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지능 뽑는다···HD현대 9560억 수주가 바꾼 AI 지도

이상헌 기자 2026. 8.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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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빅테크용 1GW 엔진 수주 의미
두산 가스터빈·효성 변압기 가세
LS·대한전선 송배전 길목 넓혀
AI 경쟁 칩 넘어 사설전력망으로
HD현대중공업 힘센엔진 실물 /HD현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사다 쓰는 시설에서 발전소를 직접 끌어안는 거대한 사설 전력망으로 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용으로 9560억원 규모 발전설비를 수주한 것은 단순한 엔진 수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구적으로 연산량이 폭증하면서 기존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지 않고 데이터센터 옆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고, 발전기부터 변압기·배전기기·초고압 케이블까지 한국 기업들이 그 새로운 공급망의 거의 모든 층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10일 빅테크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코반에너지그룹과 9.6MW급 힘센(HiMSEN) 엔진 기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총 발전용량은 1000MW(1GW), 계약액은 9560억원이다. 지난 4월 미국 AEG와 체결한 6271억원 규모 데이터센터 발전설비 계약까지 포함하면 불과 넉 달 사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에서 1조5000억원을 넘는 수주를 확보한 셈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공공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지 않고 발전소를 옆에 붙여 직접 전기를 받는 BTM(Behind-the-Meter)·Private Grid 사업이 이미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HD현대가 공급하는 힘센엔진은 24시간 운전을 전제로 한 대용량 중속 가스엔진으로 현지 빅테크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으로 사용된다.

핵심은 전력의 동선이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발전소 → 송전망 → 변전소 → 배전망 → 데이터센터라는 공공 전력망의 끝단에 붙어 있었다. 그러나 미국 AI 데이터센터 개발 현장에서는 가스·연료 → 전용 발전소 → 변압·배전 → 데이터센터 → GPU·HBM으로 거리를 줄이는 구조다. 전력망 접속 대기시간 자체를 건너뛰려는 것이다.

여기서 HD현대중공업은 전자의 출발점을 맡는다. AI 모델이 아무리 커져도 GPU에 전압이 들어가지 않으면 토큰은 한 개도 생산되지 않는다. 1GW급 힘센엔진 프로젝트의 산업적 의미는 데이터센터 내부 서버의 효율을 몇 퍼센트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연산을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전력을 데이터센터가 스스로 확보하는 물리 계층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HD현대중공업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 규모를 한 단계 더 키우고 있다. 두산은 미국 기술기업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380MW급 가스터빈 3기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 3월 미국 고객사로부터 같은 380MW급 가스터빈 7기를 추가 수주했다. 2029년부터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과 발전기를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또 북미 복합화력 시장에서 증기터빈까지 수주하면서 단순 가스터빈 제조사를 넘어 가스·증기터빈을 묶는 발전 계층 전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두산은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북미 발전시장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발전에서 실리콘까지 한 줄 연결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직접 품어

장기전에서는 원전도 붙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AWS·엑스에너지·한국수력원자력과 SMR 협력에 참여하고 있으며,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최대 5GW 규모 SMR 상용화 프로젝트가 2039년까지 AWS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활용된다. 가스엔진과 가스터빈이 지금 당장의 전력 부족을 메운다면, SMR은 수GW급 AI 캠퍼스의 장기 기저전원을 노리는 구조다. 

발전기가 만든 전기는 그대로 GPU에 들어갈 수 없다. 전압을 바꾸고 회로를 나누며 이상전류를 차단하는 계층이 필요하다. 여기서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이 등장한다. 효성중공업은 전력용 변압기뿐 아니라 차단기·가스절연개폐장치(GIS), 에너지저장장치(ESS), FACTS와 HVDC 등 데이터센터 송배전망에 필요한 전력기기와 솔루션을 사업영역으로 갖고 있다. 효성중공업 스스로 AI·데이터센터 확산을 글로벌 변압기 수요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효성중공업 초고압 변압기 /효성

HD현대일렉트릭 역시 초고압 변압기·GIS·배전기기를 공급하는 전력 계층에 자리한다. 올해 미국에서 1730억원 규모 765kV 초고압 변압기·리액터를 수주했고 미국 변압기 제2공장 건설에도 들어갔다. 같은 HD현대 안에서도 중공업이 전기를 만들어낸다면 일렉트릭은 그 전기를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수 있도록 송·변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 다음은 LS 일렉트릭이다. 발전소와 변압기를 거친 전력을 서버 랙까지 어떻게 나누고 제어하느냐의 문제다. LS 일렉트릭은 올해 4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서 1703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따냈고, 5월에도 미국 데이터센터 배전 솔루션 6400만달러 규모 수주를 발표했다. 회사는 초고압 변압기에서 UL 인증 배전기기, 데이터센터용 DC 전력기기와 에너지관리 플랫폼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묶고 있다. 
LS일렉트릭 청주공장 생산라인 /LS

전기를 이동시키는 물리적 길에는 LS전선 계열과 대한전선이 들어온다. 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는 AI 데이터센터용 송전케이블 수요에 대응해 5000만달러를 투자,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의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고 있다. 더 직접적인 사례도 나왔다. 가온전선은 지난달 미국 빅테크가 자사 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는 자체 발전소 사업의 케이블을 수주했다. 발전소와 AI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사설 전력계통으로 붙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 전선업체의 수주에서 그대로 확인된 것이다. 

LS전선도 싱가포르에서 1400억원 규모 400kV·230kV 초고압 전력망 사업을 수주하면서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망 증설을 직접적인 성장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제 전선은 발전소와 도시를 연결하는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을 넘어 발전소와 AI 연산공장을 잇는 데이터센터 부품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대한전선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난 7월 호주 최대 송전망 사업자 트랜스그리드가 발주한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사업에서 330kV급 초고압 전력 인프라를 설계부터 시공까지 턴키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북미에서는 525kV HVDC까지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데이터센터 하나가 수백MW에서 GW급 전력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초고압 송전망 자체가 AI 설비의 일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 만들고 지능까지 생산
한국이 보유한 'AI 생태계'

한국 기업은 발전 → 변압 → 송전 → 배전 → 제어 → 데이터센터 → 실리콘이라는 하나의 물리적 생산라인 곳곳에 이미 들어가 있다.  HD현대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가 전자를 만들고,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이 전압을 변환하며, LS 일렉트릭이 전력을 배분·제어하고, LS전선·가온전선·대한전선이 그 전자를 이동시킨다. 마지막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와 AI 반도체가 전압을 받아 실제 연산을 수행한다.

대만이 TSMC를 중심으로 파운드리·첨단 패키징·장비·소재가 밀집된 '실리콘 생산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한국의 강점은 칩 바깥의 물리 인프라까지 이어진다는 데 있다. 발전설비와 초고압 변압기, 송배전 기기와 전력·해저케이블, 데이터센터, 메모리와 반도체, 통신망까지 하나의 산업 사슬로 연결하는 '지구망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풀스택 산업구조를 갖춘 셈이다.

☞전력-지능 변환사슬(Power-to-Intelligence Chain) =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변압·송전·배전을 거쳐 데이터센터의 GPU·메모리에 공급되고 최종적으로 AI 연산과 토큰으로 변환되는 전체 물리적 생산과정을 뜻한다. 기존 반도체 밸류체인이 칩의 설계·제조·패키징에 집중했다면 전력-지능 변환사슬은 발전기→변압기→케이블→배전설비→데이터센터→반도체까지를 하나의 생산라인으로 본다. AI 시대에는 연산능력만큼 전력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실리콘까지 전달하느냐가 지능 생산량을 결정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