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살 곳 줄어든다...‘백수의 왕’ 이제 어디로?

박나린 기자 2026. 8. 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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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1일 인도 구자라트주 기르나르산에서 11세 소년이 사자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 이 지역에서 사자와 사람의 충돌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부터 7월 사이에도 사자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인간과 사자의 접점이 가까워지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기후위기와 개발 등으로 사자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실제 인도 구자라트주에서는 사자가 보호구역뿐 아니라 주변 농경지와 마을 인근까지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열화상 드론과 추적요원을 투입하는 등 사람과 사자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사자와 사람의 생활공간이 겹친 이유는 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먹잇감, 그리고 사람의 생활공간이 점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8월 10일은 세계 사자의 날이다. 한때 넓은 지역에 분포했던 사자는 지금 대부분 아프리카 일부 지역과 인도에 남아 있다. 기후위기와 개발 등으로 사자의 서식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남은 사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과거 서식 범위의 6%만 남은 사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사자가 살아가는 공간은 과거 자연적으로 분포했던 지역의 6.1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기준 사자의 현존 서식 범위는 약 56만6675㎢다. 2004년과 비교하면 현존 서식 범위는 약 34% 감소했다.

과거 사자는 아프리카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아시아 일부 지역까지 분포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만 남아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인도 구자라트주를 중심으로 아시아사자 개체군이 살고 있다. IUCN 적색목록에서도 사자는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평가된다.

사자의 공간이 줄어든 배경에는 인간의 토지 이용 변화가 있다. IUCN 고양잇과 전문가그룹은 사자의 주요 위협으로 서식지 손실과 파편화, 야생 먹잇감 감소, '인간-사자 갈등' 등을 꼽았다. 서식지 파편화는 하나로 이어져 있던 야생동물의 생활공간이 농경지나 정착지 등의 영향으로 나뉘어 서로 단절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인도에서는 사자가 보호구역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IUCN에 따르면 아시아사자의 20% 이상이 보호구역 경계 밖에서 살아가고 있다. 보호구역 경계를 벗어나면 사자가 사람의 거주지나 농경지, 목축지와 마주칠 가능성이 커지며, 가축 피해 등 인간-사자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자가 갈 곳'을 남겨두려면

사자를 보호하는 일은 단순히 개체 수를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자가 먹이를 구하고 번식하며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에서 야생 먹잇감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케냐에서는 지역 주민의 토지를 야생동물의 이동 공간으로 보전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 남동쪽 경계에 있는 올더케시에서는 지역 토지 소유자들이 약 28.3㎢ 규모의 땅을 보전 구역으로 임대한다. 사자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대신 토지 소유자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학교와 의료·구급차 서비스, 지역 주민 고용 등 지역사회 사업에도 활용된다.

2018년 국제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자의 장기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핵심 서식지와 이동 통로를 보호하고 인간-사자 갈등 위험이 높은 지역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남부 아프리카 카방고-잠베지 국경보호지역(KAZA)과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사자의 핵심 서식지와 이동 통로, 인간-사자 갈등 위험지역을 분석해 이 같은 보전 방안을 제시했다.

사자의 서식지를 지킨다는 것은 사자를 사람의 생활공간에서 무조건 몰아내는 것이 아니다. 사자가 먹이를 찾고 이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 그 공간과 사람의 생활공간이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