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실적 훈풍…상반기 북유럽서만 2000억 전력설비 계약
미국ㆍ호주 이어 북유럽 공략…수주잔고 17조 돌파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효성중공업이보수적인 북유럽 전력기기 시장에서 잇달아 계약을 따내며 수주 지역을 넓혔다. 수주 호조 속에 상반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6% 넘게 뛰었고, 중공업부문 신규 수주도 상반기에만 7조원 넘게 확보하며 역대 최대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북유럽 4개국에서 약 2000억원 규모의 전력설비 계약을 확보했다. 기존 거래처였던 노르웨이ㆍ핀란드에 더해 덴마크ㆍ스웨덴까지 공급 국가를 늘렸다.
가장 주목되는 건 덴마크에서의 성과다. 국영 송전망 운영사 에너기넷(Energinet)에 400kV급 초고압변압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처음 따냈다. 그동안 덴마크에서는 리액터(전력망의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설비) 수주 실적만 있었으나, 국가 송전망에서 대용량 전력을 변환ㆍ송전하는 핵심 설비인 초고압변압기까지 공급하게 되면서 현지 공급 제품군을 핵심 전력기기로 넓혔다.
스웨덴에서는 중남부 전력망을 보유한 대형 민간 배전사업자 엘레비오(Ellevio)와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기존 거래처의 후속 발주도 이어졌다. 핀란드 송전망 운영사 핀그리드(Fingrid)와는 10년 이상 거래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0년 노르웨이 첫 진출 이후 관계를 이어온 현지 송전망 운영사 스타트넷(Statnett)에서도 추가 물량을 확보했다.
북유럽은 유럽산 설비 선호가 뚜렷하고 기술 검증 문턱이 높아 해외 업체가 자리 잡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통한다. 전력기기는 한 번 설치되면 수십 년간 국가 전력망의 핵심 설비로 운영되는 만큼, 발주처들은 공급사의 운영 이력부터 품질ㆍ사후 관리 역량까지 깐깐하게 평가한다.
이 시장에서 효성중공업은 실적으로 신뢰를 쌓아 왔다. 핀란드 핀그리드와 10년 넘게 거래를 이어온 것 자체가 까다로운 북유럽 발주처로부터 품질과 사후 관리 역량을 검증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765kV 초고압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 호주 송전시장 초고압변압기 점유율 1위 등 주요 전력 시장에서의 성과와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 쌓은 공급 경험도 덴마크ㆍ스웨덴까지 시장을 넓히는 밑거름이 됐다.
시장 여건도 우호적이다. 유럽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를 서두르고 있고, 데이터센터 증설과 산업 전동화로 전력 수요 자체도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효성중공업의 수주 곳간도 두둑해졌다. 2분기 말 효성중공업의 중공업부문 수주잔고는 17조5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간 신규수주 가이던스(목표치)도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높였다.
수주 확대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효성중공업은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한 3조452억원, 영업이익은 56.2% 급증한 4166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26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5.7%를 기록했다. 중공업부문의 고마진 물량 매출 인식 증가와 건설부문의 안정적인 실적이 배경이다.
이번 북유럽 수주는 조현준 효성 회장이 이끌어 온 글로벌 수주 다변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2월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한국 전력기기 기업 중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인 787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6월에는 미국 최대 전력ㆍ에너지 인프라 EPC(설계ㆍ조달ㆍ시공) 기업 콴타와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호주 빅토리아주 송전망 운영사 오스넷(AusNet)과 5년간 약 310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북유럽에서 400kV급 초고압변압기에 이어 리액터, 저탄소형 차단기, 스태콤(STATCOMㆍ무효전력보상장치), HVDC(초고압직류송전)로 공급 품목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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