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인질 외교' 통했나... 수치 사진 내세워 태국과 정상회담

정지용 2026. 8. 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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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억류 중인 아웅산 수치(81) 전 국가고문을 볼모로 '인질 외교'를 벌이며 국제사회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군부는 태국 방문 사흘 전인 3일, 수치 고문이 수도 네피도에서 아르노 드 베크 국제적십자위(ICRC) 미얀마 대표와 만난 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군부는 9일 성명을 통해 아세안의 수치 고문 해방 요구를 "미얀마 법에 따라 이루어질 문제"라고 일축했고, 오히려 민주 진영을 향한 공습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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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후 첫 태국 정상회담
스캠·난민 딜레마에 결국 대화
수치 석방 요구엔 "내정간섭"
민주 진영 공습 수위 높여
수치 아들 "정치범 석방" 촉구
미얀마 군부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오른쪽)이 7일 태국 방콕을 방문해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와 함꼐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2021년 쿠데타 이후 아세안의 배척을 당하던 흘라잉이 태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방콕=EPA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억류 중인 아웅산 수치(81) 전 국가고문을 볼모로 ‘인질 외교’를 벌이며 국제사회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은 접경지에서 기승을 부리는 대규모 스캠(사이버단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미얀마 군부와 손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태국 시민단체가 6일 태국 방콕에서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지도자의 정상회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은 7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환영식에서 아누틴 총리와 레드카펫을 걸으며 의장대를 사열하고, 태국 주요 인사들과 미소로 악수를 나눴다. 흘라잉이 쿠데타 이후 태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회담은 외교적 고립에 시달렸던 미얀마 군부에 상당한 성과다. 아세안 10개국은 2021년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배제했다. 흘라잉은 아누틴 총리를 만나 “미얀마는 민주주의의 길을 걷고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아세안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미얀마 군부의 인질 외교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부는 태국 방문 사흘 전인 3일, 수치 고문이 수도 네피도에서 아르노 드 베크 국제적십자위(ICRC) 미얀마 대표와 만난 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쿠데타 이후 군부에 감금돼 생사가 불투명했던 수치 고문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워 아세안의 ‘생존 증거’ 요구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3일 미얀마 군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축출된 미얀마 지도자 아웅산 수치(왼쪽)가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미얀마 주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표 아르노 드 베크와 악수하고 있다. 네피도=AP 뉴시스

태국 역시 국경 지대 안정을 위해 군부와 대화가 시급했다. 5년간 이어진 미얀마 내전으로 국가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태국 접경지인 미야와디 일대는 인신매매, 보이스피싱, 사이버범죄 온상인 스캠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 일대 미얀마 난민만 10만여 명에 달한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마비됐던 국경 무역 정상화 방안도 논의했다. 앞서 흘라잉과 정상회담을 가진 중국, 인도, 라오스도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접경국이다.

그러나 태국 내부는 정부가 미얀마 군부의 국제사회 복귀에 판을 깔아 줬다는 비판으로 들끓었다. 제1야당인 국민당과 시민단체는 총리실 앞에서 규탄 시위를 열고 “위험한 외교”라고 반발했다. 피닛반 파리바트라 탐마삿대 교수는 방콕포스트에 “흘라잉은 국제적 제재 대상이자 집단 학살 혐의를 받는 인물”이라며 “무리하게 무역을 확대했다가 서방 제재가 강화되면 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얀마 군부도 수치 고문의 사진만 한 장 내놓았을 뿐, 정작 석방을 비롯한 미얀마 평화 노력에는 선을 긋고 있다. 군부는 9일 성명을 통해 아세안의 수치 고문 해방 요구를 “미얀마 법에 따라 이루어질 문제”라고 일축했고, 오히려 민주 진영을 향한 공습을 강화했다.

아웅산 수치 고문의 아들 킴 에어리스. 본인 제공

수치 고문의 둘째 아들인 킴 에어리스(49)는 본보에 “아세안과 전 세계 정부의 정치적 압박이 어머니의 고난을 국제사회의 조명 아래 두는 데 도움이 됐다”라며 “국제적십자위가 어머니를 접견했다는 소식을 환영하며 국제사회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모든 정치범의 즉각적 석방을 포함한 인도주의적 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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