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하라더니 정책은 오락가락…개미들 다시 美 증시로

권우석 기자 2026. 8. 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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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코스피의 극심한 변동성에 더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 등을 둘러싼 정책 혼선마저 겹치면서 국내 증시를 장기 투자처로 보기 어렵다는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가계 자금을 증시 등 생산적 투자처로 유도하고 증시 상승을 주요 경제 성과로 강조했지만, 이후 코스피 급락으로 개인 투자자 손실이 커지면서 정책 신뢰가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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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美 주식 46억달러 순매수…로이터 “개인 신뢰 빠르게 약화”
ISA·주가누르기 방안 나흘 만에 재검토…장기투자 예측 가능성 흔들려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코스피의 극심한 변동성에 더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 등을 둘러싼 정책 혼선마저 겹치면서 국내 증시를 장기 투자처로 보기 어렵다는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 다시 미국으로 향하는 개미들…국장 대기자금은 제자리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3~7일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1~3위는 아마존, 샌디스크, 마이크론이었다. 순매수액은 각각 1억7621만달러(약 2495억원), 1억6144만달러, 1억1104만달러다. 빅테크의 클라우드 실적 호조 이후 미국 개별 기술주로 매수세가 빠르게 옮겨갔다.

한동안 이어졌던 국내 증시 복귀 흐름도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2분기 개인투자자 등이 포함된 비금융 기업 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10분기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6월부터 다시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월 46억425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로이터는 지난달 한국 개인의 미국 주식 매수액이 지난해 월평균 27억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국내 주식 매수액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자금 이동은 국내 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신뢰가 얼마나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내 증시로 들어올 자금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투자자예탁금은 104조712억원으로 일주일 전 104조6584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앞서 지난 3일에는 102조8256억원까지 줄어 올해 2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같은 기간 32조1531억원에서 28조7940억원으로 10.4% 감소했다. 국내시장복귀계좌(RIA)도 지난달 5268억원이 감소하며 출시 이후 처음으로 순유출로 전환했다.

◇ 규제·세제 잇단 수정…외신도 ‘정책 신뢰’ 경고

문제는 시장 변동성뿐만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과열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31일부터 국내외 상장 상품 신규·추가 매수 시 현금 3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적용했다.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품을 허용한 뒤 뒤늦게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 조건이 급격히 달라졌다는 불만도 나왔다.

세제와 제도 개편을 둘러싼 오락가락 행보도 불신을 키웠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ISA 개편안은 납입한도 이월 제한과 만기 설정으로 절세 혜택을 축소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주가 누르기 방지책 역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파장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나흘 만인 7일 두 방안의 전면 재검토를 주문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해외에서도 잇단 정책 혼선이 한국 증시의 투자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최근 한국 증시가 중국처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양호하고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더라도 정책 실패로 변동성이 커지면 글로벌 투자자가 굳이 한국 증시에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취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증시 혼란을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연결했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가계 자금을 증시 등 생산적 투자처로 유도하고 증시 상승을 주요 경제 성과로 강조했지만, 이후 코스피 급락으로 개인 투자자 손실이 커지면서 정책 신뢰가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외신의 비판에 반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이 주가 고점 당시보다 오히려 높아졌고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보완책도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자금이 다시 해외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증시 부양책보다 세제와 시장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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