을 주연한 소지섭은 자신이 처음 시도한 'AI 액션'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그는 최근 진행한 종영 인터뷰에서 “AI는 장단점이 있지만 함께 가야 하는 기술이다. 아직은 어색하고 부족한 점이 있지만 좋은 시도가 됐다고 본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나의 AI 파트너- 기이안 연애' 제작진 또한 “AI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요즘, 과연 '사랑'까지 가능한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인간 대표 출연자들이 AI 파트너와 직접 데이트하며 겪는 설렘과 호감, 질투와 혼란 등 감정의 변화를 통해 관계의 영역에서 드러나는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하고자 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아직은 AI가 인간만이 가진 감성과 에너지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7일 방송을 시작한 SBS 드라마 '재벌X형사 2' 연출자 김재홍 감독은 액션 장면의 AI 활용 여부에 대해 “우리 드라마는 아직 AI를 활용하기에는 결과물에 있어서 미흡할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에 대부분 실사 촬영과 CG의 도움을 받아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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