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이라는 오해...의료중심 요양병원의 길을 묻다①

김현기 기자 2026. 8. 1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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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잘못 읽어온 日 의료요양 개혁...일본은 요양병원을 없애지 않았다

'일본처럼'이라는 오해...의료중심 요양병원의 길을 묻다

'일본 모델'의 오해와 한국형 제도의 성공 조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의료와 돌봄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의료중심 요양병원' 도입을 추진하며 요양병원의 기능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방향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의료현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책 논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일본 사례 역시 '요양병원을 폐지한 나라' 정도로 단순하게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의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병상을 유지하는 대신 의료와 돌봄의 기능을 세분화하고, 보험체계와 인력기준, 수가체계까지 함께 개편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것은 병상 감축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구축된 제도의 설계와 운영 방식이다.

의학신문은 이번 특집을 통해 일본 의료형 요양병동과 개호의료원 운영체계, 환자 분류 기준, 간병인력 체계 등을 심층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의료중심 요양병원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또한 정책 설계의 핵심 쟁점과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 의료와 돌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요양의료체계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 일본은 요양병원을 없애지 않았다

②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나눴다

③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설계다

④ [인터뷰] 대한요양병원협회 임선재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일본처럼 가야 한다."

정부가 의료중심 요양병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와 정책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등장했던 말이다. 초고령사회에 가장 먼저 진입한 일본은 의료와 돌봄을 분리하고 장기요양체계를 구축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의료중심 요양병원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일본은 의료개혁의 방향을 설명하는 기준처럼 활용된다.

정부도 일본 사례를 참고해 의료중심 요양병원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인증과 적정성평가 등을 충족한 의료중심 요양병원 약 500곳을 선정해 내년 상반기부터 건강보험 간병급여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의료·간병 필요도가 높은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현재 전액 본인 부담에서 30%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중증환자 중심으로 요양병원의 기능을 재편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2027년 약 1만5000명을 시작으로 2028~2029년 약 3만4000명, 2030년에는 약 8만5000명까지 간병급여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의료기관 인증 완료 의무화와 적정성평가 개편, 중증환자 수가 인상, 간병인 직접고용, 임종의료 강화, 퇴원환자 지원체계 구축 등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가 그리고 있는 의료중심 요양병원의 모습은 결국 의료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이, 돌봄이 필요한 환자는 장기요양체계가 맡는 구조다. 이러한 방향은 일본 의료요양 개혁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이 무엇을 바꾸었는지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오해가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은 요양병원을 없앴다'는 인식이다.

정책 토론회와 학술대회, 의료현장에서도 일본이 요양병원을 폐지하고 장기요양시설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설명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의료제도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이미지=AI 생성

지금도 일본에서는 의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의료형 요양병상이 의료보험 체계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속적인 의료처치가 필요한 환자를 담당하는 핵심 의료기능 역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김기주 부회장(선한빛요양병원 병원장)은 "일본 의료개혁의 본질은 병상을 없앤 것이 아니라 의료와 돌봄의 기능을 재설계한 데 있다"며 "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의료보험이, 생활 돌봄이 필요한 환자는 개호보험이 각각 책임지도록 제도를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용어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중심 요양병원 역시 어떤 환자를 병원이 맡고, 어떤 환자를 장기요양체계가 담당할 것인지 새롭게 정하는 정책이다. 일본 사례를 병상 감축 정책으로 이해하면 논의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병상 숫자로 향한다. 반대로 일본이 의료와 돌봄의 역할을 어떻게 재설계했는지 이해한다면 핵심은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환자를 책임질 것인가'로 옮겨간다.

의료계가 지금 일본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요양병원을 없앴다고 오해한 이유

국내 의료계가 일본 사례를 오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의료기관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처럼 기관 단위로 구분한다. 병원 이름만 봐도 해당 의료기관의 기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김기주 부회장(사진=의학신문 김현기)

반면 일본은 하나의 병원 안에서 급성기병동과 회복기병동, 지역포괄케어병동, 의료형 요양병동 등을 함께 운영한다. 병원을 별도 종별로 나누기보다 병동의 기능을 세분화하는 구조다. 같은 병원 안에서도 병동마다 입원 대상과 인력기준, 수가체계가 다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일본에 우리나라와 같은 '요양병원' 종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 기능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기주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병원 간판으로 기능을 구분하지만 일본은 병동 기능으로 의료체계를 운영한다"며 "병원의 명칭과 병동의 기능을 혼동하면서 일본의 의료요양 개혁이 잘못 알려진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이 개편한 것은 병원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병상이 맡는 역할이었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 가운데 회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회복기병동으로, 지속적인 의료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의료형 요양병동으로, 생활 돌봄이 중심인 환자는 개호시설로 각각 이동하도록 했다. 병원을 없앤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맞춰 의료자원을 다시 배치한 것.

숫자가 보여주는 일본 의료개혁의 진실

'일본은 요양병원을 없앴다'는 통념과 달리 일본에는 지금도 26만 개가 넘는 의료형 요양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의료시설동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요양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은 3262곳이다. 병원 내 의료형 요양병상은 26만3392병상이며, 진료소 요양병상까지 포함하면 모두 26만6871병상에 이른다.

인구 약 1억2000만명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료형 요양병상을 무조건 확대하지도, 반대로 없애지도 않았다.

의료가 필요한 병상은 유지하고, 의료적 처치보다 생활 돌봄이 필요한 환자는 개호보험 체계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자원을 재배치했다.
이미지=AI 생성

일본은 병상을 단순한 숫자로 접근하지 않았다. 의료 필요도와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지속적인 의료처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환자를 분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의료보험과 개호보험이 역할을 나눠 맡도록 했다.

급성기 치료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곧바로 장기요양시설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다. 기관절개관 관리와 반복적인 흡인, 경관영양, 산소치료, 욕창치료, 감염관리, 말기암 관리 등 지속적인 의료행위가 필요한 환자는 의료형 요양병동에서 치료를 이어간다.

반대로 의료적 처치보다 생활지원이 중심인 환자는 개호보험 체계 안에서 장기 돌봄을 제공받는다. 결국 일본은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환자를 나눈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기준으로 의료기관과 보험의 역할을 정한 셈이다.

개호의료원은 '요양병원의 후신' 아냐

국내에서 일본 의료개혁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제도가 개호의료원이다. 동시에 가장 많이 오해되는 제도이며, 기존 요양병원을 대체한 시설처럼 소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개호의료원은 의료기관이 아니라 개호보험법에 근거한 장기생활시설이다. 의료와 생활지원을 함께 제공하지만 제도의 중심은 치료보다 장기요양에 있다.

반면 의료형 요양병동은 의료보험 체계 안에서 운영되는 병원 병동이다. 지속적인 의료처치와 간호가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며, 의료인력 배치기준과 수가 역시 의료보험 제도에 따라 운영된다.

이 같은 혼선이 생긴 배경에는 일본의 '개호형 요양병상 폐지'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형 요양병상과 별도로 개호보험이 적용되는 개호형 요양병상을 운영해 왔지만, 의료와 돌봄의 기능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개호형 요양병상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개호의료원 등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개호형 요양병상 폐지'가 마치 일본의 '요양병상 폐지' 또는 '요양병원 폐지'를 의미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일부 정책연구에서도 일본의 개호형 요양병상 폐지를 요양병원 기능 재편의 주요 사례로 제시하는 과정에서 의료보험 영역의 의료형 요양병상과 개호보험 영역의 개호형 요양병상의 차이가 충분히 구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일본에서 폐지된 것은 요양병상 전체가 아니라 개호보험이 적용되던 '개호형 요양병상'이었다.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형 요양병상'은 폐지 대상이 아니었으며, 지금도 의료보험 체계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의료형 병상을 개호의료원으로 일괄 전환했다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개호보험 대상이던 개호형 병상을 개호의료원 등으로 재편한 반면, 의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의료형 병상은 유지한 것이다.

김기주 부회장은 "개호의료원은 생활시설이고 의료형 요양병동은 의료기관"이라며 "일본은 의료형 요양병상을 없앤 것이 아니라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더욱 집중적으로 치료하도록 기능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초고령사회가 심화되면서 기관절개관 관리와 반복적인 흡인, 경관영양, 감염관리, 욕창치료, 말기암 관리, 임종의료 등 지속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의료와 돌봄을 구분하면서도 이들 환자의 치료 기능은 포기하지 않았다.

의료중심 요양병원, '병상'보다 '기준'

정부의 의료중심 요양병원 정책도 단순한 간병비 지원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인증 완료를 의무화하고 적정성평가를 중증환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최고도·고도 환자 입원료 인상과 약제·치료재료 별도 보상 확대, 간병인 직접고용, 임종의료 강화 등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참여기관에는 퇴원환자 지원팀을 설치하고 지역사회 의료·돌봄 연계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표면적으로는 일본 의료개혁과 상당히 닮아 있다. 다만 정책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의료중심 요양병원'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실제 환자 분류기준과 운영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의료최고도와 의료고도 환자를 중심으로 간병급여를 우선 적용하고 일부 의료중도 환자를 단계적으로 포함할 계획이다. 의료가 필요한 환자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환자의 의료 필요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중심 요양병원의 기능 역시 모호해질 수 있다.

현재 요양병원에는 암 말기 환자와 중증 신경계 질환자, 장기 인공영양 환자, 반복적인 흡인과 기관절개관 관리가 필요한 환자 등 지속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가 적지 않다. 반면 의료적 처치보다 생활지원이 중심인 환자 역시 함께 입원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의료가 필요한 환자와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가 의료중심 요양병원의 출발점이다.

김기주 부회장은 "환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 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반대로 의료 필요도가 낮은 환자가 의료병상에 장기간 머무르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의료중심 요양병원의 핵심은 병상이 아니라 환자"라고 강조했다.

간병급여 넘어 인력·수가·지역 연계 함께 가야

의료중심 요양병원 정책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부분은 건강보험 간병급여 도입이다. 정부는 의료·간병 필요도가 높은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30% 수준까지 낮추고 의료기관이 간병서비스를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다만 간병급여만으로 의료중심 요양병원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간병급여는 재정 지원 정책이고, 의료중심 요양병원은 의료전달체계를 재편하는 정책이다. 의료가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려면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간병인력의 역할과 배치기준, 교육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정부도 간병인 직접고용과 전담간호사 배치, 간병인 교육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접고용 여부를 넘어 인력의 역할과 책임을 제도 안에서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병원 밖의 체계도 중요하다. 일본은 의료형 요양병동과 개호의료원을 기능에 맞게 운영하는 동시에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재택의료,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함께 구축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가 지역사회에서도 의료와 돌봄을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한 것.

복지부 역시 의료중심 요양병원에 퇴원환자 지원팀을 설치하고 지역사회 복귀 성과를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택의료와 방문간호, 장기요양서비스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퇴원한 환자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의료중심 요양병원은 병원 내부의 기능 개편을 넘어 지역의료와 장기요양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남긴 교훈은 '폐지' 아닌 '기준'

일본 사례가 보여준 것은 병상 감축이 아니었다. 요양병원을 없앤 것도 아니다. 환자의 의료 필요도를 기준으로 의료와 돌봄의 역할을 구분하고, 그에 맞춰 보험과 병동 기능, 인력기준, 수가체계를 함께 설계한 것이 일본 의료요양 개혁의 본질이었다.
이미지=AI 생성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중심 요양병원 역시 의료기관 인증과 적정성평가, 중증환자 수가, 간병인력, 임종의료, 지역사회 연계가 하나의 체계로 맞물릴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선 '의료중심'이라는 이름을 얼마나 많은 병원에 붙이느냐가 아니다. 의료가 필요한 환자를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고, 그 환자를 끝까지 치료할 수 있는 인력과 보상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 부회장은 "일본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 역시 병상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의료가, 돌봄이 필요한 환자는 돌봄이 책임질 수 있도록 기준을 먼저 세우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의료중심 요양병원 정책도 그 원칙 위에서 설계될 때 비로소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의료전달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 편에서는 일본이 의료기관이 아니라 환자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했는지, 의료와 돌봄의 기능 분화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