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교회에서 자란 아이의 죽음···“4차례 학대의심 신고 있었다”

강정의 기자 2026. 8. 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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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 한 교회 목사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고열과 탈진으로 병원 옮겨져 3시간 뒤 사망
당시 아이 몸에는 학대의심 흔적 있어
경찰 “외조모도 구속영장”···11일 영장심사
충남경찰청 전경. 강정의 기자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살 어린이가 의식 저하 증세로 병원에 옮겨진 뒤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교회 목사가 10일 구속됐다. 이 아동은 숨지기 전 수년에 걸쳐 4차례 학대·방임 의심 신고가 접수됐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충남경찰청은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이 교회 목사 A씨(60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B군을 교회에서 생활하게 하면서 학대하거나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등 교회 관계자는 지난 5일 오후 8시49분쯤 “B군이 아프다”며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B군을 세종충남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B군은 신고 약 3시간 뒤 숨졌다. 발견 당시 B군은 고열과 탈진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B군의 몸에서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찰은 B군의 몸 일부에서 육안으로 확인되는 상처 등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B군이 교회 내부 침대에 묶여 있었다는 내용과 관련해 경찰은 교회 관계자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B군은 태어난 후부터 줄곧 이 교회에서 생활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교회 측은 B군이 가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결박했고 샤워나 식사, 용변을 볼 때는 풀었다가 다시 채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결박 행위 자체가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경위와 기간, 횟수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B군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2021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4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에는 B군의 학업과 관련해 교육 방임이 의심된다는 지자체 관련 부서의 신고가 접수됐고, 2024년에는 외조모의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에 따르면 B군은 2021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여러 차례 학업 유예를 신청했다. 올해 4월부터는 홈스쿨링을 하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달 초에는 시민들이 두 차례 B군의 학대 의심 신고를 하기도 했다. 당시 B군은 혼자 교회 밖을 돌아다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할머니에게 맞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천안서북경찰서는 천안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과 함께 B군이 생활하던 교회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당시 학대 가해 의심을 받은 대상은 외조모로, 경찰과 지자체는 B군을 보호하고 있었던 교회 목사 A씨와 교회 측에 B군을 계속 교회에 머물게 하는 대신 외조모와는 분리 조치했다.

당시 B군을 교회가 아닌 보호시설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B군의 심리적·행동적 특성 등을 고려해 외조모와의 분리 조치를 우선 결정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법원에 외조모에 대한 접근금지 임시조치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경찰이 개입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B군은 고열과 탈진 증세를 보인 채 발견됐고 결국 숨졌다.

충남경찰청은 A씨에 이어 B군의 외조모에 대해서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외조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1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다.

충남경찰청은 천안서북경찰서에서 이관받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를 비롯한 교회 관계자와 외조모 등 보호자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추가 학대 여부, 과거 신고 사건의 처리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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