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MZ들, ‘사회주의’에 푹 빠졌다…정치권 휩쓴 비결?[점선면]
선(맥락들): “큰 위기는 큰 해결책으로”
면(관점들): 한국 정치권, 무엇을 배울까

미국 청년들 사이에서 ‘사회주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좌파 정치 단체 ‘미국의 민주사회주의자들(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DSA)’ 계열 정치인들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민주당 경선에서 중견 정치인들을 꺾고 잇따라 승리하는 중입니다. 민주사회주의란 정치체제로서 민주제를 지향하는 사회주의를 뜻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자본주의화된 나라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어떻게 깃발을 휘날릴 수 있었을까요? 그 배경에는 지독한 경제적 불평등과 기득권이 된 거대 양당을 향한 환멸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 정치에도 큰 시사점을 던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점(사실들): 20대 사회주의자가 ‘15선’ 꺾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DSA의 지지를 받는 후보 압둘 엘사예드가 접전 끝에 4선 현역 하원의원 헤일리 스티븐스를 꺾었습니다. 하원의원 경선에서도 DSA 계열 후보 2명이 승리했고요. 이들은 보편적 의료보험, AI 데이터센터 규제, 이스라엘 원조 중단 등 진보적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앞서 뉴욕주와 콜로라도주 하원의원 경선에서도 DSA 측 후보들이 민주당 중진들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20대 이민자 출신인 멜라트 키로스가 무려 15선 현역의원을 이겼죠. 그러나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두 곳과 달리 경합주인 미시간주 경선 결과는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에서도 DSA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니까요. 참,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민주당 시장 후보 재니스 루이스 조지도 DSA 회원입니다.
선(맥락들): “큰 위기는 큰 해결책으로”
DSA, 꽤 오래된 조직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맹위를 떨치던 1982년 마이클 해링턴 교수 주도로 결성됐죠. 6000명 규모의 작은 단체로 이어오다가 2016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돌풍 이후 회원이 9만명까지 확 늘었습니다. 이어 지난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으로 회원이 12만명으로 급증, 지금까지 ‘흐름’을 타고 있어요.
DSA는 미국의 심각한 양극화·불평등을 정면으로 저격하며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생활비 부담 완화와 임대료 동결, 무상보육·교육 등 선명한 진보 공약을 내걸죠. 양당 주류 기득권 정치인들을 향한 유권자들의 환멸도 DSA 열풍을 부추깁니다.
특히 어릴 때 금융위기를 겪고 지금은 AI의 위협에 직면한 청년 세대의 지지세가 상당해요. DSA 정치인 상당수가 청년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MZ 또래’인 것도 한몫했을 테고요. 이들은 민주당 주류를 향해 묻습니다. “트럼프가 폭주할 때, 당신들은 뭘 했나요?”

위스콘신 주지사에 도전하는 한국계 DSA 정치인 프란체스카 홍(한국명 홍윤정) 주의원의 말에서 그들의 지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홍 의원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소득 불평등은 지금 가장 심각한 재앙”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점진주의’는 무책임하다. ‘큰 위기’에는 그에 걸맞은 속도의 ‘큰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홍 의원도 오는 11일 경선을 앞두고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면(관점들): 한국 정치권, 무엇을 배울까
DSA 열풍은 한국 정치에도 큰 시사점을 던집니다. 한국에서도 양극화·불평등 문제를 외면하는 거대 양당을 향한 환멸이 커지고 있죠. 그 환멸이 냉소나 극우화로 흘러갈 조짐도 보이고요.
특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던지는 메시지가 더 묵직합니다. 김광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2030세대로부터 ‘내로남불’과 기득권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현실은 (한국과 미국이) 닮아 있다”며 “이를 모르지 않는 듯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청년을 화두로 내세웠지만, 단 한 명 선출직 최고위원 후보도 없는 정치적 치장으로 끝나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김민아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한국의 더불어민주당도 ‘친명이냐 친청이냐’ 말고 ‘불평등 완화’ 같은 이슈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진보정당도 새겨들을 만한 지점이 있죠. DSA의 성공 뒤에는 오랜 기간 지역 정치에서 ‘밭을 갈아 온’ 시간이 있었습니다. 직접 발로 뛰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풀뿌리 정치의 힘도 있었고요. 한국의 진보정당도 더 낮은 곳에서 더 많은 시민을 만나며 실력과 신뢰를 쌓다 보면, 새로운 돌풍의 토양이 천천히 다져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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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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